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대변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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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대변인이 없다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2.10.20 17:3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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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가 속속 마무리되고 있다. 언제나처럼 이번에도 역시나 였다. 2000년 초부터 국감을 바라보고 있자니 우리 국회가 얼마나 엔지니어링, 건설에 대해 무지하고 오도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또 한번 알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건설은 부패하고 부실하다는 전제를 깔고 이야기한다. “설계변경으로 혈세를 낭비했다”, “민자사업으로 국민을 등쳤다”, “이것도, 저것도 부실공사다”, “건설사 배불려주기 위한 공사다” 등 단 한번도 좋은 이야기가 나왔던 적이 없다. 물론 아예 없는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적사항이 천편일률적이고 대다수 해결된 문제를 복사붙여넣기 해서 십수년째 반복하는가 하면 사실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막무가내로 우긴다. 더 큰 문제는 엔지니어링은 설계감리 부실외에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이번 국감 또한 엔지니어링과 관련된 국토위, 산자위, 기재위, 농해수위 어디에도 엔지니어링은 없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사실 국회의원이나 일반국민이나 엔지니어링, 건설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기는 매한가지다. 출신성분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임위에 배정 받기 전까지는 사실 아무것도 모른다고 보면 된다. 

한 의원이 국토위를 배정받았다고 치자. 우선 국민들이 관심있는 부동산에 대해 공부를 한다. 부동산은 기득권층의 전공필수 같은 것이라 이미 많이들 알고 있다. 엔지니어링과 건설은 자신의 지역구 예산과 관련된 것만 챙기고 정책 부분은 예전 것들을 복사붙여넣기식 보도자료나 양산하고 실제 묻지도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잘해야 무지한 상태에서 호통치는 정도 아닐까. 국회의원이 그나마 사안을 챙기면 다행이고 실무를 챙기는 것은 보좌진들인데 월급쟁이 입장에서 관심없는 것은 의원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국회의원의 무관심과 무지가 피감기관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 그냥 한소리 듣고 당장 이 상황을 넘기는 게 낫기 때문이다. 

일일이 열거하기 지겨울만큼 엔지니어링업계에는 불합리한 제도가 산처럼 쌓여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기껏해야 엔지니어링 관련 업단체에서 정부부처를 상대로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것 밖에 없다. 간담회니 좌담회, 공청회를 해봐야 관료집단의 행정절차로 사용될 뿐 의견이 거의 수렴되지 않는다. 30만이나 되는 엔지니어의 염원이 되는 핵심과제도 부처 사무관이 싫다면 아무것도 아닌게 되는게 현실이다. 현직의원들에게 가서 하소연 해봐야 그들은 “어차피 내 지역구도 아니니 그냥 이야기나 들어주고 기부금이나 챙기자”라는 마인드로 접근할 뿐이다. 

결론은 국회에 엔지니어링업계의 대변자를 적어도 하나는 세워야 한다. 지역구가 지역을 대변한다면 비례대표는 직능과 전문성을 대표하는 것이니 30만 엔지니어를 위한 비례국회의원 한명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 국토부관료, 건설사, 토목과 교수 같은 방계가 아닌 엔지니어 출신으로 정확하게 엔지니어링업계의 문제점을 이해하는 리더 말이다. 핵심은 엔지니어가 제대로된 평가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열정을 투하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엔지니어를 대변할 수 있는 국회의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엔지니어들이 정치적으로 힘이 있다는 것을 다각도로 보여줘야 한다. 즉 정당입장에서 엔지니어링에 비례공천을 하는 것이 표 획득에 유리하다는 것을 정확히 인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엔지니어의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공천숫자는 늘어나고 비례의원은 지역구를 차지해 당의 중진이나 정부 각료로 입각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엔지니어링업계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 정도는 되어야 엔지니어링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 아무도 남의 새끼를 챙기지 않는다. 내 새끼챙기는 건 나 밖에 없다.

정장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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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적 엔지니어 2022-10-21 13:29:38
엔지니어링 관련 협회나 단체 보면 대의원, 임원 출마는 사장님, 건설사 출신, 공무원 출신, 교수를 빙자한 엔지니어 회사 대표가 많듯, 국회의원도 기자님이 말씀하신 방계가 아닌 엔지니어 출신이 나서기가 어려워 보여요.
정말 어디 내부고발자가 대박 난리치고 사회적 사명감에 불타올라 이 한몸 불태워보겠다고 나서지 않는 한, 방계가 아닌 엔지니어들은 그 방계들 아래서 면천되는 날까지 고개숙이고 허리굽혀 일하고 있겠죠.

이장이 되고 싶었어 2022-10-21 13:20:15
구의원하기도 줄을 서야 해서 너무 힘듬. 당에서 인정받으면 너무 쉬움. 인정받으려면 조기축구회부터 다시 해야 함. 동네 커피숍 매출 많이 올려줘야 함. 국회진출은 더 많은 조직력 필요. 정말 축구국가대표 선수로 뛰어야 할 판.
엔지니어 출신 선수를 뽑아야 하는데 우리나라 엔지니어는 너~무 바빠.
IS조직원이 한국에서 테러를 못하는 이유가 위장취업을 했는데 일이 너~무 바빠서 쉴 시간도 부족해서래요.

정치의 종교화 2022-10-21 09:22:44
좋은 기사입니다.
미래의 엔지니어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구요

그런데
정작 힘을 모아야 하는 엔지니어들 조차
지자체나 국회의원선거때 보면
공약과 전공은 확인하지 않고
정당소속인에 묻지마 투표를 한다는 거죠

정치의 종교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윤석열을 찍은 보수들 30%는 날리면으로 들린다고 하니...말 다했죠

하지만 엔지니어링 출신의 정치인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인 2022-10-21 08:52:15
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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