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엔지니어링 성과급을 줄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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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엔지니어링 성과급을 줄 수 없는 이유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3.10.24 13:32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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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나 IT업계에서 연말이면 성과급을 월급의 수백% 또는 연봉의 40~50%를 뿌린다. 기업 입장에서 이익은 나는데 세금은 내기 싫으니 직원복지와 사기진작 차원에서 성과급을 주는 것이다. 엔지니어링업계도 계약연봉만 보면 어느 정도 줄은 설 수 있는데, 성과급이 사실상 없다시피 하니 어디를 가나 연전연패다. 엔지니어링업계는 왜 성과급이 미미하거나 없을까. 그 이유는 이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이야기 다 제쳐 두고 부정당한 대가만 보면 이렇다.

최근 국가철도공단이 6개 공구로 발주한 월곶~판교 건설사업관리 예를 들어보자. 이 사업 대가를 국토부가 고시한 건설엔지니어링 대가기준으로 100% 대입하면 ▶2공구 173억원 ▶3공구 102억원 ▶4,5공구 189억원 ▶7공구 129억원 ▶9공구 171억원 ▶10공구 201억원이 산출된다. 하지만 철도공단은 대가기준에서 40~62% 삭감된 금액으로 발주했다.

어떻게 이런 발주가 가능했을까. 통상 국토부 고시 기준에 따른 사업비는 기획재정부 예산편성지침을 거치며 30% 가량 예산이 삭감된다. 하지만 이번에 기획재정부가 주도했는지 국가철도공단이 주도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50% 삭감된 것이다. 방법은 이렇다. 이번 사업은 당연히 난이도를 봤을 때 특급, 고급기술자를 평가기준으로 해야 하지만 가격을 낮추기 위해 중급을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엔지니어링사 입장에서 사업을 수주하려면 중급보다 높은 특급, 고급을 배치해야 한다.

즉 대가는 중급 기준이고 평가는 특급인 셈이다. 향후 입찰과정에서 80%로 낙찰 받으면 원대가의 40%로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런 일은 기 발주된 평택~오송, 강릉~제진에서도 있었고, 인덕원~동탄, GTX에서도 마찬가지다. 철도뿐만 아니라 전분야에서 아주 오래된 이야기란 말이다.

문제는 이런 무지막지한 대가 속에서도 엔지니어링사는 경쟁을 펼칠 것이고 높은 확률로 영업도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단언컨대 이 대가 그대로 사업을 수주하면 이익은커녕 막대한 손해를 볼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예산을 50% 깎아도 업자들이 경쟁도 하고 로비도 하네. 앞으로 이 수준 유지하거나 더 깎아도 문제가 없겠다”라고 공무원들이 생각한다는 점이다. 피가 정맥을 타고 흘러나오듯 엔지니어링의 가치와 이익이 빠져 나간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 익산시 공무원이 지역엔지니어링사로부터 성접대를 받다가 국무총리실 암행감찰반에 적발된 일이 있었다. 2,100만원 상당의 타당성조사를 수주받는 대가였다는게 조사결과다. 이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보면 종이값도 안 나오는 고작 2,100만원 대가를 받는데 접대를 해야하냐는 것이다. 사실 이 타당성조사의 대가는 2억원 가량이다. F/S를 중시하는 선진국이라면 20억원을 책정해도 이상하지 않을 사업이다.

왜 이럴까. 타당성조사를 수행하면 전차를 인정받아 향후 기본및실시설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게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논리라면 공공기관에서 “다음에 A4용지를 시장가에 사 줄테니 이번에 볼펜을 1/10 가격으로 넘겨라”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 공무원의 죄는 접대를 받은 것보다 국민의 편익과 안전을 위한 인프라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타당성조사를 말도 되지 않는 가격에 발주한 게 더 크다. 만약 부실한 타당성조사로 F/S의 1,000배가 많은 설계비, 공사비, 유지관리비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 과연 이 문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묻고 싶다. 타당성조사 후려치기도 전분야에 만연돼 있는 것이 사실이고, 주요엔지니어링사들의 영업방식이라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국토부는 도로및철도분야 BIM을 전면도입한다고 밝혔다. 대가는 11% 올린다고 했지만 BIM설계기반을 도입하는 비용이 막대해 사실상 대가가 낮아진다. 여기에 시공사 몫이었던 현장설계를 엔지니어링사에 전가하고 책임까지 묻는다고 하니, 엔지니어링사 입장에서 이익은 고사하고 문제 생기면 회사까지 들어먹어야 하는 판이 됐다.

최근 나왔던 이슈 몇 개만 나열해도 엔지니어링사의 영업이익율이 1~2%에서 기어 다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엔지니어링에 대한 가혹하고 냉담한 처분, 엔지니어링의 가치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사회로 인해 엔지니어들의 올해 성과급은 바닥을 길 것이다. 엔지니어의 성과급과 연봉을 결정짓는데 경영자의 영향은 미미하다. 실제는 정부와 발주처 그리고 엔지니어링에 대한 사회적이 인식이 엔지니어의 인사권자다.

정장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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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이 뭘까? 2023-10-25 09:33:21
노조에 대해서 찬성도 반대도 아닌 입장이지만
엔지니어링에 노조 있는 회사가 별로 없고
설사 있다하더라도 근래 임금 관련 파업했다는 소리 들어본 적이 없다.
경영자는 발주처에서 주는대로 일감 따오고 회사도 살림 꾸리려면 거기에 맞춰 월급준다..
그런데 직원들이 군말이 없네?
결국은 물가상승 만큼 임금이 못 쫓아가고 인력유출 심화..
광화문 광장이나 국토부앞에서 총파업 시위 한번 열기전에는
설계댓가 산정하는 기재부 눈하나 꿈쩍 안할듯 합니다

숑숑 2023-10-25 08:55:57
정부와 기관이 댓가를 안올려 주는 이유가 있네
그럼 무슨 무기라도 있어야 댓가를 올려주지

숑숑 2023-10-25 08:53:12
정부기관 경영진 모두 책임이 있는거네
게다가 성과급도 없으니 인재는 더욱 안들어올거고
그런데 우린 현대기아나 의사처럼 파업은 왜 못하나?

극한 2023-10-24 16:20:00
엔지니어들이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야할 이유도 되네

엔지니어2 2023-10-24 14:22:08
이걸 이렇게 가져다 붙이네.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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