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해로운 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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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해로운 새다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4.02.07 16:3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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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농촌에 현지지도를 나간 모택동은 지나가던 참새를 보고는 검지를 가리키며 다음과 같이 교시했다. “참새는 해로운 새-害鳥다.” 

결과는 1958년 한 해 참새 2억1,000만 마리가 잡히며 사실상 중국 내륙에서 씨가 마른다. 1959년, 농사가 흥할 것이라는 정부와 농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황충을 위시한 참새에게 피식당하던 해충들의 개체수가 막대하게 증가했다. 결국 중국사에 길이 남을 대흉년이 벌어졌고 공식적으로는 2,000만명, 학계 추산 최소 3,000만, 최대 4,500만~6,000만명의 기록적인 아사자가 발생했다.

7년 후 모택동은 자신의 입지가 좁아지자 홍위병을 선동해 문화대혁명을 일으킨다. 현대판 분서갱유로 “옛 것은 모조리 숙청하자. 문화, 교육, 정치, 가족 등 모든 것을” 모토로 모든 문화재를 파괴하고 2,000만명의 지식인을 숙청하고 하방시켰다. 특히 교수, 교사에 대한 숙청, 그리고 대부분의 교육기관을 폐쇄했다. 홍위병세대인 현재 60~70대 중국인의 안하무인한 행동은 당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택동 입장에서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고 해가 된다는 참새와 지식인을 숙청했는데 결과는 모든 사람이 고통 받는 결과가 발생한 셈이다. 즉 세상 모든게 나만 옳고 원포인트로 강경하게 처벌하면 될 것 같지만 실제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소위 순살아파트로 불거진 건설안전 이슈가 엔지니어링업계로 넘어와 지방계약법으로 귀결되고 있다. 개정안은 부실시공의 직접행위자인 시공자와 관리감독자인 감리자를 같은 수준으로 처분하고 입찰자격제한기간을 최대 5~6배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사실 일반 국민이 행안부의 이러한 입법을 처음 대하면 “당연한 처사다”, “더 강한 처벌을 해야한다”고 할 것이다. 안전을 강화하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고 모든 것은 한발자국 더 들어가면 진실의 이면이 존재한다. 일단 행안부가 원하는 대로 지방계약법이 통과돼 시행됐다고 치자. 어떤 일이 발생할까. 우선 지자체 공무원들이 ‘부당한 시공’,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는’과 같은 애매모호한 문구로 행정처분을 내린다. 억울한 엔지니어링사 입장에서는 막대한 돈을 들여 소송에 들어간다. 승소하면 비용은 비용대로 쓰고 ‘저 회사는 발주처에게 대든 곳’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패소하면 그냥 망한다. 관급사업의 비중이 거의 전부인 엔지니어링사 입장에서는 3개월의 영업정지에도 휘청거리는데, 1년은 그냥 망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보다 더 많은 지자체공무원을 전관으로 데려오고, 더 많은 로비비를 투입해 치밀하게 영업하고 관리해 나가야 한다. 그러다 걸리면 그 또한 영업정지겠지만, 얻어터지며 말라죽는 것 보다는 돈 쓰고 잘봐달라고 싹싹 비는게 낫다. 영업이익 1%인 엔지니어링업계에서 더 많은 전관과 로비 비용은 결국 실제 일하는 엔지니어의 낮은 처우로 이어진다. 가뜩이나 남는 것은 없는데 전관과 로비 비용으로 나가는 돈 때문에 상여금은커녕 임금인상도 없다. 

최악은 발주처의 모호한 행정처분으로 회사가 망하기라도 하면 다들 집으로 돌아가 손가락 빠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 와중에 영업받고 전관가는 지자체 공무원은 고기 뜯으면 배를 두드린다. 나아가 혹독해진 환경으로 인해 가뜩이나 기피하는 엔지니어링업계는 지원자가 없어지고 그 빈자리를 수준 낮은자들로 채워진다면 더 많은 부실과 안전사고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모호한 근거와 엄중한 처벌은 반드시 산업 붕괴로 다가온다. 그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국민들의 몫이다. 시작은 순살아파트인데 그 허점을 비집고 법을 만들어 공무원들만 배를 불리는 사태를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모택동이 새를 가리켰던 손가락이 중국인민 5,000만을 아사 시켰듯, 행안부의 지방계약법이란 손가락이 100만 엔지니어링가족의 생존권과 전국민의 안전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정장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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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산 2024-02-14 10:53:15
새로운 해다. 음력 설날이 지났으니 이젠 진심 새로운 해다.
대통령님 덕분에 새로운 해가 되어도 한살 더 먹을 슬픔은 없겠지만, 한해 더 지난 만큼 살도 찌고 몸도 예전 같지 않은데 새로운 제도들이 전년보다 더 타이트하게 만들어지려는지 여간 몸을 구겨넣기가 쉽지 않다.
점점 옷을 타이트하게 만들다보면 그 옷에 몸을 맞추게되는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이라는 지나가던 개가 웃을 칭호에 살은 죄다 버리고 뼈만 취하라고 하니, 당연히 타이트한 옷에 몸이야 맞춰지겠지만 그게 어디 제대로 된 형상인가 싶다.
새로운 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해로운 새다.

불의를보면꾹참어 2024-02-08 08:34:00
맛깔나는 빨대가 있는데 너희도 빨아봐 꿀맛이야, 아직도 김영란이 뭐에요 라는 지방공무원들에겐 노다지일듯. 그 판을 행안부가 깔아준거고. 너도 나도 마구 달려들겠지. 굶주린 하이에나들처럼,...

9병단 2024-02-08 01:53:02
다들 법안 막는거 보다 영업하고 전관 데려올 계산할거라고 봄

삼안삼안 2024-02-07 17:12:57
절묘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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