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희룡 장관이 LH 뿐만 아니라 SOC 분야 모두를 점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엔지니어링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관없는 세상이라는 유토피아가 열리는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실적에 민감한 엔지니어링사들이 LH계약건이 모두 중단된 사태에 대해 불만보다는 이를 감내하겠다는 입장인걸 보면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준다.
비단 전관이 엔지니어링업계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의 규모가 작고, 사업 대부분이 정부발주에 의존하고 있는만큼 그 어느 산업보다 절대권력을 가졌다. 결과물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만큼 눈감아줄 수준의 패해도 넘어갈 수 없는 게 이바닥의 전관을 근절해야하는 이유다.
실제로 전관을 없애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게 뻔하지만 업계도 떨어지는 열매만 기다려서는 안된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계속돼 온 로비를 이번에야말로 끊어내야 한다. 전관은 어디까지나 로비를 세련되게 하기 위한 시스템일뿐 여전히 발주청에 돈을 갖다 바치고 하는 구조는 깨진적이 없다. 업계의 바람처럼 전관이 사라져도 로비가 남아있게 된다면 전관이라는 통로가 80~90년대 방식으로 회귀하거나 또 다른 시스템이 만들어질 뿐이다.
로비는 돈을 벌게 해줬을지언정 엔지니어들을 호구로 만들었다. 처음에는 돈만 갖다바치면 됐지만 어느샌가 회사에 자리까지 내줘야 했다. 대형사라는 곳의 영업이익이 100억원이 채 안되는데 관 출신이라는 이유로 억대 연봉까지 챙겨준다. 제도도 환경에 맞게 변화했고 종심제는 그렇게 탄생했다.
옳타구나 싶은 행안부가 이제는 문화를 그대로 답습하려 하고 있다. 종심제의 지방계약법 버전인 종평제를 도입해서 우리도 모셔가라는 스탠스틀 취하고 있다. 종평제 도입을 반대하자 '얘기가 안돼니 논의 멤버를 바꾸겠다'는 으름장을 놓았다는 후문도 있다. 오죽하면 업계가 연말까지 예정된 회의 중간에 탄원서를 냈겠나. 모두가 로비로 시작된 나비효과다.
하지만 전관없는 세상은 말 그대로 유토피아다. 도래할 수 없는 세상이다. 인간이 하는 일에 완벽한 것은 없고 모두가 제각각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모두가 전관 근절에 동의하는 척 해도 살아야 할 회사는 동상이몽을 꿈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만큼은 함께 뭉쳐야 한다.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