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민관합동의 나쁜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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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민관합동의 나쁜 예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3.06.08 18:0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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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팀코리아라는 말로 사기업과 공기업이 연합해 민관합동으로 해외컨설팅사업을 진행한지 십수년이 지났다. 그간 국내에서 발주청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해외사업에서 이용하는 공기업들이 많았다. 적은 지분에도 불구하고 주관사를 자처하거나 현지에서 국내처럼 갑질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엔지니어링사들이 공기업과 컨소시엄을 맺는 이유는 사업관리 및 운영-PMC 등 현행 대한민국에서 엔지니어링사가 실적을 쌓을 수 없는 분야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또 공기업이 내부혁신 삼아 해외진출을 하는 경우 해당 발주처에 아쉬운게 많은 엔지니어링사가 이에 해당한다. 이 경우 설계능력이 없는 공기업의 일까지 엔지니어링사가 맡는 일이 허다하다.

한국적 특성을 생각하면 이제까지 부조리는 그런대로 이해할 만 하다. 하지만 최근 EDCF론으로 추진되는 필리핀 두마게떼 신공항 건설사업은 ‘문제가 크다’라는 생각이 든다. 컨설팅비만 191억원에 달하는 이 사업에 인천공항공사가 엔지니어링사와 컨소시엄을 짜고 참천한다는 것이다. 그 바람에 참여를 고민하던 경쟁 엔지니어링사들은 시작도 전에 포기하는 분위기다. 정부기관이자 발주처인 인국공과 경쟁하는 것도 부담인데다 사실 ‘어차피 안 될 것’이라는 인식도 팽배하다.

인국공의 참여가 이상한 것은 론의 출처 때문이다. EDCF는 곧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고 기획재정부 산하다. 그러니까 인국공이 두마게떼 공항 사업을 따는 것은 기재부의 예산이 국토부로 들어가는 꼴이다. ODA사업이라는데 공여국 정부의 돈이 저글링하듯이 이 부처에서 저 부처로 돌고 도는 셈이다. 백번양보해서 공기업이 해외사업에 참여하려면 그 대단한 실적으로 MDB나 재정/민자사업에 팀코리아를 꾸려야 한다. 이것이 실질적이고 성공적임 민관합동이 아닐까.

한국의 ODA는 부처간 성과주의에 매몰돼 있다. 일본의 1/10 수준 공여액으로 기재부, 외교부, 국토부 등 수많은 부처가 각자 지원하고 있다. 수원국 입장에서는 한국정부라는데 여기저기에서 접촉을 하니 정신도 없는데다 공여액도 소규모라 시큰둥하기 일쑤다. 일본 JICA처럼 규모도 크고 채널도 단일화된 국가와 협상하는게 여러모로 효율적이고 실질적이다.

이도저도 싫으면 공기업을 민영화시키면 된다. 세계적인 추세도 작은정부인데다 국내 건설물량도 정점을 지나 하향 추세니 각각 효율화시켜 민간인 상태로 해외진출을 도모해야 하지 않을까. BTS, 블랭핑크가 정부와 민관합동으로 세계진출한건 아니지 않나.

건설 공기업은 발주와 운영에 특화된 조직이다. 같은 토목과를 나왔지만 설계능력은 대부분 없다고 보면 된다. 실질적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현 발주처의 PMC 실적과 엔지니어링사의 설계감리 능력이 화학적 반응으로 접합돼 있어야 한다. 민영화된 공기업과 현 엔지니어링사의 합병을 통해 거대엔지니어링사가 탄생해야 엔지니어링도 대한민국의 주요 수출품이 될 수 있다.

정장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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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돌이 2023-06-09 14:23:43
엔지니어 생각해 주는건 정부장 밖에 없군

얼척 2023-06-09 08:07:46
국내 공기관의 경우 국내 엔지니어링사와 함께 EDCF를 포함한 ODA 사업 수주시, 현지에 가족 모두를 데리고 나가 자녀들의 특례 입학을 위해 발버둥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 공기관이 수주한 금액보다 예산을 초과하여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가 허다함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행위는 감사원 감사를 통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지만 이런 경우는 단 한번도 보질 못했다.

인정 2023-06-09 00:06:03
기사 참 좋네요
해외사업에 놀러가는 생각으로 나가죠
어차피 국내엔사가 모든일을 할테니
그들 인당단가는 높게책정해서 받고, 일은 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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