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데일리) 이명주 기자 = 국토부의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뿌리 내리기 시도에 대해 엔지니어링 업계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가 지난 9월 26일부터 고시한 도로 및 철도분야 BIM 설계대가 기준 개정안이 실제 현장 의견을 담지 못한다고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는 오는 2025년 BIM 설계기반 구축, 2030년 디지털 서비스 완전 구현을 목표로 설계대가 기준 및 개정안을 내놓았다. 기존 2D 기준에 머물러 있던 기본 및 실시설계 비용이 새로운 대가를 적용받음으로써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BIM 기준 대가 마련 정책이 오히려 설계비용을 낮추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부가 발표한 기준대가를 적용시 현재 설계대가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동시에 기반 조성을 위해 엔지니어링사가 투자해야할 비용이 포함될 경우 수익성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5개의 교량을 포함한 5㎞ 연장 도로를 신규건설을 위한 기본 및 실시설계 비용은 BIM이 미적용된 기존 방식을 적용할 경우 42억원 규모로 형성되고 있다. 이와 비교해 국토부가 새롭게 발표한 BIM 대가기준을 반영할 경우 기존 금액 대비 11%가 증가한 47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에 BIM 인프라 구축, 관련 인력 고용 및 교육 등 제반 비용이 추가될 경우 기준대가 11% 상승분을 넘어서는 비용이 엔지니어링사에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BIM 전면 시행 의지에 비해 실제 현장에서의 BIM 인프라 구축 상황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기존 설계비용 대비 11%가 증가하더라도 관련 환경조성으로 나가는 비용을 합산할 경우 대가 상승분이 상쇄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기관이 BIM 확대에 대해 현장실사와 함께 정책 진행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A 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국토부가 제시한 BIM 엔지니어링 기준대가는 2020년 산업부가 제시한 기준대가에 비해서 6%p나 낮아졌다. 이는 실제 현장의 여건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다"며 "정부가 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적정대가를 마련했다고 하나 실제로는 보호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고 전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국토부의 BIM 대가기준 고시가 업계에 대한 시공분야 책임 분담 비율 증가를 공식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가기준 고시로 BIM 사용이 확산될 경우 기존 시공현장에서 시행되던 기자재 및 현장설계 등 시공사의 책임으로 진행되었던 업무까지 엔지니어링사에게 전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1,000억원 이하 공사를 담당하는 중소규모 시공사들의 상당수는 아직까지 BIM에 대한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한 상황에서 기존 시공사가 담당했던 현장설계까지 엔지니어링사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B 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BIM으로 전면설계가 진행될 경우 시공사들은 사실상 설계 업무를 엔지니어링사들에게 일임할 가능성이 높다"며 "문제는 현장에서 수행되어야 할 가시설 및 기자재 설계 등 모든 설계를 공식적으로 떠넘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시공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설계부실을 이유로 책임전가할 가능성이 높아져 사실상 BIM 전면시행은 엔지니어링사에게는 독소조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명주 기자 lmj@engdaily.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