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10년 뒤 엔지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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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10년 뒤 엔지니어링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3.05.22 09:31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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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대학교 나온 애 뽑았어. 이 연봉 줄 가치나 있나 모르겠네. 예전엔 건설사보다 엔지니어링사가 더 들어가기 힘들었는데 말야.”, “요즘 애들은 도무지 끈기라고는 없어. 조금만 힘들면 바로 그만두니 문제야 문제.”

어떤 업종이든 마찬가지지만 연간 100만명, 출산율 5 이상을 찍던 58년 개띠에서 70년 개띠 사이의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출산율이 높던 세대에서 경영진이 됐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높은 학력에 악바리 같은 근성으로 경쟁자들을 밟고 올라섰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끊임없이 산업이 확장되는 고성장 시대라는 점도 그 많은 인력이 한 자리씩 차지할 수 있는 요건이 됐다.

그들 관점에서 소위 요즘 MZ세대는 끈기 없고 투정만 많으며 말 안 듣는 어린애로 보인다. 게다가 인서울 나온 자신들 입장에서 지방대 출신 뽑자니 빈정도 상하고, 높은 연봉 주는 것도 아깝다. 나아가 엔지니어링산업의 가치까지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상위권 대학은커녕 지방대 출신이라도 쓸 만하면 사정사정해야 하니 말이다.

MZ입장에서는 출산율이 낮아진 것은 부모 세대가 애를 안 낳았기 때문이지 자신들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끈기가 없고 자기만 아는 것 또한 모두들 외동아들에 고명딸이니 귀하게 자란데다, 부모 세대처럼 극강의 경쟁 체재를 경험하지 않아 그렇다. 얄밉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누가 귀하게 키우라고 했나”라고 말한다.

최상위권 대학과 직장에 대한 경쟁은 여전하지만 사람이 점점 귀해지다 보니 진학과 취업에서 예전만큼의 스트레스는 없다. 사실 알음알음 부모 재산도 많은데다 외동들이다 보니 일이 조금이라도 힘들면 그만두거나 공부를 더 하기도 한다. 이도저도 안되면 집에서 놀면 그만이다. 전부 다 그렇지는 않지만 예전에 비해 이런 경향성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한 가지 지적할 점은 최근 대학 졸업자의 지식수준이 학력고사 시대나 수능 초기 세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는 점이다. 현재 지방국립대에 갈 실력이면 80년대 SKY도 가능하다. 당연히 외국어 능력이나 첨단산업에 대한 지식수준도 지금의 대졸자가 높다. 때문에 상사가 인서울이라도 지방대 출신을 무시할 수는 없다. 경험에서 조금 앞서는 것이지 지식수준은 오히려 젊은 엔지니어가 낫다.

현재 신입들이 98년생에서 00년생이니 출산율이 반토막이 나는 10년 후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다. 작년 출산율이 0.78명이고 올해는 더 떨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소중하게 자란 세대가 갑자기 희생을 강요하는 결혼과 출산을 가열차게 할 리 만무하다. 전세계 최저 출산율 대한민국의 인구구조는 항아리형이 아닌 이미 필로티 구조로 바뀌어 있다.

엔지니어링산업도 변화를 겪을 것이다. 수요가 없어서 신규 발주는 뚝 떨어지고, 있는 시설물 유지관리나 할 것이다. 사업책임자, 분야별책임자, 참여기술자 등 프로젝트별로 투입되는 인력의 수도 큰 폭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개발된 설계자동화프로그램만 봐도 투입인력의 감소가 예상되는데 AI 기술까지 접목된다면 지금의 엔지니어 규모를 유지하는 것도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그나마 있는 인력도 필리핀, 베트남, 방글라데시, 인도 등 제3국의 엔지니어로 대체되지 않을까 싶다.

최근 엔지니어링업계는 종심제다, 하도급이다, 전관이다, 로비다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이 모든 게 출산율이 반토막이 나 사람이 없어진 10년이 지난 후에는 무슨 의미로 다가올지 회의적이다. 소모적인 논쟁보다 미래에 어떻게 엔지니어링산업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지 지금이라도 고민해야 할 때다. 이미 많이 늦기는 했지만.

정장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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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따악 2023-09-13 14:42:34
아니지. 임원들은 지잡인데 신입들이 인서울임. 그렇게 곤부해서 왔는데 틀딱들이 배놔라감놔라하는 문화를 누가견뎌?

근육맨 2023-06-04 16:26:33
ㅎㅎㅎ 아마도 10년뒤 엔지니어링 업계에 엔지니어들은 동남아분들이 할껍니다~
지금 추세라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시급좋은데서 한달벌어 한달여행하고 두달벌어 두달여행하는... 겉으로는 워라벨을 쫒는다고는 하지만 아마 이런식의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조심히 상상해봅니다!

엠즤다 엠제트가 아니라 2023-05-31 23:39:58
밑에 직원들 까내리기 바쁜 우리 윗사람들 생각나네.. 심지어 학벌로 까내리지도 못할 학벌이면서 그저 맘에 안들면 욕하고 정치질하고 ㅉㅉ

J 2023-05-26 13:08:23
기존 엔지니어링 산업의 기득권 입장이 아닌 사회 전체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줄어드는 노동력을 생각하면 과감히 엔지니어링 산업의 비중은 줄어들고 미래 선도적인 산업 중심으로 인재가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굳이 엔지니어링 산업을 발전시키자는 것은 누구를 위한 고민일까.

1 2023-05-24 14:20:36
선임용자격증을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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