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분석
부실나면 모두 엔지니어링 탓, 책임전가 국토부정부 "부실설계하면 형사처벌"… 국회 "엔지니어링사가 가시설물 설계"
업계, "감리원 징계강화는 동의…전관퇴출, 서류중심업무환경 개선 선행돼야"
이준희 기자  |  jhlee@eng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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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09  20: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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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부실한 설계로 발주청에게 손해를 끼친 업체와 기술자를 형사처벌한다'는 건설기술진흥법 개정안이 3일 입법예고 됐다. '설계단계에 가시설물을 설계하라'던 국회 입법발의에 이은 정부 정책에 업계는 "엔지니어링 전문성 부재가 불러온 편의행정"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국토교통부는 설계자가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아 부실 설계가 발주청에 손해 끼치면 해당 기술자에 3년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벌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는 현장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설계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갑의 지위에 있는 발주처와 시공사가 엔지니어링사에게 책임전가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A사 관계자는 "현장에서 벌어진 문제에 대해서 벌을 주는 것은 마땅하다. 감리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면 안된다"라며, "반면 '계'자만 봐도 설계는 본질적으로 계획의 영역이다. 설계자가 고의로 부실설계를 하지 않는 이상 형사처벌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맞지 않았다고 기상청의 부실설계를 지적하며 형사처벌하는 것과 유사하다"며, "현장사고를 책임져야할 발주처가 그 원인을 설계자의 부실설계 탓으로 돌린다면 전 세계 어떤 건설시장에서 누가 설계입찰에 참여하겠나"라고 지적했다.

발주청이 건설현장의 책임을 부실설계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침소봉대라는 지적도 있지만, 최근 국토부의 행보를 보면 지나친 기우가 아니다. 2013년 9월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설계도서의 작성 등 구조물(가설구조물)을 포함 구조검토를 해야 한다"는 건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엔지니어링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당 법안은 2015년 7월 입법예고에 들어간 바 있다.

B사 관계자는 "건설자재가 각기 다른 상황에서 미래를 예측해 구조검토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럼에도 설계단계에서 가시설물을 설계한다는 말이 안 되는 법안이 국토부의 무리수로 통과됐다"며, "건설현장의 사고원인을 부실설계로 보려는 것은 엉뚱하게 가시설물의 설계책임을 설계자에게 뒤집어 씌운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지적했다.

▼ 업계, "감리원 징계강화에 동의… 전관퇴출, 서류중심업무환경 개선 선행돼야"
또한 기존에는 감리보고서 허위 작성 시 감리업체만 6개월 업무정지 징계를 내렸지만 앞으로는 업체와 감리자에게까지 최대 2년까지 업무정지가 부과된다.

그러나 업계는 감리원에 대한 징계강화에 동의하지만 무능한 전관출신 감리원 퇴출, 건설현장이 아닌 서류업무 중심 상황개선이 거론되지 않는 점이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A사 관계자는 "60~70대의 퇴직공무원들이 감독시절 쌓은 서류실적으로 감리원에 채용되고 있다. 기술적인 수준이 낮아보니 현업감리원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며, "게다가 서류업무가 100가지도 넘어 과업의 60%를 초과하다보니 상주감리 조차도 제대로 현장에 나가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뒤이어 "감리원들이 민원 폭주에 대가도 없이 주말 출근을 해야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건설현장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축, 품질, 안전에 우선순위를 두고 실질적인 대책을 세워야한다"며, "실력있는 엔지니어를 현장에 배치해 제대로 된 대가를 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B사 관계자는 "사실을 왜곡해 허위로 감리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하다"면서도, "발주권한이 있는 공무원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괘씸죄로 찍혀 수주에 지장을 받는다. 전문가인 엔지니어가 비전문가인 공무원에게 휘둘리는 구조부터 깨야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오히려 건진법 개정안에 따라 건설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감리자 본인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명분이 생겼다"며, "이제 감리자는 발주청과 시공사의 갑질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에 따라 문제를 지적하고, 필요하다면 공사를 중지시킬 수 있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건설기술관리협회는 오는 13일까지 이번 건진법 개정안에 대한 업계의 입장을 수렴할 예정이며, 국토부는 한달 뒤인 2월 13일까지 업계 의견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이준희 기자 | jhlee@eng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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