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부장님처럼 안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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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부장님처럼 안 될래요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3.02.14 18:21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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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을 보니 10년 후 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그만둘게요.” 10년을 일해도 당신 정도의 대우를 받게 될 것인데 난 더 뛰어나고 소중하기 때문에 그 길을 갈 수 없다는 말이다. 건방진 말처럼 들리겠지만 최근 신입들이 퇴사할 때 종종 퇴사의 변으로 하는 말이다.

올해 1월 엔지니어링사 노동조합이 집계한 급여표를 보면 퇴사자들의 말이 크게 틀리지 않아 보인다. 사원으로 입사해 통상 10년 내외를 근무해야 도달 수 있는 부장과의 연봉차이가 1.5배 내외이기 때문이다. 최근 엔지니어링업계는 청년가점과 신규인력 수급의 어려움으로 인해 신입 위주로 임금을 상당량 올렸다. 대형사 기준으로 OT별도면 4,000만원 포함이면 5,000만원에 육박한다. 중소사와 일부 중견사 부장급이 대형사 대리급과 비슷한 경우도 있다.
 
문제는 더디 올라가는 임금이다. 임금수준이 나쁘지 않은 신입에 비해 OT를 별도로 했을 때 대형사 부장 월급이 6,000만원 초중반에 머물러 있다. 이후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으로 승진해도 큰 폭의 임금 상승은커녕 상황에 따라서는 임금이 뒤로 후퇴하기도 한다. 실제 오너급을 제외하면 임원이라도 연봉 1억원을 넘기 힘들다. 대기업이나 은행권, IT업종은 40대 초반에도 1억~2억원을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엔지니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20대 후반에 신입으로 입사해 평생을 일해도 두 배 이상의 임금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업계의 임금 상승률이 낮은 이유는 조직구조가 타 업종과 다르게 역피라미드라는 점이다. 엔지니어링 입찰은 경력, 자격, 실적 3박자가 맞아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보니 회사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고연령자를 다수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한정된 엔지니어링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려면 어쩔 수 없이 임금 상승폭도 낮추고 보이지 않는 상한선도 정해놓게 되는 것이다.

다니고 싶은 직장은 초봉이 높은 점도 있지만 승진 때마다 의미있는 상승률이 반영된 연봉이 더 큰 역할을 한다. 신입~부장간 연봉 차이가 4,400만원~6,600만원보다 3,000만원~9,000만원이 더 매력적인 직장이라는 것이다. 카지노에서 미니멈벳과 맥시멈벳의 차이를 Difference라고 하는데 당연히 차이가 크면 클수록 짜릿하고 매력적인 도박장이 된다.

결국 엔지니어링업계에 기여할 젊은 인재를 수혈받기 위해서는 신입연봉보다 과장, 차장, 부장 나아가 임원의 연봉을 더 신경 써야 한다. 10년 후의 자신이 투영된 선배들이 연봉도 높고 멋진 사람이어야 엔지니어라는 직업에 정 붙이며 잘 다니지 않을까 싶다. 임금 인상을 해도 높은 직급은 적거나 또는 없게, 낮은 직급은 높게 인상률을 정하는 것부터 개선해야 한다.

엔지니어링 대가는 뻔한데 어디서 그 돈 가져오냐고 물을 수 있다. 먹구름처럼 업계 내 기생하는 전관과 영업비용부터 없애야 한다. 또 영업하고 가이드라인 정하고 조언하는 만점자 말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PQ사책들을 정책적으로 배제시키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특히 갑질 안당하고 주체적으로 일하는 선진국형 엔지니어링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조건이다. 말처럼 쉬운 일을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 말 안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남의 떡이 커 보이고 더 높은 것과 비교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최근 대기업이라도 극소수를 제외하고 50살 전에 퇴직을 당하는게 대한민국 평균이다. IT, 금융 등은 40이 넘으면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여기에 실질 은퇴는 그야말로 생계형으로 70대 중반까지 일해야 가능하다. 그에 비해 엔지니어는 자격과 실적만 되고 감리현장 진출까지 생각하면 70살을 넘어서도 일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말이다.

지나치게 정체된 임금체계를 조금 더 역동적으로 개선하고, 안정적이고 보람된다는 엔지니어링의 장점을 부각하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탈토’를 하는 젊은 엔지니어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안 좋은 기름은 짜고, 좋은 기름을 다시 칠해야 할 시점이다.

정장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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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도전관 2023-02-27 13:55:13
구구절절 옳은 말씀입니다.

킹슌민 2023-02-15 09:40:15
자고싶다

위에말하는대형사직원 2023-02-15 09:23:51
오랜만에 맞는말하는 기사다 탈토 해야지

부장되려면 2023-02-15 08:46:23
사원으로 입사해 통상 10년 내외를 근무해야 도달 수 있는 부장?

왠만한 중견급 이상 회사는 부장되려면
통상
사원 3년, 대리, 3년, 과장 3년, 차장 4년
물론 대학원 나오면 사원 2년이고, 어느 회사는 과장이 4년인 곳도 있지만
게다가 부장은 대부분 회사가 5년 이상이다.
기술사 없으면 10년하는 회사들도 많음

근육맨 2023-02-15 08:15:02
내나이 지금 50대이며 엔지니어링사에서 이정도 연령대이면 직원관리와 수주영업에 힘써야 할 세대인데 가끔 보고서작성도 하고 도면도 그리고 있다...
이런식이면 정년보장을 넘어 한참 더 경제활동을 할것같은 느낌이 드는데, 문제는 내 체력이 예전같지 않다... 병원가는 횟수도 많아지고...
박봉에 워라벨 등 매력이라고는 내가봐도 그닥 자신있게 말할수있는 부분이 없는게 사실이다!
곧 큰 사회문제로까지 다가올듯 한데 우리 Boss님은 나때는말이야! 하면서 오늘도 내일도 8~90년대 이야기를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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