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1>강소엔지니어링사 미래경쟁력
“진입장벽 허물고 무한경쟁해야 ‘强’한 엔지니어링사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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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회1>강소엔지니어링사 미래경쟁력
“진입장벽 허물고 무한경쟁해야 ‘强’한 엔지니어링사 늘어난다”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2.04.17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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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개방 통해 경쟁력 확보한 뒤, 역 진출 모색해야
인력문제 해결 없이는 엔지니어링 경쟁력확보 요원

“진입장벽을 완화하고 무한경쟁시스템을 적용해 경쟁력 있는 엔지지니어링사를 길러내야 해외진출이 가능하다” 지난 5일 한국엔지니어링협회 주관으로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강소엔지니어링사 미래경쟁력’ 좌담회에서는 96.9%에 달하는 중소엔지니어링사가 강소엔지니어링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논의됐다. 토론자들은 정책입안자와 발주청이 강소엔지니어링사에 대한 제도적 보완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스스로 자기혁신을 하지 못하고 지원만을 바라는 엔지니어링사는 도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좌담회는 손원표 동부엔지니어링 소장을 좌장으로 김승렬 에스코컨설턴트 대표, 이용안 안세기술 대표, 정병률 서현기술단 대표, 정상철 이엔씨기술연구소 대표, 한명식 태조엔지니어링 대표가 참석했다. 한편 토론에 앞서 권익수 협회 기획협력실장은 ‘중소엔지니어링사의 현황과 실태’에 대해 발제했다. <편집자 주>


손원표 : 오늘 한국엔지니어링협회에서 강소엔지니어링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좌담회를 마련하게 됐다. 주요 토론 내용을 중심으로 허심탄회하게 토론했으면 좋겠다. 오늘 토론에서는 비판적이고도 구체적인 의견들이 제시되어 실질적인 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이용안 : 엔지니어링산업은 발주자의 우월적 지위가 보장되는 수주산업이다. 발주방식에 따라 영업의 필요여부가 극명하게 갈린다. 특히 강소엔지니어링산업이 관급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중에 하나가 영업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엔지니어링 입찰은 인력에 대한 경험을 평가하는데, 이들의 기술력을 입증할만한 장치가 부실하다.
PQ평가시 지적재산권 보유항목만 해도, 실질적인 수행능력보다는 단순히 점수를 받기 위한 평가에 그치고 있다. 즉 발주청이 특허를 껀수로 평가하다보니 엔지니어링 수행능력과 상관없는 특허가 등재되어 있고, 이나마도 기획적으로 구입하는 곳이 많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대형사들이 특허를 구매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규모가 작은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정말로 기술력 있는 회사가 우대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는 것이 아쉽다. 진정한 기술력으로 평가해야 한다.

손원표 : 특허 가운데 실제로 활용되지 않는 것이 80% 이상일 것이다. 특허를 위한 특허이다. 실체가 없다. 문제가 있다.

이용안 : 실제 엔지니어링과 관련된 특허인지를 가려서 평가해야 한다. 얼마 전에 정보통신공사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을 봤다. 지적재산권 보유 여부에 대한 항목이 있길래 지적재산권 보유가 수주나 업무 수행 능력과 얼마나 연계가 되는지 조사했느냐고 물으니 안 했다고 하더라. 아쉬웠다. 앞으로는 이런 내용들이 조사되어 실제로 평가에 반영이 됐으면 좋겠다.

정상철 : 환경 분야를 수행하다보니 제도적인 장치가 제일 중요했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 조사를 보면 96%가 중소기업인데, 실제로 엔지니어링 업계의 이데올로기를 주도하는 곳은 대형사들이다. 실례로 과거에는 실적에 의해 회비를 냈는데, 요즘에는 실적회비를 없애고, 대중소사 모두 동등한 회비를 내고 있다. 협회가 대기업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단적인 예다.
비근한 예로 최근 서울시 신호등 교체와 관련해 시민들의 반대가 있자 경찰청에서 자문회의를 소집했는데, 자문위원의 면면이 모두 경찰청의 정책을 찬성하는 사람들이었다. 즉 엔지니어링산업의 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 중소기업이 목소리를 내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정병률 : 결국 제도적인 부분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문제는 발주 방식일 것이다. 중소기업들의 소망은 관에서 발주하는 사업을 대형사와 어깨를 나란히 경쟁해 보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실적에 대한 장벽(PQ제도)이 있어 어렵다. 그 벽이 어느 날 넘을 수 없는 벽이 됐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PQ 제도를 보안해서 공동도급을 확대시켜야 한다. 문제는 중소기업은 주관사를 맡고 있는 대형사에게 잘보여야 컨텍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도 결국 갑을관계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소사들은 기술제안서 방식의 입찰에 도전하고 있다. 서현기술단도 기술제안방식 입찰이 성장의 디딤돌이 됐다. 하지만 그 과정은 피를 말릴 만큼 힘들다. 중소사가 강소사로 성장하기 위해 무엇보다 발주 방식이 다양화되어야 된다. 특히 예전에 있다가 없어진 중소업체 가점등을 부활해 정책적으로 중소사를 배려해야 한다

손원표 : 제가 속한 동부엔지니어링이 최근 교통정온화 R&D 프로젝트를 한국교통연구원(KOTI)과 경쟁해서 따냈다.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서 이긴 의미심장한 사건이다. 이 프로젝트를 발주한 건설기술평가원은 민간기업의 참석을 유도하기 위해 RFP상에 기업참여 가점을 명기했다. 중소기업 보완책도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돼야 할 것이다.

한명식 : 아까 발표된 자료를 보니 수주가 200억 이하인 중소업체가 96.9%이었다. 그렇다면 3.1%가 대기업으로 분류되는데 엄밀하게는 이 수치가 다 대기업일까 하는 의문이 있다. 대한민국 엔지니어링 회사 중 과연 몇 퍼센트가 대기업의 경영 방식과 대기업다운 경영과 투자, 대기업다운 사회적 기여를 하고 있는가를 생각할 때 개인적으로 열 손가락 안에 꼽는다고 본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생각해 봐야 한다. 우선 우리 엔지니어링 업계에서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엔지니어링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엔지니어링이 수주사업이라고들 하는데 엔지니어링을 수주사업으로만 바라보면 발전이 없다. 스스로 고유 기술력을 강화해 나가고 서비스 형태를 창출하려는 노력을 해서 바이어스 마켓에 끌려 다니는 수주 형태에서 셀러스 마켓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부분은 투자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서 선도적으로 해줘야 하지만 안 한다.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될 때 강소기업이 생겨나고 전 세계를 리드하는 대한민국 엔지니어링 회사가 탄생할 것이다.
인력 수급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예전에는 엔지니어링 산업에 많은 인재가 몰렸다. 그러나 지금은 절대 그렇지 않다. 대학에 가서 취업반 학생들에게 특강도 하고 수요조사도 했는데, 1순위가 공무원, 2순위가 대기업이다. 그리고 시공회사이다. 하다하다 안 되면 엔지니어링사에 취직한다. 이런 인력 구조로는 엔지니어링 업계가 발전하지 못한다.
더욱이 국가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건설산업 등 국가 예산을 투입할 때 사업 초기 단계에서 효율적인 예산 투입 계획이 이뤄져야 한다. 이 업무는 발주부서 공무원과 엔지니어링 회사가 수행하는데, 시원치 않은 자원으로 일을 하다 보니 국가 예산이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결국 외적 환경이 바뀌고 나야 비로소 강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운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손원표 : 강한 엔지니어링사가 되기 위해서는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물관련 전문기업이었던 프랑스의 베올라의 경우만 해도 교통분야 유지관리에 진출하며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발주처에 목매 수주만해서는 안된다.

김승렬 : 자유시장경제에서 자기를 추월하고 위협하는 경쟁 상대를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작은 회사들이 모여 신세타령만 해서는 안 된다. 근본적으로 중소기업의 자세에도 큰 문제가 있다. 나는 문제가 없는데 제도가 나쁘다 불평만 할 것이 아니다. 가장 먼저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작은 엔지니어링 회사의 첫 번째 문제점은 실력이 없다는 것이다. 매우 타협적이고 순응적이고 무대응적인 타성에 젖어 있다. 외부환경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약하다. 실력은 없지만 원하는 것은 많다.
현재 우리의 엔지니어링산업은 치열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장이 없다. 기득권을 옹호하려는 쪽은 매우 강한 반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주는 논리에는 인색하다. 기득권 세력이 자기의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데 대해 대정부적인 차원에서 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작은 회사도 몸집 불리기에 혈안이 되는 것이다. 기득권을 옹호하며 제도적인 보호막 속에 어떻게든 들어가려고 몸부림친다.
또 하나의 제도적인 문제점은 엔지니어링 산업의 결과물은 엔지니어가 만들어내는 제품인데, 현실은 회사의 실적으로 평가된다. 실적을 수행했던 인원이 떠났다 하더라도 그 회사는 평가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결국 껍데기만 있는 회사가 수주하도록 보장해주는 환경이다.
오늘 토론 내용에서 영업력이 우선시 되는 국내 엔지니어링 수주 행태에 대한 지적도 있지만 작은 회사도 영업력이 있어야 한다. 다만 영업력이 우선시된다는 얘기는 비기술적인 부분이 기술적 부분을 능가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결국은 기득권의 보호막을 좀 얇게 해주고 무한경쟁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그래야 기득권도 놀라 준비를 할텐데, 현 시스템에서는 슬슬 놀기만 해도 된다.
결국은 이런 형태가 백화점식 대형 형태를 양산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 속에서 열매를 따먹는 세력이 상부상조하는 형태가 아주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존재해 왔다. 이러한 행태를 당장 버리라고 해도 절대 버려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이 부분에서 혁신이 일어나지 않으면 글로벌 진출이 절대 불가능하다.
엔지니어의 처우도 개선돼야 한다. 발주처로부터 엔지니어가 인격적으로도 수모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발주처의 비전문인, 초보기술자에 의해 특급엔지니어가 아주 저항력 없이 무너지는 형태가 되다 보니 엔지니어링 종사자의 자존감이 무너진다. 문제는 이 자존감을 돈으로 보상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돈도 적게 받으면서 인격적으로 굴욕을 당하는데 누가 엔지니어링 업계에 오겠는가. 나 또한 16년간 엔지니어링사를 경영하다보니 ‘엔지니어의 자존감’이라는 딜레마에 빠졌다.
평가가 발주처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발주처가 굉장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심지어는 발주처에서 엔지니어링사를 지정하는 형태까지 됐다. 결국은 이것이 기득권이다. 기득권을 없애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다만 내가 요구하고 싶은 것은 정말 실력 있는 사람이 경쟁할 수 있도록 보호막을 얇게 하고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
-기사작성일 2011년 10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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