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순살자이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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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순살자이효과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3.07.1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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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일 기자
조항일 기자

부실시공으로 도마위에 오른 GS건설이 연일 전국민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아파트브랜드인 자이에 ‘순살자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며 조롱을 하고 있다. GS건설의 직원들이나 자이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주식이, 집값이 떨어질까 마음고생이겠지만 “나만 아니면 돼”라는 요즘 사람들의 입장에선 이렇게 씹고 뜯고 맛볼 수 있는 소재가 없다.

한탄스럽게도 건설엔지니어링업계는 강건너 불구경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최근 종심제나 하도급금지법 등에 대해 탄원서를 제출한 건설엔지니어링업계지만 가장 중요한 숙제가 남아있어서다. 합산벌점 무사망사고 인센티브 적용이 그것이다.

건설엔지니어링업계는 지난해 말 개정안 논의를 통해 극적으로 무사망사고 인센티브 적용에 탑승했다. 모두가 개정안 통과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었는데 법제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무사망사고 인센티브 적용 논의에 있어서 처음부터 시공사와 함께하지 못해 달라진 적용시점을 소급적용 한 게 걸림돌이 됐다.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간 엔지니어링업계지만 재개정 논의를 위한 과정이 산 넘어 산이다. 당초 올 상반기 재입법을 원했지만 종심제나 하도급금지법, 지방계약법TF 등 이슈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사실상 연내 개정이 물건너 간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설령 연내 논의가 열린다 해도 계속되는 시공사의 안전논란은 향후 정부 정책의 방향성이 업계의 입장과 배치될 것이라는 예상을 어렵지 않게 한다.

여기에 최근에는 재개정안의 방향이 무사망사고 인센티브에서 엔지니어링업계를 제외하는 최초 논의대로 갈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합산벌점 시행 이후 공개된 엔지니어링사의 벌점현황에서 1, 2개 업체를 제외하고는 벌점이 치명적으로 늘어난 곳이 없어서다. 준비를 잘해 좋은 성적표를 받아든 것인데 국토부 입장에서는 합산벌점 적용은 타당했다는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이번 자이사태는 건설엔지니어링업계의 해외수주에도 치명타다. 아무리 잘한다 해도 해외수주 1% 미만인 현실을 바꾸기가 어려운데 한국 시공업계의 이러한 민낯은 건설엔지니어링업계의 이미지에도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게 뻔하다.

건설엔지니어링업계에서는 억울하고 통탄한 일들이겠지만 결국 이건 그들의 사정일 뿐이다. “우리는 시공과 다르다” 외쳐봤자 돌아오는건 공허한 메아리 뿐이다. 이러나저러나 순살자이효과에 곤혹을 치르게 생긴 엔지니어링업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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