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데일리)김성열 기자=캐드시장에서 점유율 우위를 보이고 있는 오토데스크가 BIM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이면서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현재 BIM부서를 운용 중인 업체가 사용하는 프로그램 가운데 오토데스크의 레빗(Revit)의 점유율이 9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A엔지니어링사는 레빗만 250카피, B엔지니어링사는 레빗 200카피, 벤틀리‧마이다스 각각 10카피, C엔지니어링사는 레빗 150카피에 타사 프로그램은 각각 1개씩만 보유하는 등 레빗 사용량이 압도적인 상황이다.

오토데스크가 BIM시장에서도 앞설 수 있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오토데스크는 캐드와 BIM을 패키지로 구성해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면서 기존 고객들을 자연스럽게 유치하고 있다. 캐드도 병행 사용하고 있는 엔지니어링사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인 셈이다.

오토데스크가 BIM시장을 선점하면서 업계 관계자들은 캐드 시장과 같은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캐드의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대안 캐드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엔지니어들이 오토캐드 UI에 익숙해지면서 다른 캐드들을 불편해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오토캐드의 독과점은 라이센스 정책 변경 등 업계가 대응하기 힘든 일방적인 시장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현재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회사의 프로그램들은 철근 배근 등 특화된 분야 설계에서만 사용하고 있어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올해부터 한국도로공사와 국가철도공단이 전면 BIM 설계를 선언하면서 당장 프로그램이 필요했던 업체들은 선택의 여유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비싼 가격 탓에 프로그램마다 구입해서 테스트하기 벅차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BIM 자격증을 인정해주는 교육과정에서도 레빗만 사용해 독점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자격으로 인정받는 한국BIM교육평가원이나 빌딩스마트협회의 BIM교육과정에서는 레빗만 사용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여타 학원들에서도 레빗을 위주로 교육이 이뤄지면서 독주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발주처에서 성과품의 통일성과 품질 보증을 이유로 오토데스크 포맷을 비공식적으로 요구하는 것도 문제다. 현재 BIM성과품을 제출할 때는 공식적으로 표준 포맷인 IFC나 LAND XML을 사용하게 돼 있는데, 이와 별개로 발주처에서 레빗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성과품도 제출하라고 지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BIM전문가는 “오토캐드가 독과점 시장을 형성하면서 일방적인 라이센스 정책 횡포에도 업계는 대응하지 못했었다”면서 “BIM 전면 도입이 시작된 지금도 우리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문이 든다”고 설명했다.

D엔지니어링사 BIM 팀장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부가 BIM 비용을 지원해주거나 대가를 올려줘서 업계가 직접 대안 프로그램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면 된다”면서 “아니면 발주처마다 자체적인 프로그램이나 아예 각각 다른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김성열 기자 kary@engdaily.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