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BIM학회 설계사 분과위원회 “결국 핵심은 BIM 대가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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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BIM학회 설계사 분과위원회 “결국 핵심은 BIM 대가 상승”
  • 김성열 기자
  • 승인 2023.01.20 10:27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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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데일리)김성열 기자=엔지니어링업계에 BIM 설계 전면 도입이 다가오고 있다. 이미 BIM 발주를 시작한 발주처도 있고 다른 곳도 하나둘씩 동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발주처들이 제시하는 기준이 각각 다르기도 하고 업계도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것이다. 특히 설계 기준에는 학계나 전문 업체의 의견만 반영되면서 업계 현실과 괴리감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몇몇 업체들은 업계에 알맞은 기준 제시와 엔지니어링산업 내의 BIM 발전을 위해 한국BIM학회 소속 BIM설계사 분과위원회를 만들었다. 지난 2018년 창설된 이후 제2기 위원장으로 선출된 신재철 동성엔지니어링 부사장과 제1기 간사를 맡았던 임성순 유신 상무를 만나 업계 BIM 현실과 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BIM학회 설계사 분과위원회 제2기 위원장을 맡은 신재철 동성엔지니어링 부사장(좌), 제1기 간사를 맡았던 임성순 유신 상무(우)
BIM학회 설계사 분과위원회 제2기 위원장을 맡은 신재철 동성엔지니어링 부사장(좌), 제1기 간사를 맡았던 임성순 유신 상무(우)

▲위원회가 창설된 과정은

- 위원회는 엔지니어링업계 입장을 대변하고 BIM 설계 발전을 위해 창설됐다. BIM 설계가 도입되던 당시 발주처에서는 시공사와 전문 업체의 목소리가 컸고 개별적인 엔지니어링사들의 이야기는 잘 들어주지 않았었다. 거기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나 교수들을 비롯한 학계 의견이 주로 정책에 반영되면서 업계 현실과는 맞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갔었다. 정작 일하는 건 우리인데 말이다.

그래서 업계에서도 단체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처음에는 민간단체로 시작했는데 업계 실정에 맞춰 창립 멤버는 실무진으로 꾸려졌다. 그러다 정식 단체로 거듭나기 위해 한국BIM학회에 먼저 건의해서 소속 분과위원회가 만들어지게 됐다. 이후 국가연구과제도 진행하고 관련 사업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규모도 커지고 대외적으로 인정도 받고 있다. 토목 분야 BIM 전문가 집단으로 공신력을 갖추고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계획이다.
 
▲업계 내 BIM 설계 현황은

- 아직 업계의 10% 정도만 투입되지 않나 싶다. 전체 설계 사업에서 BIM이 차지하는 점유율도 크지 않고 딱히 돈 되는 사업이라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영세한 업체들은 BIM 사업을 피하고 있다. 해외 엔지니어링업계와 비교하면 우리는 정말 용역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회사에서도 BIM 설계가 가능한 엔지니어를 육성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단순히 모델링만 만드는 수준을 넘어서 설계가 가능한 수준까지 엔지니어를 교육하는 데는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교육기간 동안 처리하지 못하는 업무비용까지 생각해보면 제법 많은 시간과 돈이 투입되는 것이다. 이런 부담을 안고 엔지니어를 키워도 이직해버리거나 그만두는 경우가 생기니까 회사에서도 인력 양성에 굳이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발주처나 여타 기관에서도 아직은 BIM 발주를 꺼리고 있다. 도로공사가 BIM 전면 설계를 도입하긴 했지만 10년 넘게 투자해서 시스템을 어느 정도 갖춘 상태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준비가 덜 된 지자체나 기관들도 있다 보니 통일된 설계 기준을 만들고 정부 단위의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가에 대한 부분도 단순화하면서 현실적인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BIM 소프트웨어 시장을 보는 시선은

- 현재 오토데스크는 캐드와 BIM을 묶어서 AEC Collection으로 판매하고 있다. 오토캐드도 포함돼 있고, 가격도 다른 회사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업계 절대다수가 해당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BIM 설계 툴인 레빗은 다른 소프트웨어들의 근간이기도 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 특히 Civil 3D는 기술력도 독보적인 수준이다.

문제는 캐드와 마찬가지로 BIM 소프트웨어를 모든 엔지니어가 다 사용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또다시 오토데스크의 독과점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캐드에서 그랬던 것처럼 일방적으로 가격을 조정하고 운영 방법을 바꿔도 업계가 마땅히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없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의 시장 개입을 바랄 수도 없고 참 어려운 상황이다.

▲독과점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해보자면

- 정부가 나서서 추진해줄 만한 몇 가지 방안이 있다. 먼저 정부 주도로 한국형 BIM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이다. 앞서 국토교통부가 BIM 설계 도입을 추진하면서 소프트웨어 제작도 조사했을 때 필요한 비용은 5~6조원 정도로 추산됐다. 국내 건설업계가 매년 지불하는 소프트웨어 사용료를 생각해보면 이 정도는 싸게 먹히는 수준이다. 발주처마다 각각 다른 소프트웨어를 정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방법도 있다. 구입 비용은 발주 대가에 반영해주면서 말이다. 아니면 일본의 사례처럼 정부가 오토데스크와 직접 계약을 맺어 소프트웨어 쿼터제를 적용하는 방안도 존재한다.

문제는 이 모든 방안이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가 한국형 BIM 소프트웨어를 만든다고 쳐도 기술력이 오토데스크를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며, 각각 다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라고 하더라도 결국은 호환성 문제로 지금과 마찬가지로 IFC와 원본을 제출하게 될 수도 있다. 또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이기 때문에 오토데스크가 굳이 정부와 협상에 나설까 싶기도 하다.

▲BIM 설계 도입을 위해 업계에 필요한 것은

- 현재 BIM 설계는 2D 캐드로 만든 것을 모델링하는 것에 그친 수준이다. 그마저도 전문업체에게 외주를 맡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엔지니어링사 입장에서 지금과 같은 BIM 설계 사업은 계륵이다. 해도 적자 볼 가능성이 높은데 안 하면 그것대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건설기술연구원이 조사한 것처럼 BIM이 도입되면 발주처 67.12%, 시공 32.55%의 이득이 발생하는데 설계는 0.33%에 불과하다. 우리가 얻는 이득은 조그마한데 내 돈 들여가며 기술력을 키워야 하나 의문이 든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우리가 알아서 하지 않겠는가. 근본적인 것은 대가의 상승이다. 그동안 언급했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기도 하다. 가격이 비싸서 사용해보지 못했던 다른 소프트웨어들도 써보면서 대안을 찾을 수도 있고, 애초에 소프트웨어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면 오토데스크의 운영에도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거기다 BIM 전문 인력 양성에도 충분한 돈과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연봉을 올려줄 수도 있고 교육기간 동안 매몰되는 비용도 커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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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머신 2023-01-30 15:51:36
기사에 나온 CIVIL 3D는 도로쪽, 레빗은 건축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면 BIM 요구하는게 LOD 350이라 일은 구조가 제일 많을텐데 제대로 된 프로그램 하나없다는거죠. M사의 그 프로그램 가격은 진짜 사악하고요

....뭐 바뀔때마다 구조업무만 많아지는게 예전에 토목설계의 꽃은 구조라고 했던게 다 거짓이 되었습니다.
건진법 바뀔때 가설구조물검토해야해..DFS도 해야해...성과품 가장 많다보니 물량분개할때 짜증나...뭐만하면 구조인데 회사내 취급은 돈도 못벌어오는 자식입니다.

감성돔 2023-01-23 17:31:01
한국 정부가 하겠습니까 한국형 BIM 개발을?? 있는 설계비도 깎아서 제값 안쳐주는 마당에 ㅎ ㅎ

ㅋㅋ 2023-01-23 15:51:40
그러는 너는 구조조정 대상

2023-01-21 22:46:36
다 그냥 구조일
설계법 바뀌어도 구조
새로운건 다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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