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화력집중 필요한 지방계약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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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화력집중 필요한 지방계약법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4.02.26 09:0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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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진눈깨비가 내리는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의 집회가 있었다. 사용자를 규탄하는 통상의 노조집회와 다르게 이날 집회는 행정안전부가 고시한 지방계약법을 규탄하는 것이었다.

아쉬운 점은 이날 집회에 참석한 곳이 한국종합기술 외에는 적극적인 참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같은 민노총이라도 노선별로 입장차가 있는데다가 같은 노선이라도 연대의 수준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지방계약법과 같은 정책적인 부분은 사용자 사정인데 왜 노조인 우리가 나서야 하느냐. 그 시간에 임금투쟁을 하는 것이 맞다”라는 입장이다.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크게 틀리지 않은 생각이지만 엔지니어링업계는 대부분의 매출과 부조리가 관에서 발생하는 특성이 있어 대정부 투쟁이 곧 사용자와의 투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불편부당한 법제도는 곧 엔지니어링사의 매출 하락과 로비비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같은 관점에서 협단체와 엔지니어링사 경영진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경영진그룹은 지방계약법 개정안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 등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고 협단체도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이날 집회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집회 사실을 몰랐을 수도 있고, 알았지만 경영자 입장에서 노조와 연대하는 것 자체가 생리에 맞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쨌든 경영자는 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집회에 이름을 올리기 어렵다. 그래도 단 몇 명이라도 현장에 나와 격려를 했다면 집회의 무게감과 사기가 올라갔을 것이다. 무엇보다 엔지니어링 부조리에 대해 노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헤쳐 나간다는 모습까지 보일 수 있었다. 어차피 엔지니어링의 실질적 사용자는 발주처고 정부니 말이다.

이번 집회에 한국종합기술 노동조합이 주축을 이룬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종합기술은 종업원이 출자해 경영권을 획득한 종업원지주회사다. 노동자가 곧 경영자이다보니 전직원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부조리한 법제도가 경영에 리스크로 돌아온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즉 지방계약법이 통과되면 전관을 더 받고 로비비용도 증가하는데 노동자이자 경영자인 한국종합기술 직원 입장에서 좋을게 뭐가 있겠는가.

지방계약법 개정안은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를 내세운 포퓰리즘 법안이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부실한 공사를 한 업자를 구속하자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고 뭐든 한발 더 들어가면 또 다른 진실이 존재하듯이, 허울 좋은 명분 아래 이득을 보는 세력이 존재한다.

개정안은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은’, ‘부당한’과 같은 모호한 표현으로 엔지니어링사를 영업정지시키고 엔지니어를 처벌하는 법이다. 모호함은 정말 대단해서 힘을 쥔 자들의 힘을 더 키우는 역할을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엔지니어링사를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조리돌림해 영업정지를 시킬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업체에게 특혜를 줄 수도 있다. 이러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엔지니어링사는 더 많은 지자체 출신 전관을 높은 몸값에 고용해 영업에 나설 것이다. 또 일도 안하는 전관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 영업이익은 줄어들고 실무 엔지니어에게는 더 줄 수 없게 된다. 업계가 이 모양인데 멀쩡한 인재가 엔지니어링업계에 들어올리 만무하고 있는 인재도 탈토하게 된다. 숙련엔지니어는 종말을 맞고 로비만 판치면 대한민국 구조물의 더욱더 부실해 질 것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표방한 지방계약법이 아이러니하게 ‘부실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짚어봐야 한다. 규제와 처벌보다 산업의 활성화를 통한 선순환이 진정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문제투성이 지방계약법의 저지는 노동자, 경영자, 협단체의 함께 힘을 합쳐도 될까말까한 일이다. 견원지간인 중국공산당과 국민당도 일본이라는 외적에 침략을 국공합작을 통해 이겨냈다. 각자의 노선과 입장이 다르더라도 공동의 이익이 같다면 노사협이 연대해 도발의 원점을 타격해야 하지 않겠나. 흩어져도 죽고 흔들려도 죽는다는 것만 생각하자.

정장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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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ㄴ 2024-02-26 14:17:49
한종 좋게 써줬네

민태산 2024-02-26 13:42:07
삼장법사가 손오공에게 긴고아를 씌워 말썽을 부릴 때마다 주문으로 머리를 죄어왔듯이 정부와 지자체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부실감리~부실설계~영업정지~입찰제한~’이라는 주문을 외워 업체를 옴짝달싹 할 수 없게 만들 것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킨다는 대의에 반기를 드는 자는 예비범법자라는 칼을 목에 씌울지 몰라도, 가만히 있으면 천재와 관재, 인재 모두 업체가 책임져야 할 판이다

이미 행안부는 업계의 반대 의견에도 해당 법안은 문제 없고, 부족한 대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가만히 앉아서 당할 것인가? 악에 받친 유권자들이 여기 이렇게나 많다는걸 보여줄 것인가? 업계가 나서지 않는다면 개인이 혼자 들어올릴 수 있는 깃대란 없다.

평화사태 때 연판장 돌릴게 아니라 지금이 연판장을 돌릴때다

동동동 2024-02-26 10:19:38
공돌이들은 동상이몽 모래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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