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없는데 경단녀로 인정?…어리둥절 물산업 취업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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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없는데 경단녀로 인정?…어리둥절 물산업 취업지원
  • 김성열 기자
  • 승인 2023.07.1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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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데일리)김성열 기자=취업해 본 적 없는 여성도 경력녀로 인정해 물산업 분야 취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단순히 성별로 지원 자격이 정해지면서 남성에 대한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경력 없는 경력단절여성
한국상하수도협회는 지난달 1~9일 경력단절여성 물산업분야 취업지원 프로그램 참가자를 모집했다. 세부적으로는 인문‧상경 30명, 이공계 30명으로 총 60명의 지원자를 모집하는데 교육 대상을 ‘취업을 희망하는 경력단절 여성 및 미취업 여성’으로 명시했다.

지원 자격도 나이‧경력 제한 없이 취업 의지가 확고한 미취업 경단녀면 지원할 수 있다. 우대조건으로는 혼인‧임신‧출산‧육아 등으로 경제활동을 중단했지만 취업을 희망하는 경단녀를 내걸고 있다.

문제는 졸업 후 2년간 미취업 상태인 여성도 경단녀에 포함한다는 항목이다. 우대조건에도 경제활동을 한 적이 없는 여성이 포함됐다. 사실상 여성이라는 조건만 갖추면 경단녀로 인정받아 취업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경력단절이라는 단어 의미가 무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일한 혜택, 불공평한 자격
이렇게 선정된 경단녀들은 협회가 환경부와 함께 진행하는 물산업 미래인재 양성과정과 같은 혜택을 받게 된다. 두 프로그램 모두 우수한 성과를 거둔 교육생에게는 환경부 장관과 상하수도협회장 명의 상장이 수여된다. 채용 인적성 검사와 인턴십‧취업 연계 지원도 마찬가지로 제공된다.

경단녀 프로그램이 혜택에서 앞서는 부분도 있다. 경단녀 프로그램은 매월 교육훈련비 45만원, 자격증 취득 지원비 20만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 미래인재 프로그램은 교육훈련비 30만원, 자격증 취득 지원금 15만원 등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경단녀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상황을 배려해 교육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것도 수도권 외 거주자에게는 일종의 특혜라는 해석이다.

혜택이 경단녀뿐만 아닌 단순 미취업 상태인 여성에게도 적용되면서 물산업분야 취업을 준비하는 남성 엔지니어들은 차별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제26기 미래인재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올해 엔지니어링사에 취업한 남성 A씨는 “출산이나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사람이면 모를까, 그냥 저랑 똑같은 대졸인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혜택받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전했다.

이어 “물론 교육 프로그램도 조금 다르고 직접 현장에서 실무를 뛰어볼 수 있다는 차이는 있겠지만 지원자들 수준 차이는 더 심할 것”이라면서 “교육비 지원도 그렇고 이력서에 스펙 한 줄이라도 넣을 수 있다는 점이 얼마나 큰지 취준생들은 절실하게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업 안 해본 경단녀…법으로 인정됐다
상하수도협회가 경단녀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은 지난 2021년부터다. 당시 1기 프로그램에서는 미취업 여성을 경단녀로 포함한다는 항목을 찾아볼 수 없다. 해당 조건이 추가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이들이 차별적인 지원 제도를 운영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5월 시행된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여성경제활동법)에서 경제활동을 한 적이 없는 여성 중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도 ‘경력단절여성 등’으로 정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하수도협회 측은 지난해 여성단체, 관련 협회 등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제기된 경단녀를 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프로그램이 여가부와 환경부의 협업사업으로 진행되면서 여성경제활동법을 적용한 것이다.

현재 경단녀 취업지원 프로그램은 여가부의 서부여성새로일하기센터와 협력체계를 유지하며 운영 중이다. 이론교육은 상하수도협회에서 전담하고 있으며 직업상담사를 통한 전문 취업상담, 취업처 발굴 지원 등은 센터에서 맡았다.

한편 상하수도협회에 따르면 물산업 미래인재 양성과정은 누적 취업률이 약 80%인 반면, 경단녀 취업지원 프로그램의 취업률은 제1기 약 47%, 제2기 약 25%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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