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필승조 BTS, 패전조 엔지니어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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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필승조 BTS, 패전조 엔지니어링사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3.08.09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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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일 기자
조항일 기자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할 것이라는 뉴스가 나오면서 정부가 비상에 걸렸다. 지난 장마로 인한 침수피해 복구는커녕 책임자 처벌도 못한 데다가 연일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잼버리 사태로 정부의 무능한 행정력이 바닥을 드러냈다. 여기에 카눈이 가져올 태풍 피해는 윤석열 행정부의 위기와 내년 총선까지도 영향이 미칠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어찌 비상시국이 아니겠나.

인간이 자연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기원전에도, 현재도 없다. 이런점에서 볼때 태풍 카눈도 한반도에 상당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힐 게 불보듯 뻔하다. 정부가 중대본 단계를 최고단계로 격상한다고 태풍이 비껴가진 않는다. 이건 그저 “우리 일 한다”라는 대외메시지 전달에 목적이 있을 뿐이다. 이래나저래나 그저 피해를 최소화하는게 최고의 대처능력이다.

이런점에서 엔지니어링사는 상당히 억울한 입장에 놓여있다. 인류를 문명으로 이끈 엔지니어링이지만 자연재해 앞에서는 마찬가지로 속수무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최소화해보고자 제방을 쌓고 댐을 놓고 해서 국지적으로 막을 수 있게 된 요즘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 세계에서는 힘없는, 온갖 원망과 비난을 감수해야하는 초라한 집단이다. 특히 한국에서 대우는 고정적이다. 평소에는 용역이자 현금배달부였다가 사건사고가 나면 배후세력마냥 줄줄이 굴비처럼 엮여나온다. 최근에도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인근 하천 감리사업에 참가한 엔지니어링사 경영지원본부와 감리본부가 압수수색을 당했다. 심지어 사업에 참여한 감리가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책무를 다했는데도 압수수색을 피하지 못했다. 그리고 제1호 중대시민재해법이 적용될 수 있는 후보군이 됐다.

국제망신이라는 잼버리 사태로 정부는 국면전환용 카드로 BTS를 꺼내들었다. 국민들은 정부의 똥을 치우는데 왜 아이돌을 이용하냐며 비난하고 있지만 그들도 BTS가 그만큼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파워가 있다는걸 알아서다. BTS가 가진 영향력과 인지도가 그만큼 호의적이라는 바탕이 깔려 있어서 가능한 얘기다. 이만큼 확실한 필승조도 없다.

하지만 엔지니어링사는 왜 언제나 패전조인가. 신의 시련 앞에서 인간의 지식을 총동원해 유일하게 맞서는 엔지니어링을 하찮게 대하나. 건설엔지니어링은 대한민국을 전세계 10대 선진국의 영광을 만든 산업이다. 경제 위기때마다 일자리 창출을 통한 돌파구를 마련해 준 것도 건설엔지니어링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모두 망각한 채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꼬리자르기 당하는 그들이다. 엔지니어들을 위해서라도 태풍 카눈이 무사히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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숑숑 2023-08-10 08:40:38
해병대와 국방부가 빠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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