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건축물 부실 사고, 건축-토목 구조설계 일원화만이 실질적인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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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건축물 부실 사고, 건축-토목 구조설계 일원화만이 실질적인 해법
  • 이명주 기자
  • 승인 2023.08.31 12:10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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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종 토목기술사회 부회장
▲ 이석종 토목기술사회 부회장

(엔지니어링데일리) 이명주 기자 = 최근 부실화된 건축물들에 대한 문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대책 마련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건축물의 부실화 문제가 한쪽 분야로 치우쳐진 제도 및 인식 등의 영향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대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일원화되지 못해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는 구조기술 분야가 지속해서 국내 건축물의 설계를 담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엔지니어링데일리는 이석종 토목구조기술사회 부회장과 국내 건축물에 대한 문제점, 그리고 아직 공론화되지 못한 잠재적 문제점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안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Q :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LH 건축물 부실시공 등 이어지고 있는 사고들에 대한 원인은?

A : 현재 토목 SOC와 다르게 건축물의 경우 건축사가 사실상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 

실제 건축사는 발주처로부터는 사업의 PM 역할을 하는 동시에 하도급 업체들에 대한 관리 권한을 받음으로써 건축물 건설사업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문제는 설계가 아닌 디자인 업무가 주를 이루는 건축사의 권한은 확대되는 반면, 실제 건축물을 설계하는 건축구조기술 등은 단순 단종하청업체로 전락하며 사업에서의 중요성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초기 단계인 계획단계부터 참여해 구조물의 안전성 등을 피력해야 할 구조기술사가 없이 비전문가들만으로 꾸려진 상태로 사업이 진행되면서 결국 사고의 근본 원인이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 Q : 정부가 사고대상자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 실효성이 있는가?

A : 앞서 말했듯, 건축분야는 토목분야와 다르게 구조부가 사업의 초기 단계인 계획에 참여하지 못하고 단순 실시설계 작업만 진행하고 있다.

즉, 초기 단계부터 실제 건축물의 설계를 수행하는 구조분야 엔지니어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안전한 건축물이 세울 수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들의 의견은 배제된 체 건축물이 올라가고 있다.

이는 건축물의 엔지니어링적인 측면보다는 외관만을 중시하는 디자인 우선적인 발주 시스템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영동대로 지하화 사업,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세빛둥둥섬, 서울로 등 대형건축물조차 실제 설계를 진행하는 엔지니어링이 아닌 디자인을 담당하는 건축가가 대표사로서 사실상 사업을 좌우하는 것만 봐도 현재 발주시스템의 상태를 판단할 수 있다.

이에 엔지니어링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환경이 지속되는 이상 정부가 사고종합 대책을 마련해도 다른 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가능성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Q : 최근 업계에서는 건축물 직접붕괴보다 기초지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무엇 때문인가?

A : 현재 건축물의 설계 및 시공 과정에서 붕괴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건축물 자체에 대한 구조적 문제점만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잠재적 사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은 지반분야라고 할 수 있다.

지반분야는 건축물의 가장 근본이라고 할 수 있지만, 건축물에 포함되고 있어 지반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건축구조기술사 및 건축사에 의해 사업이 수행되고 있다.

문제는 기초가 부실하게 설계된 건축물의 경우 지진 또는 지하구조물의 이상 등이 발생했을 때 대처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전문성이 부족한 인력들이 과업을 수행함으로써 결국 기초부터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국가가 나서 기초지반 등 가장 밑바탕이 되는 분야에 대한 점검 및 안전관리 대책을 세우는 동시에 실제 전문가가 사업을 수행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Q : 현재 발생하고 있는 사고들을 막기 위해서는 어떠한 해법이 제시되어야 하는가?

A :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행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종합적인 엔지니어링을 구사할 수 있는 엔지니어를 육성 및 배출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계부터 구조분야만이라도 건축과 토목 등 세분화 된 학문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하나의 학문으로 통합해 인재를 배출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실제 현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다. 

사실상 이원화되어 운용 중인 토목구조기술과 건축구조기술 분야를 업역을 나누어 발주할 것이 아니라 구조기술 단일분야로 통합해 독립 발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통합발주 시스템이 정착화된다면 현재 건축사 또는 PM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설계가 사업이 끝날 때까지 변동되는 상황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 Q : 구조분야에 대한 통합 발주 시 기존 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업종과 경쟁력이 낮은 업체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질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해법은?

A : 물론 두 분야를 갑작스럽게 통합해 운용할 경우 경쟁력이 부족한 영세 건축구조기술업체 및 권한을 축소해야 하는 건축사, 사업비용 증가를 우려하는 민간발주처 등 다양한 불만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기존 방식을 지속한 결과, 사고는 증가하고, 구조기술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현상을 볼 때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볼 수 있다.

관련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순차적인 적용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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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S 2023-09-08 09:38:40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에 관한 내용에서는 건축사가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 명확하게 이해가 가지 않지만 혹시 감리를 말씀하시는 것인지.. 일을 주는 곳이 갑이라면 건축사가 갑이고 건축구조가 을인 것을 토목구조기술사가 진입하면 그게 달라집니까? 그리고 건축구조기술사들도 지자체 등의 건축위원회 심의위원이로 돌아가며 위임이 되곤 하기 때문에 건축사들이 그렇게 대놓고 건축구조기술사들을 단순하청업체로 본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MCS 2023-09-08 09:29:05
만약에 토목구조기술사의 밥그릇 확대를 바라는 게 아니라 정말 건축구조분야의 업무가 하고싶은 순수한 마음의 토목구조기술사분들이 많다면, 건축구조기술사 시험에 응시하시면 될 것입니다. 계산문제야 다들 아시다시피 비슷한 부분이 많으니 건축구조에 관심있으시면 용어부터 시작해서 건축구조기준 공부하시고 당당하게 건축구조분야로 진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MCS 2023-09-08 09:23:24
"건축분야는 토목분야와 다르게 구조부가 사업의 초기 단계인 계획에 참여하지 못하고 단순 실시설계 작업만 진행하고 있다." 라고 하셨는데요, 토목구조는 교량 같은 구조물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로 떼서 "설계"하니까 그것이 가능한 것이고요, 건축구조는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니까 그런 것입니다.
도로부가 도로의 선형을 잡는 등의 계획작업을 할 때, 교량위치,교량형식,개략공사비 등의 교량에 대한 계획은 구조부가 하니까 토목구조는 계획쪽에 참여하는 겁니다. 건축물 설계하는 건축구조기술사가 있나요?

MCS 2023-09-08 09:14:08
건축구조에서는 지반과의 지지점 경계조건을 '모두 고정'으로 간편하게 해버리는 등 기초지반에 대한 경시풍조가 만연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일부 건축구조기술사들은 그게 맞다고 우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건축구조 쪽의 기준에 위배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따지고 올라가면 건축분야의 어설픈 "기초에 대한 기준 부실"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예를 든 것이지만, 이런 부분이 "토목이 건축분야에 들어와야 된다"라는 주장의 뒷받침은 해주지 못할 것입니다. 아마 요즘 신규 도로건설공사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어서 건축구조분야에 늦게 관심을 가져보려는 토목구조기술사분들이 계신 것 같은데 구조계산서의 마이다스 삽도만 보고 있으면 건축구조분야가 만만해 보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건축용어들은 아십니까?

건축20년차 2023-08-31 18:34:19
전세계가 분리발주하는데. 원인은 저가하도급으로 인한 제대로된 인력부족과 그것에 따라오는 관리부실을 포장하네. 지금도 건축, 구조, 토목중에 토목이 제일 돈을 잘버는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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