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로비가 몸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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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로비가 몸통이다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3.08.23 11:26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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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일 기자
조항일 기자

최근 원희룡 장관이 LH 뿐만 아니라 SOC 분야 모두를 점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엔지니어링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관없는 세상이라는 유토피아가 열리는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실적에 민감한 엔지니어링사들이 LH계약건이 모두 중단된 사태에 대해 불만보다는 이를 감내하겠다는 입장인걸 보면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준다.

비단 전관이 엔지니어링업계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의 규모가 작고, 사업 대부분이 정부발주에 의존하고 있는만큼 그 어느 산업보다 절대권력을 가졌다. 결과물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만큼 눈감아줄 수준의 패해도 넘어갈 수 없는 게 이바닥의 전관을 근절해야하는 이유다.

실제로 전관을 없애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게 뻔하지만 업계도 떨어지는 열매만 기다려서는 안된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계속돼 온 로비를 이번에야말로 끊어내야 한다. 전관은 어디까지나 로비를 세련되게 하기 위한 시스템일뿐 여전히 발주청에 돈을 갖다 바치고 하는 구조는 깨진적이 없다. 업계의 바람처럼 전관이 사라져도 로비가 남아있게 된다면 전관이라는 통로가 80~90년대 방식으로 회귀하거나 또 다른 시스템이 만들어질 뿐이다.

로비는 돈을 벌게 해줬을지언정 엔지니어들을 호구로 만들었다. 처음에는 돈만 갖다바치면 됐지만 어느샌가 회사에 자리까지 내줘야 했다. 대형사라는 곳의 영업이익이 100억원이 채 안되는데 관 출신이라는 이유로 억대 연봉까지 챙겨준다. 제도도 환경에 맞게 변화했고 종심제는 그렇게 탄생했다.

옳타구나 싶은 행안부가 이제는 문화를 그대로 답습하려 하고 있다. 종심제의 지방계약법 버전인 종평제를 도입해서 우리도 모셔가라는 스탠스틀 취하고 있다. 종평제 도입을 반대하자 '얘기가 안돼니 논의 멤버를 바꾸겠다'는 으름장을 놓았다는 후문도 있다. 오죽하면 업계가 연말까지 예정된 회의 중간에 탄원서를 냈겠나. 모두가 로비로 시작된 나비효과다.

하지만 전관없는 세상은 말 그대로 유토피아다. 도래할 수 없는 세상이다. 인간이 하는 일에 완벽한 것은 없고 모두가 제각각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모두가 전관 근절에 동의하는 척 해도 살아야 할 회사는 동상이몽을 꿈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만큼은 함께 뭉쳐야 한다.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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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2023-10-19 16:28:40
어떤 지역사에 전관이 영입이 되었는데 굴지의 메이져사들이 그 지역사와 참여하려고 혈안이 됐다. 그 이유는 그 지역업체에 퇴직한 전관이 하나 들어왔는데 현직에 있을때 평판도 좋고 나오기전에 후배들을 살뜰히 챙겼다고 한다... 결과는? 1년 내내 해당지역 주요 P.Q는 그 지역업체와 컨소를 구성한 회사들이 낙찰이 되고있다. 이게 우연일까? 면밀하게 조사해야한다....

박이김 2023-09-06 14:16:22
이번 기회에 철저한 실태 조사와 개정을 통하여 대한민국 건설엔지니어링의 중대한 전환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누가 죄인인가? 2023-08-23 13:54:39
전관이 만든 업체도 있고, 전관에 회장자리 또는 대표자리를 준 업체도 있다.
전관이 없어지기 힘든 사회 구조이다보니 혹자는 "이번에 전관없애면 원희룡이가 대권이다."라고 한다.

그나마 작은 개혁이라도 희망을 가져본다면
전관이 사업책임기술자 또는 감리단장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판단된다.
설계도면 하나 볼 줄 모르는 전관이 어떻게 사업책임기술자가 되고 감리단장이 된다는 건가?
전관의 사업책임기술자나 감리단장이 젊은 엔지니어의 자리를 뺏고 있음은 확실하다

동상이몽을 꿈꾸는 자도 로비는 어쩔수 없다하더라도
엔지니어의 자리는 뺏기지 말았으면 좋겠다.
자기 회사 실적하나 쌓으려고 못된 전례를 만드는 일은 하지말자
그래야 젊은 후배들에게 희망이 있다.

미꾸라지 2023-08-23 13:48:09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이 와중에 미꾸라지 처럼 저만 살겠다고 주판알 튕기는 미꾸라지 같은 오너들 있을거다.
정신차려 이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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