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농어촌전형 엔지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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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농어촌전형 엔지니어링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4.01.24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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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일 기자
조항일 기자

1995년부터 시작된 농어촌특별전형은 해당 지역에 사는 학생들끼리만 지원이 가능하고 이들끼리 경쟁을 붙여 선발하는 제도다. 환경적 열악함으로 공정한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는 농어촌지역의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해 태어났지만 실력미달이라도 선발될 수 있다는 부작용을 낳았다. 더욱이 요즘에는 저출산과 지방소멸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니 지원자격만 되면 웬만한 명문대도 무혈입성이 가능하다.

국토부는 지난 수년간 PQ완화를 위한 정책을 계속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조·토질 분야 실적 80% 인정, 용역수행평가의 절대평가 전환이 있고 최근에는 분책기술인의 실적 만점 건수도 10건에서 7건으로 조정했다.

PQ완화로 인한 효과는 중견사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2020년까지만 해도 1,000억원 수주는 톱10 기업에게만 허락된 세계였지만 이듬해에는 16개로 늘어나더니 지난해에는 상위 20개 업체가 1,000억원 클럽이 됐다. 시장의 창업 프로세스도 바꿨다. 회사를 차릴 때 몸값이 비싼 시니어급을 영입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그저 국토부 PQ에 맞게 최소기준만 충족하면 된다. PQ완화 이후 전국의 건설엔지니어링사가 4,000개 가까이 늘어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국토부 PQ완화의 목적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업계에 기존 엔지니어들의 활용성을 높이고 제도의 장벽을 낮춰 젊은 엔지니어가 유입될 수 있도록 만든 자구책이다. 하지만 현실은 당초의 명분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사람이 모이기는커녕 되레 페이퍼컴퍼니가 즐비해졌을 뿐이다. 페이퍼사는 문닫을 일도 없다. 지역의무공동도급 비율이 있으니 일단 문만 열어놓으면 수도권 엔지니어링사들이 알아서 접촉해 온다. 물론 지방에도 건실한 회사들이 각 도마다 2~3개씩은 있지만 이들은 대형사와 합을 맞춘지 오래다. 아쉬운대로 2군, 3군 회사도 만나봐야 하지만 이쯤되면 사실상 입찰이 무의미해지는 단계다. 어찌저찌 이러한 회사들과 손을 잡아 일을 따내도 업무적 능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미 주관사로 나서는 중대형사들은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인지 오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오는 4월부터는 PQ자율권과 부실벌점을 강화하는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기술은 없고 지자체와 관계성에 따라 사업자가 좌지우지되는 사실상의 지역사 농어촌전형제도다.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행안부의 명분과 현실이 전혀 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언제부턴가 정부는 4차산업혁명시대의 고부가가치 선봉장으로 엔지니어링을 꼽고 있다. 이미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가 의문이 들 정도로 격차가 벌어진 우리다. 혁명적 수준의 기술적 고도화를 이뤄내도 쉽지 않은데 커트라인이 한참 밑돌고 있다. 한국에서는 농어촌전형 수준이면 될지 몰라도 그러한 기반으로 커진 엔지니어링사는 밖에서 국가적 망신만 당할 뿐이다. 최근 해외에서 실시설계를 진행하고 있는 국내의 한 대형사가 해외 PMC사로부터 기술적 이해도를 지적받았다는 후문이다. 한국의 대형사조차 해외에 나가면 기술적 격차를 겪는 현실에서 현재의 PQ는 손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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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산 2024-01-25 13:30:44
며칠 전 저녁으로 짜장면이 먹고싶어 배달주문 전화를 했다. 날이 추운 탓에 주문이 많이 밀려 1시간이 걸린다길래 양해를 구하고 다른 곳에 전화를 했다. 그곳도 배달까지 1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제육 덮밥 먹으려고 다른 곳에 전화했으나 거기도 비슷한 목소리를 가진 직원이 오래 걸린다고 한다. 일품반점, 상하이반점, 진리식당 다 같은 집이었다. 셋 다 맛은 그저 그랬던 걸로 기억된다. 그래서 그냥 나가서 먹자 싶어 동네 생활의 0인 나왔다던 식당에 가봤다. 약간의 웨이팅은 있었으나 맛은 "여기가 왜?" 하는 정도였다. 당연히 동네 숨은 맛집이야 있겠다만은 과연 이 식당들이 미슐랭가이드에 소개된 식당들과 경쟁이 될까 싶다. 영업신고서, 위생교육수료, 보건증만 있으면 식당은 차릴 수 있다하니 입맛을 바꿔야하나싶다.

숑숑 2024-01-25 10:39:16
해외 업체로부터 "대한민국 너희 업체는 아는 게 뭐냐" 이런 느낌, 서울 업체와 지방업체들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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