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심제 핵심, 전관 자인한 꼴”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탄원서까지 제출하면서 종심제 축소를 원했던 엔지니어링업계의 기대가 사실상 무위에 그쳤다. 금액상향과 함께 논의됐던 난이도 적용도 불발되면서 일각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9일 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이날 정부가 국가계약제도 선진화 방안을 통해 공개한 종심제 금액상향은 15억~30억원으로 결정됐다. 현행 종심제는 ▲기본설계 15억원 ▲실시설계 25억원 ▲건설사업관리 20억원 등 이상의 사업에 대해 적용하도록 돼있는데 업계는 이를 각각 30억원-50억원-70억원 등으로 상향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최근에는 63개업체가 기재부에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그동안 업계가 종심제 금액상향을 요구해왔던 이유는 기술력으로 포장된 과도한 영업과 막대한 제안서 제작 비용 등으로 부담이 커진 탓이다. 특히 4~5명의 인원이 한달 가까이 제안서 제작에 투입되면서 건당 제작비가 2,000만원에 달하는 상황인데다 기술력이 필요없는 단순한 사업에까지 종심제가 적용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여기에 더해 종심제 시행 이후 일부 대형사가 수주를 독점하는 양상도 종심제 축소에 힘을 실었다. 실제 업계가 지난 4년간 5개국토청과 도로공사, 철도공단, LH 등이 발주한 사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상위사의 종심제 수주율은 2019년 71% →2022년 98%까지 치솟았다.
종심제 금액상향의 필요성은 관련연구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지난해 한국건설엔지니어링협회가 건설기술연구원에 의뢰한 건설엔지니어링 종합심사낙찰제 개선 연구에 따르면 종심제 대상금액을 상향할 경우 발주금액이 1조1,456억원 절감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른 참가회사별 입찰비용도 140억~271억원 줄어들 것이라는 결과가 도출됐다. 난이도의 경우 당시 제기된 1, 2안에서 모두 접목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번 결정에 업계에서는 하나마나 한 개정이라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A사 관계자는 “이정도의 금액상향을 가지고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대형사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B사 관계자도 “탄원서까지 내면서 한목소리를 냈는데 결과를 보고나니 허망하다”라며 “업계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이 딱 이정도 수준이라는 걸 다시한번 느낀다”라고 하소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과가 종심제의 실체가 전관에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라는 지적도 있다. C사 관계자는 “현행 종심제의 가장 큰 폐해가 전관영업이라는 것을 모두가 아는데 선심쓰듯 금액만 조금 손보고 적당히 뭉개고 가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업계의 발전은 없고 갈 자리를 마련하는게 더욱 중요하다는게 확인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