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3>“국내 엔제니어링시장 개방해야
해외경쟁력 확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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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회3>“국내 엔제니어링시장 개방해야
해외경쟁력 확보된다"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2.04.17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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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 기술, 인력양성 부분에 투자해야
엔지니어링 산업 오로지 치열한 경쟁이 살아남는 길


<지난 호에 이어>
한명식 : 토론하다 보니 강소 엔지니어링의 의미에 대한 의문이 든다. CEO의 의지가 강하거나 CEO의 브랜드 가치가 강하다고 강소 엔지니어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엔지니어링산업 구조 자체가 프로젝트 기반으로 매트릭스 구조로 짜서 일이 진행된다. 거기에서 나오는 제품이 경쟁력 있는 제품이면 강소 엔지니어링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많은 일들을 한두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결국 보유하고 있는 인력이 경쟁력 있어야 하고, 그러한 인력을 보유하려면 수익구조가 개선이 되어야 한다.
관급공사보다 민간에서 수주하는 공사는 수주 행태가 완벽한 종적 구조로 되어 있어 수익 구조가 아주 열악하다. 그러니까 경영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중소기업이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한다. 수익 구조를 개선하려면 정부에서 중소기업에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해 좋은 인력을 수급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
한편 건설쪽에서 일하다 보니 건설 쪽 프로젝트도 예전에는 단순하게 한 분야만 전문적으로 하면 됐다. 하지만 요즘에는 프로젝트들이 대형화 융복합화되어 가고 있다. 철도만 놓고 봐도 요즘에는 시공, 환경, 교통, 도시계획 면허까지 있어야 입찰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다 보니 백화점식 경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면허를 갖추기 어려워 입찰에 참여조차 하지 못한다. 정부에서 공동도급도 허용한다고 정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그러나 정보통신, 신호, 발송배전, 건축 등 전혀 다른 7, 8분야를 4개 업체로 묶어서 입찰하라고 한다. 그러니 대기업밖에 못한다. 이런 제도 하에서는 특화되어 있는 업체나 경쟁력 있는 업체가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한두 업체가 각 요소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주 행태 자체가 이것을 제한하고 있다. 이것을 무제한으로 풀어야 한다. 몇 개 업체가 아니라 경쟁력 있는 회사끼리 공동도급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공동도급사수를 제한하면 결국 수주해서 외주로 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요즘 터널 분야에서 기계화 시공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 회사 내에도 TBM 사업부를 신설했다. 고전적인 엔지니어링만으로 버틸 수 없겠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
건설 엔지니어링이 플랜트 엔지니어링과 다른 점이 뭔가 봤다. 건설 엔지니어링은 부가가치가 떨어지고 하위급 일을 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플랜트 엔지니어링은 이미 외국 시장에 나가 자기들의 상품을 수요자에게 파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왜 우리 건설 엔지니어링은 팔 능력이 안 되는지 답답하다. 해외에 팔 상품이 없다.
하드웨어만 할 것이 아니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고민하다가 TBM 사업부를 신설했다. 요즘 터널 공사에서 기계화 공사를 많이 한다. 여기에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TBM은 터널링 엔지니어들이 주도하고 있지만 일종의 플랜트라고 본다. 시공자가 장비를 리스하거나 구매해서 그 공사를 할 때 그 장비의 사양을 명확하게 해당 지반에 맞게 외국 서플라이어에게 요구할 능력이 있냐 하면 그렇지 않다. 그러다 보니 서플라이어의 견적에 휘둘려 장비 가격이 좌지우지된다. 그러다 보니 시장이 왜곡됐다.
우리 건설시장도 융복합화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특화된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사업 초기부터 설계, 시공, 테스팅, 오퍼레이션 서비스까지 해보자는 의미로 TBM 사업부를 만들었다. 아직 한 건도 매출은 없다. 열심히 투자만 하고 있다. 그런데 잠재 클라이언트들이 안 사려고 한다. 예전에는 무상으로 제공받았기 때문이다. 무상으로 해주던 것을 사라고 하니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김승렬 : 우리의 엔지니어링은 해외 나가서 무엇을 해낼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2000년 초반 국토부가 억지로 해외진출을 시키려고 해외가점을 준 것이 폐단을 낳았다.
해외 진출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길은 한 가지뿐이다. 국내 엔지니어링 시장을 해외에 개방하는 것이다. 개방을 통해 외국 엔진사가 국내에서 경쟁하도록 문을 활짝 열어줘야 우리가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 이것도 결국 보호막의 문제다. 보호막 쳐놓고 경쟁하라 하니 이 경쟁이 매우 비상식적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외국 회사들이 국내에 안 들어오려고 한다. 우리 건설사의 부패지수가 높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자신들이 갖고 있는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기술력을 저해하고 있는 보호막이다. 결국은 실력 있는 자가 생존할 수 있도록 벽을 얇게 만들어야 한다. IT 산업처럼 엔지니어링 산업도 오로지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실력 있는 기업이 나온다.

한명식 :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한다. 우리 엔지니어링의 취약점은 엔지니어링 프로슈머 자체가 글로벌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해외에 나가서 일하기가 어렵다. 국내 시장이 외국 기업에 열리면 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시장 개방으로 얻을 수 있는 더 큰 기대효과는 발주자의 역할이 제대로 정립되는 것이다. 외국 발주자의 역할과 우리 발주자의 역할은 전혀 다르다. 이것이 이상적으로 정립된다면 생산성도 올라가고 대가도 현실화되어 엔지니어링 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용안 : 해외 쪽 얘기를 더 하자면, 우리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우리 회사는 3-4년 전부터 해외 사업을 하고 있다. 운 좋게도 ICT에 대한 한국의 평가가 좋아 거기에 편승해서 사업이 쉬웠다. 이것이 해외 사업에 대한 경험을 쌓는데 도움이 됐다.
얼마 전 방글라데시에서 해상 선박안전 육상 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미국이 경쟁자로 참여했지만 우리나라도 자체생산기반이 있어 수주가 가능했다. 국내에 생산 기반이 없었다면 접근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국내에 솔루션이 있다는 것도 큰 자산이다. 이것을 기반으로 엔지니어링 컨설팅 분야 선두에 설 수 있었다. 적어도 국내에서의 인지도가 해외에서 먹히는 것 같다. 이것을 잘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정상철 : 상생이란 용어가 작년부터 화두가 되고 있다. 20년 전에 환경법이 만들어질 때 공무원에게 제도가 잘 안 바뀐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그 때 전문가들은 환경법이 새로운 법이라 그나마 잘 변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행정법의 경우에는 잘 안 바뀐다. 그동안 환경법은 많이 발전했다. 20년 전 노력들이 최근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오늘 좌담회가 열렸지만, 10년 후에는 우리가 다른 얘기를 해야 할 것이다. 오늘과 같은 전문가 회의가 단순히 회의로만 끝나지 말아야 한다. 위원회를 결성해서 지속적으로 장벽을 없애고 강소 엔지니어링 업체를 키울 수 있는 구조적 장치가 있지 않는 한 서로의 불만을 토로하는 장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이번 기회를 통해 엔지니어링협회내 위원회를 결성해서 지속적인 모임을 통해 결실을 맺어야 할 것이다.

정병률 : 김 사장님께서 주어진 환경과 관련하여 이런저런 탓만 해서는 안 되지 않겠냐 하셨다. 한 사장님도 TBN 부서를 중소기업이 나아가야 할 하나의 방향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씀해 주셨다. 시장은 잘 바뀌지 않는다. 결국은 중소기업이 가져갈 수 있는 강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의사결정이 빠르다. 작지만 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동물들의 세계처럼 경쟁에서 살아야 한다면 결국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협회에 제도적 지원을 요구하는 의견도 있었다. 협회도 고민이 있겠지만, 업체와 소통할 수 있는 부분에 관한 공간의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 힘들겠지만, 이런 부분에서 협회가 중간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손원표 : 우선 영업력이 우선되는 행태에 대해서는 웬만한 엔지니어링사도 발주처 오비 영입 없이는 회사 영업이 안 된다. 그들의 임금은 같은 경력의 엔지니어의 2~2.5배다. 이 같은 문제로 인해 실질적으로 기술 투자, 인력 양성 부분에 투자할 여력이 없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발주처 문제는 발주처의 말이 곧 법인게 문제다. 기술표준화와 관련되서 우리에게는 정확한 기준이 없다. 발주처 공무원의 구두적 지시가 기준이 되다 보니 시방서가 필요없다. 또한, 관행에 젖어 있어 표준화된 기술만 요구할 뿐 전문성 있는 기술, 새로운 기술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러한 관행들이 창의적 기술, 전문성 있는 기술을 저해한다. 창의성 있는 설계는 곧 감사의 대상이 되는 게 현실이다.
오늘 토론을 정리하자면 무한경쟁을 통해 경쟁력 있는 엔지니어링사가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단 현재 기득권 세력과 함께 경쟁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허무는 작업이 중요하다. 또한 중소사 스스로 자기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가지지 않을 경우 강소엔지니어링사로의 도약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끝>
-기사작성일 2011년 10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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