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는 누가 키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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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소는 누가 키우나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3.06.23 14: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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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일 기자
조항일 기자

지난해 4월 산업인력공단이 시행한 기술사 127회 토양환경기술사 필기시험 응시자는 19명이었다. 총 30명이 신청을 했는데 11명이 시험을 보지 않으면서 결시율은 36.6%로 집계됐다. 이날 치러진 전체 기술사 시험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반면 같은날 환경부가 주관한 환경영향평가사 18회 필기시험에는 276명이 응시했고 해당기수에서만 최종 48명의 환평사가 배출됐다.

환경영향평가사에 대한 인기가 치솟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부터 환경영향평가업체 기준 요건에 평가사 채용을 의무조항으로 두면서 수요가 많아진 탓이다. 연간 2회 시행되던 시험도 3회로 늘어났다. 전국에 300여개에 달하는 환평업체가 있는데 희망근무지역 대부분이 서울인 것을 고려해보면 현상유지를 위해 필요한 평가사는 1,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450여명 정도가 배출됐으니 목표치를 채우기까지 향후 4~5년간은 문닫는 회사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평가사 도입 논의는 10여년전에 예고된만큼 제 때 준비하지 못한 업체는 정리되는 것이 맞다. 경쟁력을 키울 생각은 않고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불러온 참사다. 채용이 어렵다면 스스로 자격증을 따볼 생각은 해봤을지 의문이다.

평가사는 기사만 있으면 4년만에 시험을 칠 수 있고 공무원이면 9급은 5년, 5급이상은 3년만 일하면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평가사를 따면 1억원의 연봉도 꿈이 아니고 단숨에 PM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기사경력 있는 4년차가 수십년 이상의 베테랑 기술사들을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공무원에게는 문턱이 낮아 보이는 응시자격은 업계의 생태계는 관심없고 그들의 안정적인 노후를 위한 설계라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담겨있다. 거짓부실을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가 평가사 도입이라면서도 정작 문제가 생겼을 때는 업체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는 건 이러한 의혹을 증폭시킨다.

중요한 것은 결국 그들도 실무자들이 없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해질 뿐이라는 것이다. 환경부가 평가사를 업계의 최고 권위로 가다듬고 있는 동안 업계의 상황은 최악에 봉착해 있다. 전문 환평업계의 평균 신입 연봉은 3,000만원 안팎이다.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회사가 작을수록 줄어드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토목업계와 마찬가지로 환평업계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이유다. 그나마 PM의 위치를 지키며 최고의 영예인 기술사가 엔지니어들의 희망이었는데 명분이 사라졌다. 같은날 치러진 시험에서 서로 다른 온도차가 확인된 건 우연이 아니다.

제대로 일해 본 기술자가 경력을 쌓고 기술사를 따야만 산업이 튼튼해진다. 그리고 충분히 검증된 이들에게 평가사의 자격응시를 주는게 타당하다. 기술사 유무를 필요조건으로 하는게 가혹하다면 최소 10여년에 가까운 경력을 쌓고 나서 시험을 보게 해야한다. 공무원 응시자격도 지금보다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균형의 추가 맞다. 기준을 강화해야만 평가사를 행정 자격증으로 낮게 보는 일부 비판론자들도 끌어 안을 수 있다.

환경기술사회도 반성이 필요하다. 전신인 환경관리기술사회 시절까지 반세기 가까운 역사를 가졌으면서도 사태가 이지경이 될 때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제도 뒤에 숨어 환경부의 눈밖에 나지 않도록 명맥만 이어가던 세월을 되돌아봐야 한다. 업계의 진정한 발전은 적절한 견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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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2023-06-24 16:42:03
소는 기술사 하나 갖고 평생 놀고 계신
어르신들이 키워야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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