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대실적 낸 엔지니어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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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최대실적 낸 엔지니어링사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3.01.19 10:44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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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일 기자
조항일 기자

지난해 상위 엔지니어링사 대부분이 목표한 수주를 미달하고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백억단위 벌던 중견사들도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1,000억원 이상 수주를 한 회사가 20개 에 달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를 시작으로 최근의 코로나까지 수차례 부침을 겪으면서도 10여년간 우상향 곡선을 계속한 끝에 일궈낸 성과인만큼 과거가 어쨌건 박수를 보낸다.

좋건 싫건 간에 엔지니어링사들은 변화의 기류 앞에 서게 됐다. 사이즈가 달라지면 버는 것부터 쓰는 것까지 해당 체급에 맞게 바뀌어야 하는게 맞다. 별다른 기술이 필요없는, 지방중소사도 할 수 있는 병영 시공을 10대 대형사가 나서서 한다면 한낱 돈에 미친 졸부기업으로 찍힐 뿐이다.

최대 실적을 낸 엔지니어링사지만 설렘보다는 곡소리만 해대고 있다. “올해는 진짜 힘들 것 같다” “이제 꺾이는 일만 남았다” 같은 말이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계속됐지만 양치기소년만 되버렸고 최대실적을 받아들고 난 올해도 이 멘트는 고정이다.

제조업이 아니라서, 오로지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고정비만 엄청나게 들기때문에 수주가 한계에 왔다는게 업계의 패러다임이다. 따지고보면 감리대가가 오르는 동안 설계대가는 여전히 10여년전에 머물러 있는것도 맞다. 밖에서 벌어오면 되지 않느냐는 잔소리도 시장점유율 이 1%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남는 것도 별로 없다. 결국에는 사이즈가 큰 민자사업이나 운영관리 쪽에서 승부수를 던져야하는데 겹겹이 규제와 시어머니 발주청의 감시로 경험이 미천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 엔지니어는 “시공사에서 인수를 하면 이 모든게 해결된다”라는 푸념을 하지만 벌이는 시원찮고 감시만 가득한 곳에 발을 담구고 싶어할리가 없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서는 누구나 설렘과 불안이 있다. 역대 최대실적을 거둔 엔지니어링사도 마찬가질거다. 하지만 엔지니어링 아닌가. 그 어떤 직업보다 상상력이 풍부한 자들이다. 한국에서는 엔지니어링이 용역이고 심부름꾼이자 현금배달원이라는 자조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라. 웃기지도 않고 재미도 없다. 누가 뭐라하던 관례를 깨라. 머릿수가 부족해 현실을 바꾸기 어렵다면 인재육성부터 직접 챙겨라. 가령 대학가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토목과에 대해 1차적인 수급을 받는 업계가 대학들과 연계해 투자를 하는 정도의 정성은 들여야하지 않겠나. 여기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영향평가에서조차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다. 티도 안나는 보도자료용 기부금전달보다 몇십배는 효과가 크다.

처우도 마찬가지다. 지탄받을 걱정에 엔지니어의 사기를 지양하는 법들과 처우를 그대로 옮겨담지 말고 다시 백지에서 그려볼 때다. 사이즈가 다르지만 삼성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는데도 계열사 성과급을 최대 ‘연봉’의 50%를 준다. 성과급 제도는커녕, OT비용을 포괄해 임금을 지불하거나 퇴직금을 포함해 연봉을 주는 회사들은 반성해야 한다. 엔지니어링사부터가 엔지니어를 자산으로 생각해야만 업계가 빛을 볼 수 있다. 이제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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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갈이 매니아 2023-02-17 11:19:18
기자님보다 업계에 관심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네요..정말 감사합니다.

기자님팬 2023-01-22 01:53:14
늘 기사 잘 보고있습니다. 엔지니어의 입장에서 생각해주시고 변화를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자님

방재가 대세 2023-01-19 21:37:40
[엔지니어링사 오너들 생각] 기술좋은 엔지니어보다 인맥 좋은 영업직이 좋고, 옳은 말만 하는 엔지니어보다 아부 잘하는 머슴이 좋고, 기술은 개뿔~~오직 영업이 최고더라~~~[지난 시절 보면 엔지니어링이 돈이 안된다 생각하면 회사 털고 나가버리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회사 오너들은 없을까요?]

응원합니다 2023-01-19 11:59:50
항상 뇌리 깊숙히 박히는 현실적인 글들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엔지니어분들 응원합니다!

경영자가 엔지니어가 아니다 2023-01-19 10:56:56
회사를 좌지우지 하는 오너 또는 CEO가 엔지니어가 아닌 회사가 많다
그러니 엔지니어를 자산으로 생각하겠는가?
새로운 시대가 열렸는데
오너 또는 CEO가 구시대적 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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