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꺾이는 시점의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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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꺾이는 시점의 대처법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2.11.07 17: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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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업계는 2008년 리먼사태 여파로 2012년까지 임금삭감,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하지만 2013년을 기점으로 10여년이 지난 현시점까지 꾸준한 성장을 했다. 적어도 수주량만큼은 단 한 번도 꺾이지 않고 지금에 이르렀다. 

특히 최근 3년 간은 매년 어닝서프라이즈라고 할 정도로 신장세를 보였다. 여기에 엔지니어링 대가까지 올라주니 규모를 막론하고 호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 수주량만 보면 10년 사이 2~3배를 기록한 경우도 있었고, 임금은 신입기준 2,000만원 후반 3,000만원 사이였던게 지금은 중견급 이상이라면 4,000만원 이상 5,000만원도 호가할 정도다. 

문제는 호황의 기조가 언제까지 갈 것인가 이다. 얼마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국채금리를 또 올렸다. 올해 초 0.25%가 지금은 4%가 됐으니 16배가 오른 셈이다. 이로써 한국과 금리차이는 1%가 됐다. 상황이 이러니 레고랜드 사태를 빼고도 당분간 민자, 개발사업은 아주 어렵게 됐다. 엔지니어링사 입장에서는 민간 물량 없는 걸 걱정하기보다, 실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돈 떼이지 않으면 다행인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내년 국토부 예산은 5년 만에 전년대비 7% 삭감돼 60조에서 55조9,000억원으로 내려앉았다. 해외사업은 여전히 코로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쯤되면 엔지니어링업계가 항상 생각하는 불안감인 “이제 꺾이는 시점인가”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꺾인다’는 이제껏 산업화가 마무리된 선진국에서는 모두 경험했던 일이다. 모두들 자국의 인프라를 건설하고 그 노하우로 개발도상국 시장에 진출해 먹고 살고 있다. 영미권 및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 등 유럽선진국은 80년대 전에 진화된 시스템을 구축했다. 

비교적 최근 사례로 스페인의 2위 엔지니어링사인 TYPSA는 2000년대 중반까지 국내해외 비율이 80:20이었지만, 국내 발주량이 줄어들자 체질개선을 통해 비율을 20:80으로 전환함과 동시에 수주량도 늘린 바 있다. TYPSA 대표 파블로부에노는 “위기감이 커질수록 포트폴리오 전환에 대한 강박이 커졌고 모든 시스템을 해외진출에 맞춰 바꿨다. 정부도 그간 있었던 규제도 대거 풀어주고 막대한 지원을 해줬다”고 말했다. 특히 산학협력을 통한 해외진출 맞춤형 엔지니어를 수혈 받았던 것이 주효했다. 

GDP 10위의 경제대국 한국 입장에서는 적어도 2000년대 중반부터는 선진시스템을 마련했어야 했다. 하지만 글로벌 기준에서 손바닥만 한 기업 규모, 전직관료에 의존하는 후진적 영업방식, 가혹했던 노동환경, 상대적 저임금과 낮은 사회적 인식 등이 버무려져 더 이상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결정적인 것은 발주처의 제왕적 지위를 보장하는 규제일변도의 정책이 지금까지도 엔지니어링업계 전체를 덮고 있어 더 이상의 발전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최근 상위 엔지니어링사들이 규제 탄원서를 제출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주제는 ‘합산벌점’과 ‘종합심사낙찰제’ 두 개의 꼭지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규제가 글로벌 엔지니어링환경이라면 전혀 고려하지도 않아야 할 사항이라는 것이다. 당장 기술적 완성도와 인재양성이 중요한 마당에 정부의 규제와 싸워야 한다는 것 자체가 경쟁력 저하란 얘기다. 방글라데시와 베트남조차도 엔지니어링산업에 이토록 많은 규제를 가하고 있지는 않다.

다시 돌아가 ‘꺾이는 시점’에서 선진엔지니어링사들이 보여 준 성공사례를 우리가 해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 20년이 지난 시점에는 “물량은 줄어들지만 새로운 시장을 찾지 못해 자멸하면서도 여전히 규제에 몸부림치는 우리 모습을 볼 가능성”이 크다. 꺾이는 시점이라면 규제를 대폭 완화, 아니 규제를 가하는 정부부처 자체를 구조조정해 민간의 창의와 효율을 최고로 뽑아내야 밥 먹고 살 수 있을지 않을까. 아직까지 규제 탄원서나 내야하는 엔지니어링업계 현실이 안타깝다.

정장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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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8 00:30:47
자꾸 나라탓하는데 각사 대표랑 부서장들 발주처들 출신이. 어딘지 알압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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