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정자교가 무너졌다. 함께 벌어진 보행자 사망사고는 전 국민에게 충격을 안겼다. 정자교가 지난해 말까지 안전 점검을 통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더 큰 불안감에 휩싸였다.
일반적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수습 후 원인 파악, 재발 방지의 프로세스를 따르게 된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어떤 놈이 잘못한 건지 찾는 순서가 추가된다. 안전한 일상이 무너지면서 전 국민의 불안함이 더해진 범인 찾기는 30년 전에 설계한 회사까지 리스트에 올려놓게 됐다.
시작은 인터넷 커뮤니티였다. 이번에 무너진 정자교를 설계한 삼우기술단이 성수대교도 설계했었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삼우가 정자교를 설계하고 2년 뒤에 폐업한 게 알려지면서 크게 한탕하고 도망간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도 만들어졌다.
언론에서는 이걸 이어받아 폐업, 성수대교 같은 단어들을 사용하며 설계가 잘못됐다는 어조로 말하고 있다. 경찰은 LH를 통해 설계도와 구조계산서, 시공도서 등을 확보하고 설계부터 시공까지의 과정 전반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설계가 아닌 시공과 유지‧관리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양중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초대회장은 국회서 열린 토론회서 5개 신도시를 건설할 때 모래, 철근 등 자재의 수준이 지금에 비하면 많이 부실했다고 밝혔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고, 그럴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는 것이다. 수명이 다해가는 현재에 이르러서 그간 묵혀둔 폭탄이 터진 셈이다.
애초에 설계가 잘못됐다면 준공되고 10년 안에 이미 사단이 났을 것이다. 설계하는 과정에서 사업비를 남겨 먹을 구석도 없는데 품질 하자가 있을 이유도 없다. 되러 30년을 버텨온 다리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면, 그동안 관리해왔던 쪽에 문제가 있지 않겠는가. 바로 작년까지 이상 없다고 도장을 찍어준 안전 점검‧진단 업체도 마찬가지다.
행정당국이 원인 파악에 나선 만큼 이른 시일 내로 이유가 밝혀질 것이다. 다만 업체가 폐업도 했겠다, 원래부터 만만한 설계사겠다, 애초에 설계가 잘못된 것이라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상수도관이 추가 설치될 것도, 시공에 사용된 철근, 콘크리트 등이 기준미달이라는 것도 고려해서 설계했어야 했다는 식으로 말이다.
지금 진학중인 토목과 학생들도 용역사 기피하고
대학교수들부터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공무원, 공기업 가라고 부추긴다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