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한민국은 자본주의체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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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대한민국은 자본주의체제다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3.03.1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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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일 기자
조항일 기자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헌법 제119조 1항에 명시된 이 문구는 우리나라가 자본주의체제의 국가라는 뜻이다. 병폐로 지목되는 독과점을 막기 위해 2항은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라는 정부의 시장개입 근거도 박아놨다.

제1항이 우리나라 시장논리의 보편적 가치를 지지하고 있다면 제2항은 1항을 보완하는 윤리적 성격이 강하다.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가 간절했던, 제1항의 가치를 철저하게 지키며 성장해온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10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만큼 제2항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시대적 흐름에 따르고 있다.

엔지니어링업계에도 이러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수십년간 제도적 이권과 특혜를 누렸던 대형사에 제동을 걸고 무게추를 중소사로 옮기고 있다. 분배와 평등을 정책가치로 밀어부쳤던 문재인 정권에서 대형사를 악으로 규정하고 만들어낸 합산벌점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정권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민관합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방계약법개정 TF가 이러한 일환의 흐름속에 있다. 취지는 취약한 지방경제를 끌어올리기 위해 그 기반역할을 해야할 지역업체를 보호하는 칸막이를 만들겠다는건데 이 모두가 시대적 흐름의 관점에서는 타당하다면 타당하다. 특히 지자체에게 PQ기준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권한을 준다는 내용은 노골적으로 편파판정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만큼 지역업체가 힘들다고 보는게 정부의 생각이다.

지역업체는 행안부의 생각대로 정말 약자일까. 이미 전 정권에서 사업규모에 따라 지역공동도급 비율을 부담스러울정도로 높였고 강원도는 10억원이상 사업을 수주할 경우 지역사 2개 공동도급이 의무화돼 있다. 타지역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사업을 따내려면 일 잘하는 주관사의 역량보다 지역사를 잘 컨택하는게 더 중요해졌다. 탈없는 회사, 벌점없는 회사와 컨소시엄을 하면 수주는 기정사실화 될 정도로 지역사의 위상이 높아졌다.

지역사에 매몰된 현 제도는 시장의 혼선도 가중시키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업계가 대표적이다. 중소업체들에게 기회를 준다며 만든 0.5점의 PQ가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업계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가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출을 30억원 안쪽에서 관리해야만 한다. 30억원이 넘으면 회사를 쪼개거나 다시 차린다. 종합엔지니어링사도 이 가점을 받겠다고 지역법인을 만들고 하면서 작은 시장규모에도 불구하고 업체 수는 300여개에 달한다. 소기업에 특화된 기형적 제도 때문에 환경영향평가업계의 직원 연봉은 2,000만원대가 수두룩하다.

아무리 타당한 것이라 해도 속도조절은 필수요, 핵심가치를 잃어서는 안된다. 급하면 체하고, 아는길도 돌아가라 했다. 시대적 흐름이 윤리적 가치를 존중하고 정치적올바름(PC주의)으로 향한다 해도 이들의 가치는 어디까지나 기본체제의 보완재 수준일 때 가장 빛난다.

미국은 중국·러시아와의 신냉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반도체에서는 칩4동맹을, 안보에서는 나토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동맹국보다도 자국기업이 우선이라는 명백한 입장을 취하면서 자본주의의 극한을 보여주고 있다. 전세계 최고의 부유국도 이럴진데 우리는 착한정부 콤플렉스라는 자만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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