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사당골
<사당골>턴키 유감
정장희 팀장  |  news@eng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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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24  23: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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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이도 SOC시설을 기술경쟁을 통해 선정한다는 턴키입찰이 시작된 지 어언 20년이 지났다. 시작은 좋았다. 건설사는 최저가가 아닌 100%에 육박하는 낙찰률로 사업을 수주했다. 엔지니어링사는 자신들이 가진 기술력을 뽐내며 랜드마크 시설을 따내는 희열을 맛봤다. 게다가 2~3달간 가열하게 일하면 목돈이 굴러들어왔으니 주머니도 두둑해졌다.

사실 다들 행복했다고 볼 수 있다. 초기 턴키 때까지만 해도 순수기술력이 성패를 가르다보니 기술력이 뛰어나다면 돈을 주는 시공사에 나름 큰소리 칠 수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한가락한다는 엔지니어들이 몸이 고되더라도 성취감과 성과보상에 끌려 턴키전문엔지니어로 많이 투신했다.

그랬던 턴키가 2000년 초반 즈음부터 건설사의 로비전이 심화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방식은 이렇다. 심의위원에게 잘봐달라고 하는게 아니라 상대편에게 폭탄점수를 주라고 로비하는 것이다. 턴키로비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구속되고 전국민적으로 욕도 먹었다. 지금까지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국토부는 평가방식을 바꿔도 보고, 엄벌에 처한다고 엄포도 놔봤다. 이래저래 바뀐 대책만 셀 수 없을 정도다. 방패가 강해질 때 창은 놀고 있겠나. 건설사도 바뀌는 정책에 따라 교묘하게 로비를 해댔다. 종종 방패에 구멍이 숭숭 뚫리기도 했으니 제대로 됐을 리 만무했다.

그많은  턴키 대책 가운데 이제껏 엔지니어링사를 위한 것은 없었다. 사실 턴키의 명분이 기술경쟁이라면 엔지니어링이 꽃이 돼야 하는데, 잔뿌리정도도 안되게 취급 받았다. 기술경쟁의 의미가 무뎌지다보니 돈 주는 건설사의 갑질이 시작됐다.

일단 주는 대가를 줄였다. 민간과 민간의 계약이다보니 각종 계약법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됐다.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턴키낙찰률이 높다고 공격할 때마다 기술력 우위라는 명분으로 방어를 했다. 하지만 정작 기술력의 핵심인 엔지니어링사에게는 자신들이 가장 싫어하는 최저가입찰을 강요한 것이다. 자기모순이고 자기분열이다. 10여 년 전부터는 낙찰되지 못하면 지역건설사는 차일피일 미루며 설계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줘도 실비정산 수준이었다.

무너진 턴키시장에서 설계엔지니어 개개인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관설계와 다르게 턴키는 실적이 제대로 인정되지 않아 정부사업으로 전환이 어려웠다. 창의적인 설계를 했던 턴키엔지니어는 어느덧 건설사의 갑질 아래 밤을 새우며 기계적으로 일하는 로봇이 됐다. 몸도 마음도 가정도 피폐해졌다.

얼마 전 국토부가 개최한 턴키사업 불공정 관행 공청회 자리에서 건설사와 엔지니어링사 사이의 불공정이 논의됐다. 필자 기억으로는 턴키 시행 후 처음으로 민민-턴키계약의 문제점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게다가 턴키합사의 고강도 노동 문제까지도 지적됐으니, 불공정 적폐청산의 기치를 든 현정권의 기조가 반영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건설업계는 턴키는 민간의 계약이니,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100% 공공사업으로만 발주되는 턴키라면, 내부 절차도 철저하게 공공성을 띠어야 한다. 민간계약이라도 정부대가에 맞춰 설계료를 정산해야 한다. 오히려 건설업계 말대로 턴키가 고난이도 공정이라면 1.5배~2배는 쳐줘야 하는게 아닌가. 그래야 건설사 자신들이 100%에 육박하게 낙찰받아가는게 설명이 된다. 이래저래 싫다면 턴키입찰을 없애버리면 그만이다.

일단 턴키사업의 불공정이 화두로 올라섰으니, 꾸준하면서도 급진적으로 강단있게 턴키불공정을 타파하자.     
 
정장희 팀장 | news@eng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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