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서자는 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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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서자는 서자다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2.11.08 14:2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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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일 기자
조항일 기자

동북아 역사에 있어서 장남의 위치는 실로 막강하다. 특히 중국도 한수 접는다는 유교 끝판왕, 성리학의 나라 조선에서는 왕에게도 이러한 잣대를 가차없이 적용했다.

조선의 17대 왕인 효종은 인조의 둘째 아들로 형이 일찍 죽자 왕위에 올랐다. 순리대로 첫째가 왕위에 올랐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텐데, 덜컥 차남이 왕위에 오르고 모친인 장렬왕후보다 일찍 죽자 분란의 씨앗이 됐다. 적통성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여당에 해당하는 서인은 효종이 차남이기에 일반적인 사대부 예법을 적용해 어머니인 장렬왕후가 상복을 1년을 입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남인은 둘째일지언정 정식절차에 따라 왕위에 올랐으니 왕가의 예법대로 상복을 3년간 입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송논쟁의 시작이다.

결과적으로 장렬왕후는 1년의 상복을 입는다. 같은 왕가라도 차남에 대한 대우가 이랬으니 양반가, 평민가에서는 오죽했을까. 하물며 이도저도 아닌 혼외자, 서자의 설움은 이루 말할 수 있었을까 싶다. 그 옛날 일본에서도 서자는 카게무샤(다이묘 대리인)로 희생양정도 됐으면 영광이다.

정부가 사우디의 초대형프로젝트 네옴시티 수주를 위해 팀코리아를 구성했다. 익숙한 10대 건설사 이름은 대부분 들어가 있고 여기에 희림, 한미글로벌 등도 이름을 올렸다. 기대를 모았던 엔지니어링사는 모두 제외됐다. 다만 테마주로 엮여 주가만 살짝 올랐을 뿐이다.

정부는 지난 3년간 계속된 코로나 사태로 부진한 해외수주의 활로를 찾고자 PMC사업을 차기 먹거리로 꼽고 이를 기반으로하는 엔지니어링산업 부흥이라는 기치아래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했다. 특히 코로나 시국 직전에 PMC로 수주를 따낸 페루 친체로 공항은 홍보에 매우 매력적인 카드였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도 이러한 기조에 맞춰 대국민 엔지니어링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만큼은 진정성을 갖추는가 싶었던 정부가 포스트코로나가 되고 장터가 열리니 엔지니어링사를 모두 빼버렸다. 물론 실적을 올리는데 있어서 네임드급의 검증된 선수들을 등판시키고 싶은 속내야 있겠지만 코로나 한파에도 수주 불모지에서 공항을 설계하고, 교량을 만들고 했던 주역들은 엔지니어링사들이다.

특히 엔지니어링사에서는 유일하게 해외에서 유의미한 실적을 갖고있고, 수주 1조원을 눈앞에 둔 도화엔지니어링마저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에 대해 업계의 상실감이 크다. 물론 엔지니어링3사가 없다고 해서 수주 확률이 크게 떨어질리는 없을 것이다. 그 어느때보다 높아진 한국의 문화영향력까지 더해진다면 예상을 상회하는 수주를 가져올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아쉬울땐 손길을 내밀던, 한동안 금이야옥이야를 넘어 엔지니어링업계를 가져오겠다는 야욕마저 보였던 국토부가 막상 잔칫상이 차려지니 언제봤냐는 듯 엔지니어링업계를 내팽개치는 모습은 25만 엔지니어들에게 허탈감을 넘어 배신감마저 느끼게 하고 있다. 엄벌을 내릴땐 같이 받고, 맛있는건 건설업계만 주겠다는 국토부의 태도가 엔지니어링은 역시 서자라는 걸 대외에 각인시킨 셈이다.

결국에는 힘의 논리다. 돈이 곧 덩치요, 머릿수가 곧 권력이다. 엔지니어링업계의 인력 유입이 가장 우선이다. 돈부터 올리고, 엔지니어들을 패배감에 젖어들게 하는 수많은 로비도 끊어내 매력적인 직종으로 만드는게 시급하다. 나의 권리는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는다. 더욱이 서자에게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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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 2022-11-08 22:38:50
한국엔지니어링협회는 국토부 산하협회가 아니라 산자부산하협회라서 그런건 아닐까요? 건설엔지니어링회사를 산자부 엔지니어링협회에서 관리한다는 자체가 모순이듯 합니다.

장갈이 매니아 2022-11-08 17:06:24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바라봐 주시는 기자님의 기사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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