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보다 더 쓰는 엔지니어링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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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삼성보다 더 쓰는 엔지니어링업계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3.05.25 15:1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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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일 기자
조항일 기자

종심제 축소를 위해 업계가 또 한번 연대탄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는 종심제 취지와 함께 제도 축소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전관영입과 로비의 민낯을 모두 내보이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누가 나서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라면 그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종심제의 이면은 어쨌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번 종심제 향방이 중요한 이유는 현재 행안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종평제 도입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행안부는 표면적으로 제도 도입과 관련해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하지만 엔지니어링업계에서는 종평제 시행은 기정사실이요, 세부적인 조율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만 남은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행보를 보면 다분히 업계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엔지니어링업계의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내놨던 제도들이 시장을 얼마나 혼란스럽게 만들었나를 보면 된다. 특히 중구난방인 법제도 속에서도 정부의 성향과 관계없이 발주처의 힘을 키워 로비를 받겠다는 기조는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행안부 지방계약법TF 역시 그 연장선이다. 국토부 관할의 건진법PQ를 탈피해 행안부의 독자적인 권력을 만들어 엔지니어링업계에 숟가락을 얹겠다는 계산이다. TF의 대상도 지방계약담당관으로 돼 있다. 이미 낙찰사가 결정된 이후의 행정업무만을 담당하던 그들도 엔지니어링사에 입김을 불어넣겠다는 의도가 노골적이다. 같은 공무원인데 “우리에겐 인사를 오지 않는다”는, 그동안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엔지니어링업계를 길들이겠다는 속내다. 안그래도 광범위한 로비의 대상범주가 더 넓어질 판이다.

엔지니어링업계는 마르지 않는 샘이 아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말이다. 전세계 학계에서도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세계 최저 출산률과 인프라가 안깔린 곳 빼고 다 깔려있다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엔지니어링업계의 생존과 직결돼 있다. 밖으로는 점유율이 1%도 되지 않는데 정부는 엔지니어링업계의 성장을 제한하는 법제도만 늘어놓으니 99%의 회사가 해외에 대해서 더욱 쇄국적으로 가고 있다. 용역이라는 단어가 엔지니어링으로 바뀐지 2년이 다되가는데 현장에서는 “뭐 어쩌라고” 식이다.

시총 수백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미국의 반도체법 통과를 위해 입법로비에 쓴 금액이 30억원이다. 이것마저도 전년과 비교하면 50%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엔지니어링업계로 보자면 영업을 위해 전관 20명 데려오면 얼추 비슷한 금액이다. 종평제까지 도입되면 어디까지 늘어날지 알 수가 없다. 그야말로 “조선놈들이 더하다”라는 시쳇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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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토 2023-05-25 17:31:46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야근머신 2023-05-25 17:18:33
좋은기사 잘 봤습니다. 갈수록 이바닥이 전관의, 전관에 의해, 전관을 위한 제도로 되고 있습니다. 이 전관의 뿌리를 뽑지 못한다면 전관으로 망가진 법조계처럼 이바닥도 그렇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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