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어닝 서프라이즈와 성과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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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어닝 서프라이즈와 성과급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4.01.03 15:13
  •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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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상위 30위 엔지어링사의 수주집계를 해봤다. 1위인 도화엔지니어링이 전년대비 10.11% 늘어난 8,800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종합기술은 설계만 97% 늘어났고 총수주는 53%증가한 6,119억원 달했다. 유신과 동명기술공단 또한 수주가 각각 18%, 26% 늘어난 5,025억원, 3,836억원으로 집계됐다. 대단한 어닝 서프라이즈인셈이다. 이뿐인가. 상위 20위까지는 수주액이 모두 1,000억원을 넘어 천억클럽에 가입했다. 인당수주액도 중견사는 2억원, 대형사는 3억원을 넘겼다. 지역사나 단종사도 제대로 된 곳이라면 모두들 올해 수주목표를 채웠다. 

본지가 수주집계를 시작한 2013년 이후 엔지니어링 수주액은 단 한 번도 꺾이지 않고 성장해왔다. 2013년 수주1위는 도화엔지니어링으로 당시 1,940명이 2,730억원을 벌어들였고 인당수주액은 1억2,800만원이었다. 현재 수주액으로 대비하면 322%이고 인당으로 봐도 2배가 넘게 성장한 셈이다. 한국종합기술은 10년전 1,906억원에서 6,119억원으로 늘었으니 321% 성장했다. 유신도 1,551억원에서 3,836억원으로 247%의 신장세를 보였다. 10년전 300억~800억원 수준을 했던 중견사들도 대부분 1,000억~2,000억원으로 더블업 이상의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일부 그렇지 않은 곳도 있지만, 대부분 늘어난 인원수보다 매출이 더 높은 수치로 올랐다. 이런 현상은 발주액도 증가했고 엔지니어링대가도 꾸준히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엔지니어링사의 수주액이 10년간 꾸준히 늘어난데 반해 임금은 비교적 더디게 인상됐다. 굳이 비교하자면 100미터 경기를 하는데 수주액이 50미터를 지났을 때 임금이 스타트한 것과 같다. 경영자 입장에서 말하면 글로벌금융위기의 충격이 너무 커 어쩔 수 없었던 것이고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이익실현이 됐는데도 임금인상은 최대한 늦춘 것으로 느낄 수 있다. 그래도 최근들어 임금인상이 상당히 진행돼 엔지니어 대우가 그렇게까지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단 계약연봉만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는 연봉보다도 성과급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연봉은 거기서 거기인 경우가 많다. 물론 대기업은 부서에 따라 연봉의 50%, 월급의 몇백%를 지급하는 곳이 대다수다. 그래서 연말이면 블라인드에 집담보를 갚았네, 새차를 샀네, 해외여행을 가네, 영끌하면 1억이 넘네 등의 성과급 인증글이 줄을 잇고 있다. 물론 지난해는 경기둔화로 전년에 비해 못 미치는 성과급을 받았지만 말이다.

통상 성과급은 연말에 지급되지만 엔지니어링업계만큼은 대부분 설 전후로 지급된다. 금액은 월급의 100%내외는 양반이고 대부분 50~100만원 정액제로 지급하거나 그나마도 없는 경우가 많다. 무엇이든 비교하는 대한민국에서 엔지니어링사의 성과급은 상당히 서운하기 짝이 없는 금액이다.

그렇다면 왜 엔지니어링업계는 성과급을 대기업만큼 많이 줄 수 없는 것일까. 이유는 영업이익율이 타업계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1~2% 정도이기 때문이다. 경영자들은 “성과급을 주고 싶어도 뭐가 남아야 주는 것 아니냐”고 항변한다. 1,000억을 수주해 1% 남기면 10억인데 1,000명 가까운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줘봐야 얼마를 주겠냐는 것이다. 기업별로 다르지만 대부분 10% 내외, 잘나가는 곳은 20% 이상, 성장세가 최강인 IT, K-POP 기업은 영업이익률이 40%에 이르는 곳도 있다. 많이 남는 기업은 세금 낼 바에야 성과급 잔치를 해 사기를 진작하는 것이다. 

엔지니어링사의 영업이익을 갈아먹는 요소는 수없이 많다. 불필요한 영업, 아무일도 하지 않는 기득권 엔지니어와 전직관료, 그리고 중복도와 청년가점제까지 수많은 불합리가 이익률을 갉아 먹는 것이다. 특히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엔지니어링대가와 그 대가마저 경쟁붙여 깎아먹는 갈라파고형 한국형입찰제도도 큰 몫한다. 전세계 엔지니어링시장은 고부가가치 영역을 발굴하는 형태로 진화하는데 한국은 아직도 산업화시대의 불합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 엔지니어링업계의 영업이익은 매출이 아무리 늘어도 1%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고 성과급은 설날 떡값이 되는 것이다.

정장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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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2024-01-12 06:23:20
일프로 말고 영업이익율 순위가 궁금함

모닝 2024-01-10 13:14:36
영업이익율 연말에 다 조정하지않나요? 매입 매출 조정해서 원하는 구간대로 맞출수있다고 알고있음

2024-01-08 11:04:49
진짜 영업이익이 1%일까 ㅋ 그러면 사업을 왜해

국회의원 2024-01-05 12:56:40
저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켜 주시면 제가 해내겠습니다~~
할 수 있는 사람~ 누굽니~꽈~~~!!

호븨잇 2024-01-04 19:20:53
창희형을 국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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