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넘기고, 떼먹고, 강요하고…"부조리 넘쳐 나는 감리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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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넘기고, 떼먹고, 강요하고…"부조리 넘쳐 나는 감리현장"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7.06.19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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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지시 따르지 않으면 감리원 교체해
엔지니어 처벌하려면 발주청도 형사처벌해야

(엔지니어링데일리)정장희 기자= #1.××군이 발주한 ◯◯통합상수도 건설공사에서 발주자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공사기간을 당초 50개월에서 57개월로 늘렸다. 하지만 감리를 수행했던 A엔지니어링사에 대해서는 50개월치만 대가를 지급했다. A사가 항의를 하자 오히려 대가지급의 법적근거를 내놓으라며 으름장을 내는 등 책임을 감리단에 전가했다.

#2. **도가 발주한 □□도로 건설사업관리를 낙찰받은 B사는 계약서 작성과정에서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발주처가 예산부족을 이유로 용역비 산출시 제경비 항목을 건설사업관리 대가기준 보다 55%를 삭감한 것. 제경비는 직접인건비의 110~120%를 산정토록 대가기준에 적시돼 있다. B사는 **도로부터 지속적인 수주를 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억울해도 참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3. C사는 △△발주처로부터 예산부족하다는 요청과 함께 감리원의 등급을 특급에서 고급으로 중급에서 초급으로 적용할 것을 요구받았다. 그 결과 36억원이었던 용역비가 27억원으로 9억원이나 부당하게 삭감됐다. ◇◇발주청은 분기별로 재정목표를 인위적으로 설정해, D엔지니어링사에게 목표달성을 강제했다. 건설사업관리단과 시공사는 발주청의 요구로 공사기성을 과다하게 처리했고 불합리한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수서~평택 고속철 비리로 촉발된 건진법 87조 개정작업에서 국토부와 관련협단체로 제기된 건설사업관리 불공정 사례다. 국토부는 건설사업관리가 비리와 부실로 얼룩졌다고 판단해 엔지니어링사를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는 건진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업계는 건설사업관리의 부조리는 엔지니어링사보다 발주처의 부당한 요구가 대다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가 지적한 발주처의 부조리는 적정한 감리대가 미지급과 시공사와 결탁해 감리단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요약된다. 또 부실공사 등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감리단에게 전가하고, 부당한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감리원을 교체해 왔다는 지적이다.

J사 감리원은 "발주처가 사용하는 적정대가 미지급 사례유형은 너무 다양해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라며 "감리단의 부당한 지시에 항거라도 하면 바로 감리원을 교체해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특히 철도, 항만 등 한정된 기관의 사업에서 교체된 감리원은 발주처로부터 일명 '블랙리스트' 처리돼 퇴출된다고 업계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1심판결이 내려진 수서~평택 고속철 사례는 시공사, 발주처, 감리사가 공모한 정황이 있다고 재판부가 판단해 3~5년이라는 높은 형량이 내려졌다. 하지만 극단적인 사례를 제외하고는 발주처의 위력에 의한 부당한 지시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업계는 국토부가 개정안을 통해 감리현장의 부조리를 근절하려면 "엔지니어만 처벌하는 개정안을 낼게 아니라 발주처를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삽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사고발생시 잘못된 발주와 부당한 지시를 행하는 발주처도 형사처벌하는게 법형평상 맞는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발주처나 엔지니어 모두에게 처벌만은 능사가 아니다. 발주처의 감리단 교체권한을 최대한 까다롭게 하고, 감리단에게 현장 통할권을 부여하는게 합리적인 대안"이라며 "국토부는 발주처의 부조리사례를 꾸준히 수집해 제재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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