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적자생존 해외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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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적자생존 해외진출
  • 김성열 기자
  • 승인 2023.02.09 17: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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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열 기자

최근 방글라데시, 네팔 출장을 통해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 엔지니어들을 만났다. 직접 만나본 엔지니어들의 해외 출장은 3D에 가까웠다. 주로 개발도상국으로 나가다 보니 생활 환경도 좋지 않고 언어, 음식 등 어려운 구석이 한가지가 아니다. 안전도 보장받기 어렵다. 방글라데시에서는 거리에서 약에 취한 사람들을 마주하기도 했고 네팔 KTFT 현장은 가는 길부터 목숨의 위협을 느끼는 곳이었다.

이렇게 고생하는 것에 비해 수중에 들어온 돈은 많이 남지 않는다. 인터뷰했던 엔지니어들은 맡은 분야도 다르고 직급도 달랐지만, 그들은 해외 출장이 돈 안 되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엔지니어링사도 마찬가지다. 해외 사업은 돈을 버는 일이 아닌 투자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지금 해외에 진출한 엔지니어와 회사는 적자생존(赤字生存) 중이다.

엔지니어에게 출장비로 나오는 돈은 해외에서 직접 생활하다 보면 부족할 따름이다. 살만한 나라로 출장을 가면 더 심각해진다. 싱가포르 사업을 맡았던 한 엔지니어는 높은 물가에 빚내서 생활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흔히들 금융치료라고 부르는 해결방안이 없다 보니 엔지니어들의 해외 기피가 이해가 간다.

회사 입장에서도 해외 진출은 계륵이다. 그래도 엔지니어는 출장비 제외하고 월급이 나오니까 어떻게든 돈이 남는다고 쳐도, 그 돈을 주는 회사는 정말 남는 게 없는 수준이다. 현재 대다수 엔지니어링사의 해외 진출은 EDCF나 KOICA 같은 ODA 사업이다. 문제는 이 사업들이 국내 엔지니어링 대가 기준에 맞춰서 발주되다 보니 해외 수당까지 챙겨주려면 회사가 더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엔지니어링업계의 해외 진출을 바라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PM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실적을 쌓게 해주는 것도 진출 지원 방안의 일환이다. 정부 차원에서 수주를 지원해주기도 하고 부족한 실적은 발주처와의 컨소시엄을 통해 채워준다. 아이러니한 것은 정작 가장 쉽게 해외 실적을 쌓고 경험할 수 있는 ODA 사업에서 회삿돈까지 들여가며 적자로 일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ODA 사업은 국내 업체가 해외로 나갈 수 있는 발디딤대다. 정부가 엔지니어링 분야의 해외 진출을 추진하겠다면, 가장 합리적인 지원 방향은 ODA 사업의 규모를 늘림과 동시에 수당을 포함한 대가를 높이는 것이다. 이렇게 해외에서 실적과 경험을 쌓은 엔지니어들이 계속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선순환의 고리가 생겨날 것이다.

어차피 국내 SOC 발주가 한계에 달한 만큼 엔지니어링사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결국 정부 정책이나, 업계 현실이나 해외 시장 개척이 필요한 지금, 타지에서 대한민국 이름표를 달고 뛰어줄 선수에게 가장 큰 위로는 노동의 정당한 대가다. 엔지니어링사들이 적자생존(適者生存) 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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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놔 2023-02-14 09:02:56
문론 출장시 국별환경이 바퀴벌래 나오는 열악한 환경이 수는 있습니다.
국내 엔지니어링 대가 기준 자체가 국내에서도 낮은데 국외에 적용하는데 뭐 할 말이 있겠습니까...
한두해 외치는 것도 아니고 공허 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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