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태계 망치는 마구잡이 의원입법…법안 사전검토제 도입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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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생태계 망치는 마구잡이 의원입법…법안 사전검토제 도입되나
  • 김성열 기자
  • 승인 2023.08.2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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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데일리)김성열 기자=최근 국회의원 발의 법안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사전검토제 도입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7대 국회의 경우 5,728개에 그쳤던 의원입법 발의 건수가 18대 1만1,1191개, 19대 1만5,4445개, 20대 2만1,594개로 급증했다. 아직 반년 넘게 임기가 남아있는 21대 국회에서도 벌써 2만개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입법은 지난 1998년 행정규제기본법에 따라 규제영향분석이 의무화되고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심의 등의 과정이 필수적인 반면, 의원입법은 이러한 사전 분석 절차가 없고 10인 이상의 발의자만 있으면 가능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의원입법에서 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규제가 등장하다 보니 업계와 충돌하는 경우도 많다. 엔지니어링산업의 전면적인 하도급 금지를 골자로 한 하도급 금지법을 비롯해서 시도지사에 벌점 부과 권한을 확대하는 건진법 개정안, 아직도 실효성 논란이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그러하다.

A엔지니어링사 부사장은 “발의된 법안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는 법도 많았다”라며 “물론 입법 활동이라는 국회의원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 감히 할 말은 없지만, 이로 인해 산업과 업계가 하루아침에 휘청일 수도 있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에 국회 내부에서도 자정의 목소리가 등장했다. 지난 5월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규제 신설‧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의원입법에도 국회입법조사처의 규제영향분석서, 혹은 규제영향분석요구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국회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입법과 같은 과정을 거치자는 것이다.

다만 해당 법안이 제정될지는 의문이다. 같은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은 이미 21대 국회에서 6건이 발의돼서 계류 중이다. 의원입법 수가 공천과 직결돼 있다 보니 국회 전반적인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 평가 기준표에서 대표발의 법안, 입법완료 법안 등 입법 수행실적 항목이 존재할 정도로 법안 발의는 중요한 성적이다. 일명 ‘복붙’ 입법, ‘쪼개기’ 입법으로 법안 수가 폭증한 이유도 여기 있다.

국회 관계자는 “결국 의원입법이 이렇게 늘어난 건 정당에서 단순히 법안 수로 실적을 평가했기 때문”이라며 “국회에서도 의원입법 사전검토 도입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지만, 속마음으로는 쉽게 실적 채우고 싶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에서 의원들을 통해 우회입법하는 것도 있고, 맡은 위원회와 상관없이 이슈에 따라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아마 이런 것들을 모두 고려해야 하다 보니 근 시일내 해결책이 마련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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