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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최순실과 김영란법 사이
정장희 기자  |  news@eng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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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08  17: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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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족 즉 청나라 최전성기는 강희제-옹정제-건륭제로 연결되는 1661~1796년까지 135년으로 기록된다. 기틀은 삼번의 난과 타이완을 진압정벌하고, 헤이룽장성에서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를 격퇴시키며 네르친스크 조약을 이끌어낸 강희제가 잡았다. 천고일제로 불리는 강희제는 한족지식인을 등용해 왕조통합을 이뤘고, 예수회 선교사를 총애하며 서양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옹정제 때는 몽골제국을 제외하고 최대 제국을 이뤄냈다. 그 영토가 동으로는 블라디보스톡, 서쪽으로는 신장위구르에 달했고, 베트남, 태국을 복속시키며 적도부근까지 영향력을 확장시켰다. 명나라 최전성기 때 6,000만이었던 인구가 옹정제 제위기간에 3억명을 넘겼다.

건륭제 집권기에는 영토확장과 더불어 4,000명의 학자를 동원해 10억개의 글자를 완성한 사고전서를 출간했다. 사실상 중국 고금의 거의 모든 문헌자료가 망라된 대단원이었다. 경제력측면에서도 당시 전세계 화폐였던 은이 멕시코에서 생산돼 유럽, 동남아를 거쳐 청나라에 쌓여 갔다. 오죽했으면 비대칭 무역에 스트레스 받던 영국이 후에 아편전쟁까지 일으켰을까.

결론적으로 GDP, 군사력 그리고 문화지배력을 고려해보면 3현제의 제위기간은 대영제국이나 팍스 아메리카나를 넘어선 것은 확실했다. 인류역사 이후 줄곧 G1의 지위를 지켜왔던 중화문명은 3현재 때 최대치를 이뤘다.

달도 차면 기운다 했던가. 정점을 찍던 청나라는 건륭제 막바지 희대의 간신이자 부폐관료인 화신(和珅)의 출현으로 내리막길을 걷는다. 화신은 국가가 무역독점권을 부여한 공행무역의 심장부 광동13행을 총괄하면서 막대한 부를 쌓는다. 가경제가 화신에게 대죄 20조를 들어 체포해 자살을 권하고 재산을 몰수하니, 그 액수가 청나라 15년 재정수입과 같았다고 전해진다.

화신의 부정부패로 촉발된 청나라의 몰락은 모래성과 같았다. 지배계층의 부패는 하위관료층으로 확산되고 전국민적인 무력감으로 이어졌다. 기강이 무너진 나라의 말로는 자명했다. 청일, 청프, 아편전쟁 등 전쟁에서 연전연패했고 동남부 해안선 주요부에 건설된 조차지(租借地)를 기점으로 제국주의 수탈이 이어졌다. 결국 영화 마지막황제의 주인공 선통제를 끝으로 청나라는 1910년 몰락했다.

화신이 건륭제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잘 생긴 외모와 화술이었다. 최근 통설은 건륭제와 화신의 관계를 동성애로 보고 있다. 남색을 통한 비선실세의 출현은 비단 화신뿐만 아니라 남북조 시대 절세미남인 남황후(男皇后) 한자고와 위나라 미소년 미자하도 있었다. 우리 역사에서는 여말 공민왕이 노국공주 사후 남색을 탐했다.

김영란법이 시행된지 71일째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끈적하게 연결돼 있는 한국적 특성상 어색하고 불편한 두 달이었다. 사회전반에 충격을 가한 김영란법은 엔지니어링업계에도 마찬가지 파장으로 다가왔다. 뇌물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던 접대문화가 외견상으로는 자취를 감췄다. 줬던 자나 받았던 자 모두 조심했고, 실제로 부정청탁이 상당부분 없어졌다. 이대로만 간다면 “어쩌면 보다 나은 내일이 올지도 모르겠다”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모든게 어그러져가고 있다. “재벌들은 수십 수백억원을 문화융성이란 말도 안되는 이름으로 바치는데, 우리는 그깟 3만원짜리 밥도 못먹게 하나”라는 것이다. 얼마전 시작된 고속도로 감리 담합조사로 세무조사중인 모 엔지니어링사에서도 관계자들은 “우리가 뭐 그렇게 큰 잘못을 했냐”라고 강변하고 있다. 국가 최상층부의 모럴해저드가 이 사회에 전반으로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부패한 나라치고 망하지 않은 나라가 없다. 또 멍청한 지휘관은 적군보다 더 무섭다. 그런데 더 최악은 부패하고 멍청한데 이를 인정하지도 않는,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아닌가 싶다. 만약 내일 탄핵가결로 집무가 정지되면, 옛 선인들이 작성한 역사서를 탐독하며 혼을 정상으로 돌리시길 바란다.

정장희 기자 | news@eng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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