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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1호 여성토목기사, 기적 같던 도화엔지니어링 입사 이야기수주실패로 회사 휘청… 오토캐드 실력 키우며 와신상담
토목기사에 수질환경기사 취득, 회사도 기사회생→ 실력인정받아 도화 이직
이준희 기자  |  jhlee@eng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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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08  23:5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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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탈주민 초청 문화나눔 행사 - 2017.09.08 도화엔지니어링 본사

(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탈북 1호 여성 토목기사인 도화엔지니어링 수자원본부 정해 과장이 남한의 치열한 수주전쟁에서 살아남아 업계 1위 회사로 이직하기까지 역경과 성공의 스토리를 탈북 청소년들에게 생생히 전했다.

도화 본사에서 8일 치러진 이번 행사는 북한이탈 가정청소년 120여명을 대상으로 교양 특강과 회사 견학을 통해 다양한 진로탐색의 기회를 주고자 개최됐다. 도화는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기부금과 기업후원금으로 이 자리를 마련했다.

박승우 도화 사장은 “최근 북한의 핵도발로 인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있지만 오늘의 행사가 북한이탈 청소년들의 안정적 국내 정착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많은 것들을 배우고 엔지니어처럼 인류복지에 이바지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리더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정해 과장이 북한이탈가정 청소년 120여명을 대상으로 교양 특강을 하고 있다. - 2017.09.08 도화엔지니어링 본사

목숨을 건 탈북에 성공한 120여명의 청소년들은 특별강연자로 나선 정해 과장의 이야기에 이목을 집중했다.

정 과장은 2002년 부모를 여의고 2005년 9월 41세의 나이에 두 자녀를 데리고 탈북에 성공했지만, 한국 적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평양건설건재대학을 졸업하고 북한 인프라시설의 설계업무를 직접 수행 한 바 있지만, 도면설계에 익숙한 정 과장에게 오토캐드로 설계해야만 하는 국내 엔지니어링업계의 문턱은 높았다.

정 과장은 “내가 제대로 된 직업을 갖고 정착을 해야 학교생활 적응에 애를 먹는 자녀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 깨달았다”며, “설계를 할 수 있는 곳을 수소문해 토목회사 면접을 봤다. 공학용어는 남북한이 큰 차가 없어 무리없이 면접을 통과했다”고 했다.

그러나 정 과장의 본격적인 시련은 입사 후 시작됐다. 북한에서 취득한 전공인 만큼 객관적인 실력입증이 필요했던 것. 김 과장은 사장의 권고로 토목기사시험 준비에 들어갔다. 잘 먹지 못하는 커피로 밤을 지새며 김 과장은 2달만에 6권의 수험서를 읽고 어렵게 필기시험을 통과했다. 실기는 무난히 통과했다.

정 과장은 토목기사 취득 후 동료들의 인정을 받았다. 큰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했지만 감당하기 힘든 시련이 건설업계의 불황에 따른 치열한 수주전과 함께 찾아왔다. 정 과장은 처음 맡았던 사업이 BTL 프로젝트였다. 시공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다. 그러나 번번이 수주에 실패하며 회사가 어려움에 빠졌다. 정 과장은 시장경쟁의 잔혹하고 냉정한 현실에 무력함을 느꼈다.

그러나 정 과장은 “회사가 어려웠지만 이런 상황에서 퇴사를 하는 것은 신의성실에 어긋난다고 판단, 회사가 다시 일어서는데 보탬이 돼야겠다고 결심했다”며, “대학에서는 배움의 방향을 잡는 것일 뿐 진짜 공부는 일터에서 과업을 하면서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오토캐드 설계 등 실무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북한에서 주전공이었던 상하수도분야 기술사시험을 본격적으로 준비했다”고 했다.

결국 토목기사에 이어 수질환경기사까지 취득한 정 과장은 공교롭게도 4대강사업 발주가 늘어나며, 몸담았던 회사의 프로젝트 수주에 역할을 했다. 실시설계 등 본과업에서도 엔지니어로써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숱한 야근을 반복해도 일하는 기쁨에 취해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지만, 결국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던 것. 정 과장은 “아프면 약을 먹고 회복하고 다시 일에 매진하는 등 정신없이 일에 빠져 살았다. 하루는 새벽 4시에 퇴근하고 7시에 출근하다 지하철 문에 끼어 다리를 크게 다쳤다. 그 후로 사무실에 출근할 수 없게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 과장은 2년간 치료를 받으며 실업급여를 받고 컴퓨터교육을 정식으로 받았다. 정 과장이 이처럼 죽기 살기로 일하던 모습을 눈여겨봤던 합사 엔지니어가 도화엔지니어링 입사를 권유했다. 기술자로서의 책임감을 높이 평가한 것.

정 과장은 “평양건설건재대학에서 6~7년 공부하고 실무현장에서 설계도 했었다. 그 때 한 번 쯤은 최고의 엔지니어들과 팀을 이루기도 하고 경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도화는 국내 1위 엔지니어링사로 남한기술자들도 쉽게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다. 특히 상하수도분야는 독보적이다. 매일 꿈을 꾸는 듯 행복하다”고 했다.

뒤이어 “남한에 온지 10년만에 도화의 문턱을 넘었다. 초중고등학교에 있는 여러분은 더 젊은 나이에 본인이 희망하는 분야 최고의 직장에 나보다 일찍 들어가길 바란다”라며, “공학이 취업에 유리한 만큼 엔지니어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한편, 도화는 지난해 11월 북한이탈주민에게 후원금 전달을 시작으로 12월 북한이탈 청소년 대안학교인 두리하나국제학교를 방문해 김장 봉사 활동을 진행한 바 있다. 올해 4월에는 북한이탈 청소년 기숙사에 컴퓨터, 에어컨 등의 물품을 기증하는 등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준희 기자 | jhlee@eng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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