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네팔추락과 KT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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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네팔추락과 KTFT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3.01.27 15: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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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네팔 트리부반을 이륙해 포카라로 향하던 예티항공 소속 AIT72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출장 차 카트만두에 있었는데 추락 3일전까지 동일 항공기를 3번이나 탔다. 항로도 두 번이나 같았고, 보도된 것처럼 360도 돌아 착륙하는 포카라 공항도 이용했다. 체감을 해보니 정비가 잘 안된 고물 프로펠러 기체에 숙련도가 낮은 비행사가 높은 봉우리 사이를 곡예 비행하고, 히말라야로 인해 안개가 끼고 돌풍이 불어대니 사고 안 나는게 더 어렵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는 130km 가량이다. 한국에서는 빠르면 1시간이면 도달할 거리지만 네팔에서는 10시간이 걸린다. 허접한 포장과 비포장이 공존하는 구불구불한 최악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위험에도 불구하고 차량이 아닌 비행기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네팔 현지에서 사고소식을 접할 당시 유신 엔지니어들과 카트만두의 한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네팔 동서고속철도와 신공항고속도로 KTFT의 컨설턴트다.

KTFT는 네팔 최초의 도로터널이다. 카트만두와 신공항이 들어설 니즈가드를 연결하는 것으로 판차칸야 지역에서 건설이 한창이다. 현장은 카트만두에서 해발 3,000미터급의 준봉을 넘나드는 비포장 산악도로를 타고 꼬박 3시간 반을 가야 한다. 꿀렁이는 흙먼지 길을 가다 문득 옆을 보면 천 길 낭떠러지가 손 한 뼘 밖에 있다. 

하지만 곧 고속도로가 완공 되면 7시간 걸리는 길을 1시간에 주파할 수 있는 최첨단 고속도로를 선사하게 된다.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릴 도로가 없는 네팔에서 현지인들이 받을 충격이 벌써부터 아른거린다.
 
막대한 자금으로 추진여부가 불투명하지만 동서철도 또한 그 청사진만으로도 네팔에 임펙트를 주고 있다. 시험선로를 제외하고 철도가 없는 네팔에 주변국인 인도, 방글라데시에서는 볼 수 없는 첨단철도라니 말이다. 생각해 보라. 만년설이 뒤덮인 히말라야와 나란히 매끄럽게 달리는 열차라니 너무 멋지지 않은가. 게다가 그 설계를 한국의 컨설턴트들이 막 설립된 네팔철도공단 사무실에서 수행하고 있으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네팔은 지난 30년간 30번의 비행기 추락사고를 경험했다. 비행기 외엔 대안이 없는 네팔의 비극적인 현실이다. 만약 네팔에 고속도로와 철도가 있었다면, 물론 그 또한 사고가 나기는 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른 문제다. 비행기를 이용할 수 없는, GDP 1,200달러의 네팔인들에게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교통복지도 부여하게 된다.

이러한 막중한 일을 한국의 컨설턴트들이 수행하고 있다. 특히 KTFT컨설턴트들은 고립무원 타지의 산중턱 군막사에서 군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환갑 즈음에 최전방으로 군대를 다시 간 셈이다. 식사도 기후도 문화도 다르지만 무엇보다도 극도의 외로움 속에서 1년이고 2년이고 매진하고 있어야 한다. 

비단 네팔뿐이겠는가. 한국의 엔지니어링이 해외로 진출한지 20년.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 서남아, 스탄국까지 오지라는 오지에 한국컨설턴트들이 고생하면서 인프라를 건설하고 있다. 최전방의 초병이 돼 국가 발전과 가정의 행복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제3자 입장에서 현장을 방문해보면 “이렇게까지 고생을 한다고? 너무 힘든데?”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핵심은 이 사회가 컨설턴트에 대한 노고를 인정 하냐는 것인데 대부분 인정, 불인정의 차원이 아니고 “뭐 하는 지 잘 모른다”로 귀결된다. 더 문제는 모르는 것이 엔지니어링업계도 마찬가지고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다들 묵묵히 일하는게 내성이 생겨서, 말해봐야 소용이 없으니까 말하지 않는 것이다. 

해외사업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기는 하지만 물량이 목전에 차오른 국내시장으로 엔지니어링업계를 유지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개발도상국에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만큼 시장 파급력과 국격 상승에 기여할만한 재료는 없다. 영미권과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결국 엔지니어링 세계진출은 업계의 발전뿐만 아니라 한국이 GDP 10위의 경제대국 역할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늠할 지표가 될 것이다. 핵심은 세계시장에 통할만한 컨설턴트인데 지금의 대우 가지고는 전혀 경쟁력이 없다. 적어도 영미권 수준의 급여와 사회적 지위 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 인력부족 시대에 충분한 보상이 없는 한 지속적인 발전은 요원한 일이다.

정장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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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 2023-01-29 10:10:53
기자님 좋은글 감사합니다. 우리나라 엔지니어링 업계의 미래를 고려한다면 해외사업 진출이 꼭필요하죠..
기자님께서 네팔 이야기를 잘 설명해주셨는데.. 한두가지 기사내용에 대해 보완 설명드립니다
KTFT가 네팔 최초의 도로터널은 아닙니다. 그냥 첫번째 패스트 트랙(고속도로) 터널입니다.
동서 철도는 히말라야가 거의 보이지 않는 지역에 계획되었고, 2017년부터 여러 한국과 중국 엔지니어사들이 네팔 철도국 건물에 파견나와 설계 하고 있읍니다. 카트만두~포카라는 대다수 구간이 포장되거나 공사하고 있고, 비행기는 외국인과 돈있는 일부 네팔인들이 이용합니다
네팔 엔지니어들도 우리처럼 자신능력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읍니다. 일부는 캐나다, 미국, 호주, 러시아, 일본등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하여 일하고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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