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침대축구와 낙찰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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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침대축구와 낙찰률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2.12.05 16:5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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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일 기자
조항일 기자

역대 최초의 겨울월드컵이 카타르에서 열리고 있다. 개최전까지만해도 안팎으로 말이 많았지만 여느때 못지 않은 지구촌 축제가 되고 있다. 우리입장에서야 한국의 극적인 16강행도 이유겠지만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앞서갈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침대축구가 깡그리 없어진게 제대로 한 몫 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평균 10여분 안팎으로 추가시간이 주어지고 있다. 일단 비디오판독(VAR)을 하게 되면 의무적으로 3분의 추가시간이 붙게 되고 여기에 선수들의 눕방이 의도적 침대행위로 판단되면 심판의 재량으로 이를 추가시간에 포함시키고 있다.

축구팬들은 그 어느때보다 대회를 만끽하고 있다. 짜증나는 플레이를 안봐서 좋고, 90분의 정규시간을 빠짐없이 즐길 수 있어서다. 축구 외적인 부분을 최소화하고 시간을 온전히 부여해서 팬들에게 수준높은 경기를 제공하자는 피파의 대승적 결심이 좋던싫던 선수들 사이에도 퍼졌기에 가능한 얘기다. 카타르 월드컵은 팬을 존중하지 않는 축구가 추방된 최초의 대회로 남을 듯 싶다.

축구의 존재이유가 팬들을 위해서라면 국가 SOC의 주체는 국민이다. 국민들이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살도록 하는게 국가의 의무이고 SOC는 그 마중물이다. 정치적으로는 표심과 연결된다. 이미 인프라가 최절정에 달한 선진국들이 여전히 매년 SOC예산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붇는 이유다.

안깔린 곳 빼고 전국토가 다 연결된 한국 SOC의 예산은 평균 20조원대로 수렴한다. 세계 10대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미미한 금액인데도 한국이 세계 최고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낙찰률을 가성비로 잡았기 때문이다.

누가해도 결과물이 비슷하기에 그렇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협소한 시장과 아수라장처럼 난립해 있는 수천개의 엔지니어링사가 주요 원인이다. 현재 국내 엔지니어링사들은 일감의 90%를 공공발주에서 소화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원가대비 평균 70~80% 사이의 낙찰률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00원짜리 사업을 70~80원에 실행하는 업체가 줄을 섰다는 얘기다. 이마저도 종심제 시행 이후의 일이고 그 이전에는 60%대가 부지기수였다.

일반적으로 제값을 안주면 보이콧을 해야하는데 워낙 영세한 바닥이니 조직력도 모래알이다. 모두가 “하지말자” 결의를 했다가도 뒤돌아서면 누군가는 이걸 기회삼아 일감을 따내고 결국에는 목소리가 가장 컸던 사람만 손해를 본다. 협상대상자인 정부가 네고를 하기도전에 알아서 가격을 깎아온다. 태초의 발주처가 대국민 서비스라는 사명감을 가졌다 치더라도 변하지 않았다면 보살인셈이다. 이제는 그저 가만히 앉아 세금을 아낀다는 생색도 내고 어떻게 하면 이 지위를 공고히 할 것인가에 몰두하는게 주 업무다. 발주처가 자유롭게 갑질을 할 수 있도록 만든건 업계의 자승자박인 셈이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오너와 대표들은 흔히 엔지니어 이탈을 막기 위해 구시대적 정신승리를 요구한다.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말이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는 일선에서 업자놀음에 빠져 엔지니어라는 자부심을 던지고 있다. 축구의 90분이 온전히 팬들에게 돌아왔듯이 한국 엔지니어링의 낙찰률이 100%, 그이상으로 가려면 기성엔지니어들이 숨지 말고 앞으로 나서야 한다. 안으로는 제값에 일시키고, 밖으로는 제값에 일을 받아와야 한다. 그래야 발주처가 엔지니어링업계를 호구로 여기지 않는다. 그제서야 비로소 국민들도 더욱 정교하고 안전한 SOC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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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Q점수바꿔라 2022-12-13 16:46:25
PQ점수용 할배들만 없으면
엔지니어도 대접받는다

감성돔 2022-12-11 10:26:06
형~ 그래도 안 바뀔것 같아,,, 콘크리트 처럼 굳어져 버린 이 업계는 당장 1년 살이도 힘들어 보여
다들 몸을 사려,,, 그나마 몸집 큰회사 가서 버티든지, 내공을 키워 독립하던지

토쟁이 2022-12-07 08:30:39
기자님 얼굴도 참 푸근하시고, 좋은기사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이런 기사들이 네이버나 다음 메인 포털사이트에 등재되는 일이 언제쯤 올까요....
몬가 이슈화가 필요한데 아쉽네요...

Major 회사들은 각성하라 2022-12-06 18:26:59
수십년간 누려온 Major 기득권사들
규모의 경제에 매몰되어
수주경쟁 아니 수주전쟁을
저지르고 있다.

지금도 CEO나 오너들은 터무니 없는
입찰가격에 활을 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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