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의 그늘①]약해진 PQ, 커져가는 부익부빈익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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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의 그늘①]약해진 PQ, 커져가는 부익부빈익빈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4.03.15 12:5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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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자체, 전차도 대폭 축소
대형사 "우리도 실적 맞추기 어려워"

편집자 주 : 지난해 건설엔지니어링업계가 또다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특히 상위 20위권 엔지니어링사들은 1,000억원 수주를 돌파했고 인당수주액은 평균 2억원을 넘어섰다. 반면 업계의 수주 의존도가 높은 공공발주는 해마다 축소되고 있고 합산벌점을 중심으로 한 겹겹이 규제 속에서 업체들은 외연 확장을 위해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본 기획은 호황에 숨겨진 건설엔지니어링업계의 이면을 파헤쳐보고 문제를 진단해보기 위해 마련됐다.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수년간 건진법 PQ가 완화되면서 건설엔지니어링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시군단위 지자체 발주 사업의 경우 기술자 실적 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경북 청송군이 발주한 ‘공공하수도정비 기본실시설계 및 물 재이용 관리계획’은 분책 경력에 대해 해당전문분야 중 최소 7년 이상의 하수도분야 공종을 보유한 기술자로 제한했다. 실적은 단일 물재이용 관리계획 수립, 하수관로 기본실시설계, 하수처리장 기본실시설계 등 실적을 최소한 5건 이상 보유한 기술자를 커트라인으로 정했다. 같은달 포항시 맑은물사업본부가 발주한 ‘블루밸리산업단지 방류수 관로설치공사 기본실시설계’의 경우에는 사책, 분책급 만점기준을 경력 6년 이상, 실적은 하(폐)수 관로 관련 기본실시설계 5건 이상으로 정했다.

올초 광명시가 발주한 ‘안양천 지방정원 조성사업 기본실시설계’는 사책과 분책의 실적을 최근 5년간 지분금액 1억원 이상의 정원, 수변공원 수행 실적을 각각 3건 이상 보유하는 것으로 한정했다. 이들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은 나라장터 사업규격공개에 과도한 실적기준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지만 변동없이 그대로 입찰에 들어갔다.

▲중소사 “대형사가 만든 PQ기준”

한국엔지니어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등록된 건설엔지니어링사는 4,221개사로 수주경쟁이 극심해지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실적만점 기준의 조건이 까다로운 경우 입찰가능사는 평균 5개 내외로 압축되는게 현실이다. A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현행 국토부 기준을 포함해 실적, 경력에 대해 수치적으로 명시돼 있는게 없다보니 별의별 경우의 수가 다 생겨나고 있다”면서 “발주청의 실적요건이 과도하다고 느끼지만 표면적으로는 문제가 없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건진법의 주체인 국토부의 현행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 PQ 세부평가기준을 살펴보면 ‘발주청은 세부평가기준을 정하는 경우 조정 내용 및 사유를 명확히 하여야 하며 경력 및 실적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여서는 안되고 당해 용역 규모의 동등 또는 그 이상의 실적만을 인정하여서는 안된다’라는 조항이 담겨 있다. 즉 발주청 스스로 PQ에 대한 조율권을 가질 수 있지만 최소한의 경력, 실적을 요구해야 한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대다수 광역지자체는 국토부의 지침을 명시하고 있지만 시군단위에서는 해당 조항을 정성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특히 PQ 기준이 광역지자체 중 가장 까다로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경북도의 경우에는 공통 PQ기준을 두고 별도로 도로, 상하수도 등 분야별로 쪼개놓았다. 이 관계자는 “경북도는 공통적으로 유사수행실적에서 최대 80%까지 인정하고 있는데 상하수도 분야만 인정률이 다르다”며 “상수도사업에서는 하수도 경력 60%, 하수도사업에서는 상수도 경력 60%만 인정하는 식으로 벽을 쳐놨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시군단위 지자체의 PQ기준이 일부 대형사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전차기준을 협소하게 적용해 해당 사업을 수행한 업체만 입찰에 들어올 수 있게 하는 사례들이 근거로 지목된다.

실제 지난달 시흥시는 ‘신현배수지 신설공사 기본실시설계 사업’은 전차수행실적으로 ‘시흥시 수도정비 기본계획(변경) 수립’, ‘시흥시 상수도관망 기술진단’만 전차로 인정했다. 같은달 화성시 맑은물사업소가 발주한 ‘화성시 수도정비 계획 변경 및 물 수요관리 시행계획 수립’도 전차 실적으로 ‘화성시 원인자부담금 산정 제도 개선 방안 및 수도정비기본계획 변경 타당서 검토’만 전차로 제한했다.

B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기술자 실적 기준은 둘째치고 전차의 범위를 대폭 축소한 것만 봐도 특정업체에 일을 몰아주기 위한 것 아닌가 싶다”며 “타 지자체에서도 국토부, 지자체 발주사업만 경력, 전차로 인정하고 나머지 공기업, 공단 등의 사업은 제외시켜 입찰 가능사를 제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강조했다.

▲대형사 “단순한 나눠먹기, 정부 안전철학과 괴리”

대형사들 역시 현재 PQ기준에 대해 불만이 많은 것은 마찬가지다. 대형사라고 해서 현재 지자체들이 내세우는 실적조건을 모두 맞출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C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대부분 모든 분야를 입찰하는데 강한 분야가 아니면 입찰에 못들어가는 것은 중소사들과 마찬가지 상황”이라며 “오히려 우리들이 발주청에 실적 과다로 문의하면 대형사에서 왜 그런 소리를 하느냐는 핀잔을 듣는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결국에는 대형사들끼리 강한 분야를 서로 밀어주고 실적 기준을 높이는 식으로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다”며 “현재는 상하수도와 조경분야가 그렇고 도시계획, 도로 분야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청도군이 발주한 ‘2040청도 군기본계획 및 군관리계획(재정비) 수립’ 사업은 사책과 분책에 대해 도시군기본계획 수립, 도시군관리계획, 공업지역 기본계획수립 등 5건 이상의 실적 제한을 걸었다. 또 지난해 용인시가 발주한 ‘도로건설·관리계획 및 농어촌도로 기본정비계획 수립’의 경우 사책과 분책의 최소경력으로 ‘최근 10년 이내 준공금액 1억원 이상 도로건설관리계획, 및 농어촌도로 기본계획 3건 이상 보유로 제한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중소사에서 제기하는 의혹들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약해진 PQ를 모든 사태의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D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가령 과거에는 실적기준을 20~30건씩 물량으로 내세우면 입찰할 수 있는 회사가 얼마 없었는데 요즘은 PQ가 완화되면서 예전처럼 할 수가 없다”며 “대형사의 강점은 전차, QBS, SOQ에 있다보니 일부 영업이 잘 돼 있는 발주청에서 사업이 나오면 유리한 기준을 들고가는 게 없는 사실은 아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도 “전반적으로 PQ가 완화된 것은 사실이고 대형사 PQ기준이 그대로 먹혀드는 것은 일부 사례”라면서 “과거에는 2~3군으로 분류되던 업체들이 상위 20위권 업체에 진입한 것만 봐도 PQ는 확실히 완화된 것”이라고 추측했다.

최근 정부의 정책이 안전 기조에 맞춰져 있는 것을 근거로 PQ가 강화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E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대부분 합산벌점이나 규제가 시행되면 대형사가 타겟이 되지만 실제 사각지대는 중소, 지역사”라면서 “이들은 자기 지역에서 돈좀 벌다가 문제 생기면 폐업하면 그만이라 리스크 관리가 전혀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시장 규모가 현상유지, 축소로 가는 상황에서 단순한 나눠먹기를 위한 제도는 아무 의미가 없다”며 “정부의 안전 제일주의 철학으로 봐도 현 PQ제도는 수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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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2024-03-20 13:48:56
1900만원짜리 수의계약으로 전차 만들어서 25억짜리 30억짜리 만들어먹는 회사도있는데요 뭐 ㅎㅎ
다른회사들이랑 2점이상씩 다 벌려놓고 ㅋㅋ 노답

불의를보면꾹참어 2024-03-18 10:37:11
PQ관행, 이보다도
엔지니어링이 역대호황이다라면서도 성과급 한푼도 못줄만큼 영업이익률이 저조한 상황을 파악하는것이 먼저 아닐까 싶습니다

2024-03-15 16:30:50
전차용역은 예전부터 행해오던 관행아닌가?
의혹이아니라

민태산 2024-03-15 15:21:07
할아버지(세종대왕)를 모셔가던 상황이 이젠 할머니(신사임당)를 모셔가야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이런건 업계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서라도 정당한 경쟁이라 할 수 없다
기름진 땅에서 우수한 성과물이 나오지 기름칠만 잘 한다고 우수한 결과물이 나오는게 아니다

PQ기준 강화해서 우수한 인력과 기술력 있는 업체들이 많아져야 이 업계도 건강해진다
다만 일관성도 형평성도 없는 이번 한건만, 한건만이 모여 괴랄한 형태의 기준점을 보고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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