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제국주의시대 속 한국엔지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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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신제국주의시대 속 한국엔지니어링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3.09.11 14:3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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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일 기자
조항일 기자

150여년전. 서구 열강을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가 전세계를 지배했다. 무력에 의한 땅따먹기를 통해 누가 세계 최강인가를 가리는 시대였지만 주체적인 국가는 10여개가 채 되지 않았다. 물론 지금처럼 문명국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의 나라가 얼마되지 않던 시절이라 무혈입성한 곳이 대부분이었지만 어쨌건 전세계는 그들에 의해 판이 정비됐다.

시간이 흘러 세계는 또다시 긴장국면에 돌입하고 있다. 영향력을 가진 국가도 그때보다 늘어나긴 했지만 극히 제한돼 있다. 달라진 건 70억명에 달하는 인구와 200여가 넘는 국가의 존재로 헤아릴 수 없는 이해관계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단순히 총칼로 점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난이도가 대폭 상승했다. 여전히 국지적으로 전쟁은 계속되고 있지만 국가를 멸망시키는 정도의 총력전은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명분도 살리고 우리편도 확보할 수 있는 SOC를 통한 신제국주의 시대가 열리게 됐다.

전세계 쩐의 전쟁은 이미 치열하게 진행중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을 굴기로 한 지 오래됐고, 미국은 중국의 경제불황을 틈타 일대일로에 맞서는 새로운 전략을 펴냈다. 일본은 JICA를 통한 대규모 투자로 2차세계대전 때 잃어버렸던 동남아 시장에 대한 야욕을 보이고 있고 유럽은 전쟁의 타격을 입은 우크라이나 복구 프로젝트를 호심탐탐 노리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외형은 수천개의 엔지니어링사와 수십만의 엔지니어가 있어 자못 그럴 듯 해 보인다.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말이 통하지 않아도 원하는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는 우리의 인프라에 탄성을 자아낸 외국인들이 어디 한둘이던가. 국가의 위상이나 규모로 볼 때 다른 나라와 함께 SOC판 신제국주의에 어깨를 나란히 했어야 할 우리지만 해외로 진출하는 엔지니어링사가 채 10개도 되지 않는다. 밖으로 나가볼까 하던 계몽가들은 해외사업에 뛰어들었던 몇몇 회사들의 말로를 떠올리면서 밖으로 돌리려던 눈길을 지그시 감아버린다. 세계 시장점유율이 1%에 미치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제도운영 관계자들의 후진국형 마인드도 한몫하고 있다. 전세계가 시장을 늘려서 부의 유입을 늘리려고 하는데 우리는 업계나 공무원이나 보신주의에 빠져 있다. 특히 글로벌하게 가자면서 채택한 종심제는 발주처 공무원들의 노후보장을 위한 도구로 변질됐다. 여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발주처는 일을 안주고, 업계에서는 왕따를 시키면서 부당을 강요한다.

이제는 행안부마저 밥숟가락을 얹으려 하고 있다. 그러한 목적의 지방계약법TF에서 종평제 도입을 꺼냈는데 업계가 반대하니 괘씸하지 않겠나. 그래서 퇴장을 명령했고 향후 회의에서 모두 배제시켰다. 온갖 제도가 공무원친화적 성격을 띄고 있으니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정부는 언제나 반성과 성찰은 없이 거대담론만을 얘기한다. 요즘같이 저성장 고물가시대에는 있어보이는 무언가가 필요하니 더욱 남발하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그저 해외시장의 가치와 희망만을 언급해서는 되는게 없다. 장밋빛 전망은 우리 것이 아니다. 글로벌 시각에서 우리는 철저한 후발주자고 언더독이다. 그저 그런 혁신을 가지고서는 전세역전이 불가능하다. 한국 특유의 문화기는 하지만 우리는 급이 차면 밖으로 나가 영업을 시킨다. 평생을 엔지니어만 했던 이들이 영업의 노하우가 있을리 만무하다. 난 자리는 주니어를 채용해 세대교체를 해야하는데 발주처 출신 OB가 앉는다. 이 틀을 깨부술 정도의 혁신을 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세계시장 선도는 예나 지금이나 불가능 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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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 2023-09-13 14:40:14
틀딱 엔지니어링

야근머신 2023-09-12 09:10:11
업계에서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라지만, 순살사태로 전관문제가 대중에게 알려졌는데 불구하고 종평제로 전관가즈아 하는 놈들을 같은 사람이라 불러줘야하나...아님 인두겁을 쓴 짐승이라 불러줘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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