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엔지니어링업계의 스타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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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엔지니어링업계의 스타플레이어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3.06.0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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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일 기자
조항일 기자

이공계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고3 자녀를 둔 엔지니어와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요즘 애들의 꿈이 뭐인줄 아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의사 아닌가”라고 말했지만 그의 입에서는 “학원강사”라는 대답이 나왔다. 그래서 요즘 대학가에는 수학과와 같은 자연계열 커트라인이 상당히 높단다.

요즘 젊은세대는 그 어느세대보다 비교를 통한 삶이 보편화 돼있다. 그들을 뭐라하는 게 아니라 환경이 그렇다. 일상이 되버린 SNS를 통해 풍요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끊임없이 그들을 갈구한다. 내일이면, 아니 몇시간 뒤면 더 나은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인생이 SNS에 올라오니 자신의 삶에 조금도 만족을 하지 못한다. 설령 그것이 조작된 삶이라 할지라도 머릿속에서 지우기가 힘들다. 요즘 우리사회에 평균 근속연수가 채 3년이 안되는 중고신입이 많은 이유다. 이런면에서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원대의 자산을 형성하고 있는 일부 학원강사는 젊은세대의 우상이 되기에 충분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

비단 학원강사뿐만이 아니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수많은 스타들이 젊은세대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있는지도 몰랐거나, 먹고 살기 힘든게 아니냐는 막연한 생각을 가졌던 직업들이 일부 떠오르는 스타들에 의해 젊은세대의 이상향이 되가고 있다. 프로파일러나 심리치료 상담사가 대표적이다.

스타플레이어의 존재는 엔지니어링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엔지니어링업계를 대표하는 스타가 존재한다면 지금겪고 있는 인력난이나, 사회적 인식 개선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 과거 의대와 양대산맥을 이뤘던 토목과의 위상도 제고할 수 있다.

쉬운일은 아니다. 엔지니어링산업은 발주처라는 고정적인 기관을 두고 있고 입에 올리기 민망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만큼 전면에 나서는게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자동차 엔지니어, IT엔지니어는 알아도 토목엔지니어는 하는게 뭐냐는 사회적 인식도 한몫한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것을 설계한다는 특징은 시각적 효과에 취약한 인간의 본능을 건드리지 못한다는 부분도 있다. 이 바닥과 비슷하거나 떨어지는 대우를 받는 우주 엔지니어들조차 두 번이나 쏘아올린 누리호의 성공에 사회적 인식이 바뀔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지 않았나. 엔지니어링판 스타플레이어가 필요한 이유다.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용기있는 자가 나와야만 한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 조성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하는 것이 기성세대다. “나도 그랬으니 너도 그래야한다”라는 마인드를 후배들에게 강요할 게 아니라 그들의 응당한 목소리를 방어해줄 수 있는 선배들이 필요하다. 회사의 오너나 CEO들은 합당한 월급으로 충당해주면 된다. 요즘 세대가 눈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타당한 돈을 주면 남아있는다는 건 최상위권 몇 개 회사를 보면 확인된다. 동시에 업계의 불편한 팩트를 받아들이고 변화를 위한 움직임에 동참해야 한다. 그런면에서 할말은 하겠다는 이번 종심제 연대탄원은 향후 업계의 문화를 바꾸는 핵심 사안이자 스타 엔지니어 탄생의 키가 될 수도 있다.

엔지니어는 좋은 직업이다. 공무원은 박봉에, 시공사는 정년이 짧아지고 있다. 노동력의 가치가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보통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여전히 노동이 핵심이고 엔지니어의 명줄은 그 어떤 직업보다도 길다. 시공중인 교량을 기준으로 인도에서는 무너져도 한국에서 만든 다리는 붕괴됐다는 기억은 없을 정도로 우리의 기술력은 전세계 정상권이다. 해외에서는 엔지니어가 탑클래스일 정도로 명망있는 직업이다. 산업화시대를 지나 투명성과 공정성을 요구하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앞의 과제들이 선행된다면 그럴 날이 멀지 않았다.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엔지니어링업계를 바로잡아줄 스타플레이어의 탄생은 구태를 끊는 것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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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3-06-10 16:37:17
시공사 정년 안짧습니다.. 전 설계사.시공사 다 다녀봤어요.
그리고 해외에서 엔지니어 탑클래스도 아니고요.
그리고 시공사는 엔지니어 아닌가요? 용역만 엔지니어인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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