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DIC 서울 컨퍼런스, 엔지니어링 수출의 모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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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DIC 서울 컨퍼런스, 엔지니어링 수출의 모멘텀
  • 정장희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2.09.06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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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없던 甲 인천공항… 실력있는 乙로 비약적 성장
후대양성하지 못한 엔지니어링 1세대… 차세대 엔지니어양성에 총력해야

FIDIC 2012 서울 컨퍼런스가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컨퍼런스의 세미나7에서 발표를 맡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이영근 부사장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FIDIC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그의 소감과 세계1위 공항 인천공항만의 경쟁력을 소개했다.

특히, 국토부에 몸담았던 시절부터 FIDIC 총회 서울유치에 공을 들인 이영근 부사장은 공항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무엇보다 이번 컨퍼런스를 엔지니어링 수출의 계기로 삼아야한다는 주장을 전개했다.

▲ 인천국제공항공사 이영근 부사장

- 서울 컨퍼런스에서 세미나7의 주제발표를 맡았다. 어떤 방향으로 접근할 계획인가?
세계1위 인천공항의 경영자이자 엔지니어로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세미나7 ‘그린과 스마트를 고려한 과업 수행’의 발표를 할 예정이다.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무엇보다 해외공항사업에 관심 있는 엔지니어링업체들을 대변할 생각이다. 행사장에서도 인천공항은 희림, 삼우, 포스코, 건원과 부스를 공동으로 사용하며, 해외발주처로부터 우리업체들이 세계1위 공항의 파트너라는 인식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이라크, 러시아, 필리핀, 네팔,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해외발주처들은 세계1위 공항을 보유한 한국의 공항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에 57개국 정상 중 35명이 인천공항을 방문해 인천공항의 기술력과 운영능력에 큰 관심을 보인 바 있다. 공항 외에 도로분야는 평준화되는 양상이지만 물분야는 4대강을 통해 해외진출의 물코를 틀수 있고, 철도분야는 감리 쪽이 시장성이 있다고 본다.  

- 인천공항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인천공항은 환경론자의 반대 등 적지 않은 난관을 극복하고 2001년 3월 개항했으며, 2단계 사업을 거쳐 지금은 미래항공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3단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유럽 등 선진국 중에 신규 공항설립 사례가 거의 없다보니 프랑스 드골, 독일 프랑크푸르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공항인프라는 인천공항에 비해 현저히 뒤쳐져있다. 유럽은 사실상 건설이 끝났기 때문에 선두기업의 지위를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처럼 인천공항은 하드웨어 인프라가 우수할 뿐만 아니라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8만 시간 무중단 운영 및 무사고 기록은 하드웨어와 함께 공항의 소프트웨어가 잘 맞물려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며, 이는 수많은 개도국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공항 타당성조사 단계에서 경쟁공항으로 여겼던 홍콩, 간사이를 이미 앞질러 7년 연속 세계 1700개 공항중 1위를 달리고 있다. 

- 인천공항사업을 이끌게 된 계기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항만청출신인 나는 1990년 교통부 신공항건설 기획단에 합류해 92~93년 신공항 마스터플랜 확정을 이끌었다. 대한민국에 전무한 인천공항 프로젝트를 성공시킨다는 일념 하에 미국유학을 결심했지만 덴버공항과 간사이공항의 실패사례를 지켜본 국비유학 프로그램 담당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지원을 해주지 않았다.

결국 1994년 미국정부로부터 험프리 장학금을 받으며 유학길에 오른 나는 뉴저지주립대학에서 미국 덴버공항의 실패사례를 바탕으로 공항도시를 연구했다. 인천을 거점공항으로 지역으로 영역을 넓혀간다는 연구계획을 발표했으며 이 성과로 1995년도에 미국연방항공청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인천공항 1단계사업의 개념설계는 미국의 벡텔社가 맡았다. 당시 현장의 우리인력은 30명인데 벡텔은 단지 5명의 엔지니어만 파견했으며 나머지 작업은 미국 본사에서 처리했다. 그들은 기본계획, 개념설계의 틀만 잡았던 반면 상세설계를 맡은 유신의 엔지니어들은 그리기 등 단순 노동 작업을 담당했다. 미국 엔지니어들의 업무 스타일을 지켜본 나는 엔지니어링 분야야말로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영역으로 20년 후에는 한국도 같은 길을 가야만한다고 느꼈다. 

- 벡텔社의 사례처럼 엔지니어링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산업이지만 국내에서 인식은 이에 미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동의한다. 선진국과 다르게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산업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 국내에서는 갑을의 해석이 다를 때 갑의 해석에 따른다. 반면 미국은 우선 갑을 간에 상호협의를 하며, 결렬시 미국정부, 한국정부, 제3국 정부가 중재하는 국제상사중재원에서 최종적으로 조정한다.

한국시장에서는 시공사의 설계변경 요구에 용역업자들이 무조건 순응한다. 반면 미국 엔지니어링사는 우선 변경요구서(Change Order)를 요청하고 공사 후 추가공사비용을 청구한다. 이것이 글로벌스탠더드지만 국내에는 변경요구서 없이 설계변경을 하는 것이 유능한 엔지니어라는 인식이 아직 잔재해 있다.

또한 건설기술관리법에 의하면 기술이 중시되는 사업은 기술, 가격을 분리입찰을 하게 되어있지만 지금은 지나치게 가격중심구조로 가고 있다. 가격경쟁으로 최종 결정을 하는 것이 공무원에게 문제가 없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 이라 생각하며 이로 인해 신기술개발이 발목잡히고 있다. 97년 IMF 사태가 터진 후 수많은 엔지니어링 업체가 턴키 입찰담합으로 구속됐지만 아직도 큰 변화는 없다. 

- 현재 인천공항 3단계 사업을 진행 중이다. 과거에는 벡텔, 파슨스와 같은 외국업체가 PM을 했다. 지금 3단계에서 한국의 역할은?
2단계와 가장 큰 차이는 이제는 우리가 주관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제1여객터미널사업은 덴버공항 설계자가 주관하고 국내업체는 협력사로서 단지 실시설계 도면만 작성할 뿐이었다. 반면 3단계사업은 국내기업 희림이 주관하고 미국의 겐슬라가 협력사로 참여한다.

국내 SOC 물량감소로 해외진출이 엔지니어링업계의 탈출구라 본다. 중국, 필리핀, 미얀마 등 해외시장에서 이제 인천공항이 주관사로서 과거 벡텔이 하던 타당성조사, 마스터플랜을 하고 있고 협력업체에게 기타 단순공정을 맡긴다. 국내기업이 해외공항사업에 참여할 때 세계1위항공사 인천공항공사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해외발주처의 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엔지니어들의 위상 제고를 위한 대안이 있다면?
1단계사업에 나와 함께 참여했던 사람들 중 남아 있는 인원이 없다. 그러다 보니 선배 엔지니어의 경험과 노하우가 후대에 전수되지 않는다. 또한 과거 수많은 사업기회를 통해 큰 수익을 거둔 1세대 엔지니어들은 이를 R&D나 인력양성 등에 재투자하지 않았다. 젊은 층의 이공계기피현상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엔지니어링산업의 발전을 위해 과감히 수십, 수백억 투자하는 업계 리더가 부재했다.

한국을 무섭게 쫓아오고 있는 중국에서는 엔지니어들이 기업, 당, 정부를 운영하고 있다. 각성해야할 대목이다. 리스크 없는 곳에 수익도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차세대 엔지니어양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창기 인천공항과 한국정부는 실력없는 甲이었고 미국의 벡텔은 실력있는 乙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세계 10여개 지역에서 공항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인천공항과 국내엔지니어링사가 실력있는 乙로서 역할을 다할 때이다.

대담 정장희기자 / 정리 이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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