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탄원서가 잘 안 먹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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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탄원서가 잘 안 먹히는 이유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3.07.05 08:4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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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업계의 대정부탄원서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나치게 남발한다는 측면과 앞에 나서서 혼자 독박쓰기 싫다는 심리가 어우러져 실효성이 의심되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링업계의 탄원서는 2017년 부실공사 발생시 형사처벌한다는 건진법 85조, 87조2항에 항거해 4만5,000명의 서명한 것을 필두로 BIM, 기술사법, 종심제, 하도급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종심제는 탄원서만 벌써 3번째다.

엔지니어링업계 탄원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고 국회와 정부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탄원서 자체가 정책담당자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탄원서는 장관이나 국회의원이 아닌 담당사무관이나 비서관에게 전달했고, 엔지니어링사 대표도 아닌 직원이 제출했다. 업계의 의견이 대통령이나 총리는 불구하고 장차관, 국회의원에게도 전달되지 않고 서명도 많아야 수백개에 불과하니 표가 되지 않는 민원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단체집회는커녕 일인시위도 하지 않고 다들 조용히 있으니 담당부서로써는 전혀 부담이 없다. 

최근 논란이 됐던 간호법과 양곡관리법을 살펴보자. 의사와 간호사 각자의 논리는 있었지만 결국 간호사는 24만이라는 표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의사는 소아과, 산부인과, 응급의료과 그리고 바이탈 등 필수과의 의료공백을 무기로 자신들의 주장을 상당부분 관철시켰다. 그 과정에서 의사, 간호사들은 단체집회와 시사프로에서 수많은 맞짱토론을 벌여왔다. 강대강으로 맞붙은 결과 의사는 의사대로 간호사는 간호사대로 영향력과 실익을 챙겼다. 

양곡관리법은 또 어떠한가. 정부에서 양곡관리법의 폐해와 문제점을 아무리 논리정연하게 말해도 농촌출신 국회의원의 결사항전으로 통과됐다. 물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자신들에게 표를 주는 농민이 뒤에 있다 보니 농촌출신이라면 국민의힘 의원조차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찬동하거나 입을 다물었다.

엔지니어링업계가 힘을 가지려면 표를 기반으로 한 적극적인 행동력과 이슈 메이킹이 필요하다. 불편부당한 입법들을 구심점도 없는 탄원서로 대응하기에는 힘이 약하다. 서명부를 돌리려면 대표자 1인이 아닌 수십만 엔지니어가 참여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현장에 나가 강도 높은 집회를 열어야 한다. 탄원 내용도 사업자 입장 보다는 30만 엔지니어의 안녕을 위한다는 명분을 잡아야 한다. 똑같은 사안이라도 사업자의 이득보다는 수십만의 표가 보이고 엔지니어의 권익을 증진하는 편으로 탄원서가 작성돼야 정책담당자와 정치권에서 반응하고 받아주기 더 편하다. 

아울러 자신들을 약자로 치부하고 여기저기서 이거해달라 저거해달라 할게 아니라 스스로 장관이든 국회의원이든, 나아가 대통령이 되서 정책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검사출신이 국토부장관도 하고 대통령도 하는 마당에 엔지니어라고 나라님 되지 못하란 법이 있나. 300명의 국회의원만 봐도 별의별 직업이 많은데 엔지니어링을 이해하고 지원할 엔지니어출신 의원이 단 한명이라도 있나 싶다. 

엔지니어링은 지식기반산업으로 30만명이나 종사하는, 국가기간망을 건설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양질의 고학력 일자리를 담보하고 해외진출을 통해 개발도상국도 지원하고 있다. 이토록 중요한 산업이 언제까지 홀대를 받으며 탄원서만 제출할 것인가.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리는 도광양회의 시대는 끝났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유소작위의 정신으로 엔지니어링 출신 권력자를 만들어 더 이상 억울한 일 좀 안당하고 살자.

정장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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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보 2023-07-06 16:00:29
힘을 모아서 엔지니어링업계에서 의원 하나 만들어 봅시다 비례라도요

알면서도 안하지 2023-07-05 16:29:55
각회사 오너들 일 편하게, 로비로 수주할 생가 말고 각 협회들, 기술사회 등등 회비 받아서 월급 받고 탱자탱자, 골프나 치지 말고 엔지니어 위상 제고에 힘쓰기 바랍니다. 탄원서로 쇼하지 말고 각사 대표들이 국토부 앞에서 시위하면 탄원서의 진정성을 인정해준다..

현실 타파 2023-07-05 11:06:42
언제까지 평생직업을 믿나요?
제2의 부수입을 생각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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