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또 엔지니어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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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또 엔지니어링으로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3.10.13 09:3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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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름 말고 OO로 해주세요"

수주에 성공한 엔지니어링사들이 자신들의 회사 타이틀을 내거는걸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이 해외사업인데 PMC로 발주됐거나 EDCF사업으로 정부기관이 껴있는 사업들이 그렇다. PMC야 실적을 가진게 정부 발주처가 유일하니 그렇다치더라도 그저 이름만 올린 사업에서도 최선봉은 정부기관이다. 사실 PMC에서도 정부는 PQ용이고 일은 엔지니어링사 몫이다.

1등공신의 지위를 모두 가져가는 그들이지만 문제가 생기면 몸을 뒤로 빼고 엔지니어링사를 등 떠민다. 한 두해 얘기가 아니다. 올해만 해도 서울양평고속도로와 여름철 재난사고에 몸살을 앓았던 엔지니어링사들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LH가 대미를 장식했다. 안그래도 고속도로 건으로 단단히 뿔 나 있던 국토부 장관의 눈에 전관 사태는 시선을 분산시킬 수 있는 먹잇감이자 정의구현에 목마른 국민들에게 줄 선물이 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장관이 도로, 철도, 공항 등 SOC 전분야로 확전 의지를 보이자 LH가 먼저 행동에 나섰다. 모든 사업이 중단된 상황에서 전관 기준을 마련하고 전관업체에 대해 벌점을 주겠다고 엄포했다.

LH의 대처는 가점보다는 감점이 대책의 실효성이 크다는 점에서 방향성은 잘 잡았지만 대마가 빠져있다. 공무원 자체에 대한 페널티다. 전관이 없으면 수주를 못하게끔 만든 제도들이나 그로 인한 몸값 인플레이션 등은 공무원들이 만든 카르텔이다. 5년전에 비하면 몸값이 두배나 올랐다는 게 정설이다. 일반 국민들은 100세 시대를 어떻게 견딜까 고심하고 있는데 공무원 타이틀 하나로 억대 연봉 이하로는 영입할 생각하지 말라는 그들의 패기를 보고 있자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허탈감이 상당하다. 엔지니어들은 오죽할까. 최소한 전관으로 가는 공무원들에 대한 연금박탈 정도의 정성은 보여야하는데 이번에도 업체 벌점으로 뒤에 숨은 그들이다.

불행인지다행인지 국토부 장관은 이번 LH의 방안에 대해서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는 후문이다. 전관 문제를 업체에 떠넘기는 건 말이 안된다며 엔지니어링업계를 제외하고 공무원에 촛점을 둔 대책을 내놓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동안 호구짓에 길들여진 업계는 어떤 방향으로 방안이 나올지 몰라 좌불안석 하고 있지만 말이다.

국토부는 국토부고 업계는 전관철폐를 위한 자정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대부분이 전관을 뿌리뽑는건 불가능하다는 회의론에 빠져있는데 나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도 어떻게든 구멍을 삐져나올 업체를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기우가 아니었는지 이러한 분위기에서도 최근 모 업체의 공무원 접대 소식이 또 다시 들린 것은 여전히 갈 길이 멀었다는 걸 보여주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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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안 2023-10-23 11:38:32
공무원이 공무원 규제할까요..

숑숑 2023-10-16 09:36:30
공무원 접대 모 업체가 어디일지 궁금하네요

희룡이형 2023-10-13 12:33:24
제발 공무원에 촛점을 둔 대책 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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