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LH만의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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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LH만의 문제일까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3.08.03 17:5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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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준 LH 사장은 검단자이 주차장 붕괴의 후속초치로 반카르텔공정건설추진본부라는 것을 설치했다. 추진본부 본부장은 LH건설안전기술본부장이 맡아 설계-심사-계약-시공-감리까지 건설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관예우와 이권개입, 담합과 부정부패를 근절한다는게 취지다. 

이 사장이 말한 전관예우 항목의 실체를 엔지니어링업계에만 대입시켜도 수백명의 LH 전관들이 각 사별로 꼼꼼히 박혀 담합과 이권개입 같은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있다. 단지설계의 경우 LH의 PQ실적 기준 자체를 전관을 쓰지 않고는 충족할 수 없고, 그들 없이는 사업 참여가 불가능해 울며겨자먹기로 전관시스템을 돌리는 것이다. 80~90년대 카지노업체 운영권 선정이 호텔이 아닌 안기부에 있던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PQ실적기준 자체가 전관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번 LH의 대책은 그저 눈가리고아웅일 뿐이다. 대책에는 실질이 들어가야 하는데 과연 LH가 자기 밥그릇을 내던지며 이 부분까지 메스를 가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문제는 이번 반카르텔공정건설추진본부가 LH에 한정해 설치됐다는 점이다. LH발 주차장이 무너졌다고 추진본부를 만들었다는 것인데 건설산업 관점에서 전관과 담합, 부정부패가 문제라면 도로든 철도든 상하수도든 항만이든 어떤 분야라도 LH와 비슷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정도는 모두들 알고 있다.

당장 엔지니어링업계만 봐도 종합심사낙찰제를 필두로 갖가지 반카르텔, 반공정한 일이 밤하늘의 별처럼 많지 않은가. 결론적으로 반카르텔공정본부는 LH에만 설치될게 아니라 적어도 차관급이 본부장을 맡아 국토부가 직접 핸들링해야 한다. 단 자신의 살을 잘라낼 수 있는 처절함이 있어야겠지만 말이다. 

하나 더 지적하자면 이한준 사장이 “부실시공 설계감리업체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말한 점이다. 이는 수백개 현장을 관리하는 엔지니어링사에서 하나의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수십만 엔지니어의 밥줄을 끊어버리겠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논리라면 엔지니어링사를 영업정지 시키듯 발주처 전체의 업무를 정지시켜야 하는게 맞다. 왜 발주처는 담당만 징계받고 엔지니어링사는 전체가 처벌을 받나.

이런 발주기관의 시각은 설계감리 엔지니어링을 밑에 두고 부리는 용역으로 인식해서다. 머슴이 말을 듣지 않으면 더 강하게 두들겨 패야 한다는 사고방식과 매한가지다. 그게 아니고서야 사안의 실체도 따져보지 않고 어떻게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운운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고품질 설계로 높은 성과를 내면 아무일도 없이 지나가고 문제가 생기면 모든 책임을 뒤짚어 쓰는 것이 엔지니어링의 현실이 아닌가 싶다. 인센티브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독박만 씌우지 말란 말이다. 부디 이번 반카르텔반공정건설추진본부가 LH를 필두로 국토부, 지자체 전체로 퍼져 가길 바란다. 물론 유야무야 되겠지만 말이다.

정장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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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 2023-08-04 11:16:13
장희형이 최고야

00 2023-08-04 11:06:44
정기자님의 뼈만 골라 때리는 필력은 언제 봐도 감동입니다.

박준용 2023-08-04 11:06:33
속 시원한 기사입니다만.... 위정자들이 이글을 보고 고쳐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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