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감리감독감사관리원이 생기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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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감리감독감사관리원이 생기는 날까지
  • 김성열 기자
  • 승인 2023.08.11 17:5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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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열 기자
김성열 기자

최근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계속되면서 정부는 여러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국토교통부가 꺼내든 카드는 가칭 ‘감리 감독원’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감리를 감독하는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 정부가 직접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논리는 그럴싸하다. 중대재해처벌법부터 온갖 규제들로 옥좼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꾸준히 발생했으니 손수 나서서 업자들을 계도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감리 감독원의 구체적인 업무로는 현장 감리자를 상시 점검하고 감리업체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도 진행하는 것이 고려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감리 감독원이 정말 사고를 줄이고 안전한 현장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이미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는 감리를 굳이 감독한다고 한들 그들의 업무능력이 하루아침에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업계는 물론이고 전문가들도 옥상옥 규제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식이라면 감리 감독원이 도입되고 난 뒤, 그 감리 감독원이 제 역할을 못 해서 문제가 생기면 감리 감독원을 감사하는 단체가 생길 수도 있다. 그 뒤에는 감리 감독원을 감사하는 단체를 관리하는 단체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현장에 있는 국토부 직원이 건설근로자 수보다 많아지면 사고 없는 현장이 만들어질까?

애초에 감리는 건설공사가 설계도와 관계 법령의 내용대로 시공되는지 확인하고 기술지도도 하는 감독의 자리다. 부실한 감리가 문제가 된다면 감리가 전문성을 보유했는지 확인하고 자격을 검증하는 게 필요하지. 잘하고 있나 확인하는 시어머니는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현장에서 목소리 큰 시공사를 찍어누를 수 있을 만큼의 권한을 부여하는 게 필요할 수도 있다.

결국 국토부가 해결책이라고 내놓은 방안은 근본적인 문제해결보다 업계에 영향력을 늘리려는 속셈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이미 감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법이고 규제고 가만히 두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앞에서는 PM을 도입하겠다, 산업 규제를 풀겠다는 식으로 자율권을 주겠다는 듯 떠들지만 뒤에서는 하나하나 간섭하며 목소리를 키울 생각뿐이다.

정말 국토부가 안전한 현장을 만들고 싶다면 무엇을 우선시하고, 어떤 것이 필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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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현 2023-08-16 11:15:03
무슨 문제만 생기면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는 일보다는 가장 손쉬운 방법, 즉 난 잘못한 일이 없고 조직, 절차 및 법을 범인으로 정의하여 또다른 조직이나 법령을 만드는 일에 몰두한다. 언제까지 이런식이어야 하나! 답답하기 그지없다.

늙은 엔지니어 2023-08-14 07:40:56
우리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의 발생 원인을 개선하려면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는 기본으로 부터 출발하여 해결점을 찾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질 못하고 항상 땜방식으로 그 문제만 덮으려하는 후진적 습관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이유야 생각해보면 금방 짐작은 가지요,, 기본으로 가다보면 이미 이권으로 얽히고 설키어 한덩어리가 되어있으니 끊어내기가 어려운 측면도 있고,,
또 그 기본부터 출발하려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냄비끓듯 끓어오르는 민심을 달래려니 금방 무어라도 해야하겠고,,
이러하니 맨날 땜방식으로 힘없는 놈 하나 조지면서 개혁이다 혁신이다 그럴 듯한 포장으로 형편없는 대안이 나오지요,,

이제는 우리도 산업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주체로서 당당히 미래를 위한 대안을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2023-08-12 14:48:50
탁상행정이란 이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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