[기자수첩]종심제 프랜차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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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종심제 프랜차이즈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2.10.13 14:24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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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일 기자

한국에서 운영중인 수많은 음식점들의 모체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이다. 평균 이상의 맛과 서비스를 보장해 창업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대가로 가맹점에게 상호 사용료와 원자재 값을 받는 구조다.

인테리어부터 메뉴까지 매장 운영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매뉴얼화 돼 있기 때문에 지점마다 약간의 편차는 있겠지만 서울이나 부산이나 기대치는 매한가지다. 좋게 말하면 어디에서나 일정 수준의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무색무취한 집이 즐비하다.

기술력을 중시하자는 명분 아래 도입된 종합심사낙찰제도 한국 음식점들의 프랜차이즈화 구조로 변하고 있다. 애당초 종심제가 실력 있는 엔지니어링사에 제값주고 좋은 결과물을 만들자던 취지인데 사실상의 획일화인 프랜차이즈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한국형 엔지니어링 종심제가 이 말도 안되는걸 해냈다. 엔지니어가 만든 제안서가 중심이 되야 할 종심제의 당락이 공무원, 공사출신 전관들의 영업에 의해 좌지우지 되면서다.

종심제 프랜차이즈의 탄생은 엔지니어링업계가 오래전부터 수주를 위해 끊임없이 로비를 해 온 업보다. 이 관례를 깨기도 전에, 아니 깰 생각을 하지도 않았는데 정성평가가 중요한 종심제와 결합하게 되니 시너지가 무지막지하다. 전관과 평가위원들간의 끈끈함에 기름칠을 하기 위한 로비의 액수는 더욱 커졌다. 장인정신으로 음식을 만들어 경쟁력 있는 맛집으로 가자던 사장이 일단 쉽게 돈부터 벌고 보자는 프랜차이즈를 선택한 셈이다.

테이블표가 따로 마련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관의 가격은 사장 명함과 고급 세단, 1억원을 상회하는 연봉 등으로 고착화 돼있다. 이 가운데 PQ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급이면 몸값은 더 오른다. 정작 진짜 일하는 엔지니어들의 평균 연봉은 전관들의 1/2, 1/3 수준이다.

결국 한국형 종심제는 출범 4년만에 전관영입=수주라는 공식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기술력과 창의력이 뿌리가 되야할 종심제 시장에 엔지니어는 없고 전관들만 득실거리게 됐다.

내로라하는 대형사들 조차 기본에 충실하기는 커녕 종심제 프랜차이즈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에는 기본 취지로 회귀하고자 금액상향과 함께 난이도 개념을 넣자고 하면서 아닌척 하고 있지만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기 위한 속내라는 걸 모두가 안다. 오히려 전관 영입이 버거워 종심제를 폐지하자는 중소사들의 주장이 훨씬 순수하다. 미래에 전관으로 앉아야 할 국토부는 이래나저래나 입지가 줄어드는 대안들이니 대형사와 중소사 의견을 모두 들어주지 않고 있다.

실력은 없고 획일화된 마케팅에 의해서만 성장한 수많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결말이 그렇듯 엔지니어링업계 모두가 기술이 아닌 전관영입으로만 종심제를 풀어나간다면 결과는 안봐도 뻔하다. 수주를 해도 일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없는 시대가 그리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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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돔 2022-10-17 12:16:54
행님 필력은 인정해 주야 된다니 까요 ㅎ ㅎ

"수주를 해도 일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없는 시대가 그리 멀지 않았다"

뼈를 때립니다 행님 ~ ㅎ ㅎ

전관퇴출 2022-10-14 14:50:44
전관의 가격은 사장 명함과 고급 세단, 1억원을 상회하는 연봉 등으로 고착화 돼있다. 이 가운데 PQ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급이면 몸값은 더 오른다.

이렇게 되면 이게 향후 테이블표가 되겠군요

받은메일함 2022-10-13 22:24:15
왜 기사에 좋아요 버튼이 없는지... 정말 공감 백퍼센트인데 해결할 의지는 0% 현실..

따삼 2022-10-13 16:22:48
또한번 부랄을 탁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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