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애니팡 구조조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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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애니팡 구조조정론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2.10.2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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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장희 기자
얼마 전 모 엔지니어링사 임원으로부터 애니팡하트를 받았다. 물어볼 것도 있고 해서 생각난 김에 전화를 연결해 “전무님도 애니팡 하세요? 대단하시네~”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되돌아 온 답변은 “게임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트를 하나하나 보내며 직원들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서입니다”였다. 모 전무는 임원급뿐만 아니라 사원까지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고과가 나쁜 사원이 애니팡 점수까지 높다면 구조조정 1순위’라는 다소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처음에는 농담인줄 알았지만, 재차삼차 물어본 결과 애니팡 구조조정이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됐다.

당초 계획은 노쇠한 임원들을 중심으로 구조조정하고, 직원들은 고통분담 차원에서 임금을 깎는 것으로 노사가 완만한 협약까지 맺었다. 하지만 수주량이 지난해보다 한참 밑돌자 부서별로 고과가 나쁜사원을 중심으로 구조조정하라는 경영진의 명령이 떨어졌다.

명예퇴직이라는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6개월 정도의 월급만 챙겨줘 명예스럽지 못한 상황이 됐다. 직원들은 일제히 반발했지만, 그들도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현 상황에서는 사측 또한 어쩔 수 없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결국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셈이 된 것이다.

정리해고 깃발이 서자 가장 먼저 명퇴신청을 한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유능한 엔지니어였다. 그들 입장에서 능력이 있는데도 임금 깎고, 정리해고나 일삼는 곳에 몸 담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측입장에서 명퇴멍석을 깔아놨으니, 능력있는 엔지니어가 나간다고 해도 잡을 명분이 없게 된 것이다. 엔지니어링업계에서는 유능한 엔지니어는 유능한 파일럿과 같다. 최소 5~10년간 교육과 실전을 통해 배양되는 고급인력이라는 것이다. 핵심인력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영업을 뛰는 전관과 단순설계만 하는 초짜 엔지니어만 남아 종국에는 껍데기엔지니어링사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전관들에 대해 칼을 들이대려도, 조직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발주청 벽에 막혀 울며겨자먹기로 보유할 수밖에 없다고 엔지니어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대규모로 발주된 국토청 입찰에 모 중견엔지니어링사가 완전배제된 일이 있는데, 해당 임원은 발주청으로부터 “국토청 출신 다 해고시켜놓고 배짱 좋게 일 따러왔나”라는 면박을 들었다고 한다.

“이러다 기술자PQ와 전관PQ를 따로 작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우스갯소리가 현실화되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최근 엔지니어링산업과 관련돼 정부부처간 알력다툼이 상당수위에 올라왔고, 각 부처별로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그럴듯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마치 자신의 부처가 엔지니어링산업을 장악하면 글로벌화라도 될 것처럼 떠든다.
하지만 발주와 수주라는 실질영역에 도달하게 되면 정부는 절대 손해보지 않는 장사를 하고 있다. 현직에서는 로비를, 퇴직후에는 자리 보장을 원하는 공무원들의 작태는 업계에 잠깐이라도 몸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다.

고부가가치산업 엔지니어링이 미래를 기약하기 위해서는 공무원들 자체부터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 즉 발주청 감독업무를 경력으로 환산해 PQ만점을 받는 것부터 스스로 내려놔야 한다는 것이다. 영업을 하는 전관의 임금이면 3~4명의 유능한 기술자를 고용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엔지니어링입찰제도에 대대적인 손질과 함께 발주기관 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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