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데일리) 이명주 기자 = 국가철도공단이 책정한 감리 사업비 두고 발주처의 적정대가 기준 적용 의지 여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가철도공단이 월곶-판교 복선전철 노반공사에 대한 감리 사업비가 기준대가에 비해 평균 49% 이상 낮은 금액으로 발주된 것으로 전해졌다.
월곶-판교 복선전철 노반공사 감리사업은 총 6개 공구로 나눠 입찰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사업은 감리사업 비용이 약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하반기 사실상 발주가 0에 수렴하고 있는 철도분야에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실제 입찰이 발주되면서 업계의 기대감은 사라지게 됐다.
일상적인 감리비용은 총사업비와 시공비용 대비 5% 안팎에서 사업비가 책정되어 왔으나 월곶-판교 복선전철 노반공사 감리사업의 사업비는 2%대를 살짝 넘은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월곶-판교 복선전철 노반공사 2공구의 시공금액은 2,984억원이며, 이에 대한 감리 비용을 5% 계산시 173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됐으나 실제 발주금액은 86억원에 그쳤다. 이밖에 ▲3공구 경우 1,769억원의 시공비용 대비 3.6%인 64억원 ▲ 4, 5공구 시공비용 3,274억원 대비 2.6%인 85억원 ▲ 7공구는 시공비용 2,231억원 대비 3.0%인 69억원 ▲ 9공구 시공비용 2,958억원 대비 2.6%인 78억원 ▲ 10공구 시공비용 3,475억원 대비 2.3%인 81억원에 그쳤다.
여기에 입찰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저가투찰 등 다른 요인까지 적용될 경우 감리 사업비는 2%미만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어 사업을 수주한 엔지니어링사는 적자로 과업을 수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는 정부의 예산 감축에 따른 여파로 사업비가 축소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예산 축소에 따른 책임분담에 대한 고통을 엔지니어링 업계에만 전가됐다는 점이다.
시공 예산의 경우 물가인상분 등을 포함해 증액이 이루어진 반면, 감리 비용은 사업대가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건설엔지니어링 대가가 전혀 반영되지 못한 수준으로 감액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A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이번 입찰 금액을 살펴보면 전체 사업비 대비 2% 미만에 그치며 사실상 수주하는 업체는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것과 같이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며 "국가철도공단이 예산 축소에 대한 책임을 엔지니어링 업계에 지우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이와 함께 현상황이 지속될 경우 지속적인 감리 부실의 결과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철도공단이 발주한 사업을 낙찰 받기 위해서는 고급 이상 엔지니어를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발주된 사업비로 산출시 대리-과장급인 중급 이하의 엔지니어만 투입할 수준이다"며 "중급 이하의 엔지니어만 투입한다면 사실상 사업 책임자가 없는 것과 같아 정상적인 감리업무가 시행되기 어려울 것이다"고 전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비 축소가 향후 발주사업들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전체 사업비가 2조6,248억원에 달하는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사업 역시 월곶-판교 복선전철 사업과 유사한 행보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B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현재 국가철도공단을 포함한 대부분의 발주처들이 인건비 축소를 활용해 사업비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며 "이번 월곶-판교 복선전철 노반공사 감리사업이 불평등한 조건임에도 엔지니어링사들의 참여가 이어질 경우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감리사업과 같은 후속 사업에도 똑같은 조건이 제시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