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인당 1,000만원”…BIM 장비 세팅에 허리 휘는 엔지니어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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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1인당 1,000만원”…BIM 장비 세팅에 허리 휘는 엔지니어링사
  • 김성열 기자
  • 승인 2023.06.20 10: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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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소프트웨어 구입 비용만 1,000만원 훌쩍 넘어
업계 "BIM 도입 시 초기 비용도 대가에 포함돼야"

(엔지니어링데일리)김성열 기자=#최근 A엔지니어링사 BIM 팀은 고사양 컴퓨터를 구입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컴퓨터로는 BIM 소프트웨어를 원활하게 사용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높은 가격이 부담스러워 브랜드PC 대신 조립품으로 알아봤음에도 600만원이 넘는 견적에 A사 BIM 팀장은 회사 눈치를 보며 구매 품의를 작성했다.

오는 2025년 BIM 설계 전면 도입을 앞두고 업계에서는 준비가 한창이다. CAD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BIM 소프트웨어들을 활용하기 위해 고사양 컴퓨터를 구입하고, BIM 소프트웨어 보유량도 늘려나가고 있다.

A사의 경우 기존에 사용하던 컴퓨터는 HP에서 완제품으로 200만원 선으로 단체 구입한 제품이었다. 사양은 CPU i7-10750, RAM 32GB, 그래픽카드는 RTX 3050 8GB, SSD 512GB 정도로 구성됐다. 해당 사양으로는 BIM 소프트웨어 처리 속도가 느리거나 버벅대고, 제대로 운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조립PC로 CPU는 i9-12900KS, RAM 128GB, 그래픽카드 RTX 3090Ti 24GB로 맞추고 SSD 2TB, HDD 4TB까지 포함한 가격은 약 600만원으로 집계됐다. 부품별로 최저가에 구매한 가격이지만 기존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가격이다. A사는 BIM팀 운영을 위해 약 1,200만원에 달하는 HP의 Z6 데스크톱도 구매했다.

아직 BIM 설계 초기 단계라 고사양 컴퓨터가 많이 필요하진 않지만, 지금도 프로젝트당 1개씩은 필요한 상황이라 구매량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B사는 약 550만원의 HP의 Omen 45L, C사는 조립품으로 AMD 라이젠 9-5950X, 라데온 Rx 6900 XT 등의 사양으로 약 300만원의 본체를 맞춘 상태다.

A사 관계자는 “안정적이고 빠른 속도로 BIM 설계가 가능한 수준의 PC를 맞추려면 이 정도 가격대가 필요하다”면서 “결국 BIM 전면 도입이 되면 1인 1PC를 마련해줘야 하는데, 이런 초기 비용에 대해서 발주처가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기본적인 장비가 맞춰졌다면, 다음은 BIM 소프트웨어다. 엔지니어링사 대다수가 사용하고 있는 오토데스크의 AutoCAD와 BIM 소프트웨어(Revit, Civil3D 등)을 기준으로 가격을 살펴보면, AutoCAD는 연간 약 250만원의 구독료를 내야 한다. 여기에 BIM 소프트웨어를 한 묶음으로 판매하는 AEC Collection을 구입하면 약 450만원으로 200만원이 늘어난다.

게다가 오토데스크의 가격 정책이 변화함에 따라 AutoCAD는 3인당 1카피만 보유하면 됐었다면, 이제는 1인당 1카피를 구입해야 한다. 단순 계산으로 1인당 약 80만원이었던 소프트웨어 비용이 450만원까지 늘어나는 셈이다. 벤틀리, 올플랜 등 여타 회사의 BIM 소프트웨어도 구입한다면 부담은 더 커진다.

PC 가격에 소프트웨어 가격만 더해도 투입되는 비용이 1인당 1,000만원을 넘어서면서 회사부담이 만만치 않다. 대형사인 A사에서 설계 엔지니어는 약 800명에 달한다. 초기 비용으로 80억원이 넘는 돈이 필요한데다가, 소프트웨어는 매년 구독비를 내야하고 PC의 경우 5~6년마다 비슷하거나 더 상향된 사양의 본체를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영업이익이 100억원대도 기록하기 힘든 업계 사정상 감당하기 힘든 가격이다.

PC, 소프트웨어 구입처럼 당장 눈에 보이는 비용부터 엔지니어 교육, 신규인력 영입 등 보이지 않는 비용까지 계산하면 BIM 사업 수주가 손해인 수준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해당 비용을 감안해서라도 BIM 대가 상승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본격적인 BIM 전면 도입 시 초기 비용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더해졌다.

D사 BIM팀장은 “이건 단순히 업계가 일할 수단까지 정부에 책임져 달라는 게 아니다”라며 “기존에 식칼로 영업 잘하고 있던 식당에 앞으로 전기톱만으로 요리하라는 정부 지침이 내려왔으면, 전기톱 사는 비용은 어느 정도 지원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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숑숑 2023-06-21 09:08:24
정부도 사람이라면, 높은 수준의 서비스에 그만한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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