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국 탐방⑤-페루]코로나에 정치까지…혼란한 페루, 인프라로 “시동걸자” 
상태바
[해외 진출국 탐방⑤-페루]코로나에 정치까지…혼란한 페루, 인프라로 “시동걸자” 
  • 김성열 기자
  • 승인 2021.12.22 15: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엔지니어링데일리)김성열 기자=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 탄핵소추 동의안이 지난 7일(현지시간) 의회에서 부결됐다. 지난해 11월 탄핵 된 마르틴 비스카라 전 대통령에 이어 일 년 만에 다시 대통령 탄핵안이 추진된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재유행과 함께 정치 혼란까지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와는 달리 페루는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페루에서는 급진좌파인 카스티요 대통령의 부임으로 사회주의적 정책이 시행될 것이라 예측됐었다. 이에 페루 경제에서 투자 시장과 개발 시장은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거기에 국제유가와 해상운임이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하고 환율까지 오름세를 보이면서 페루 내 물가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카스티요 대통령은 예고했던 사회주의적 정책보다 경제 발전과 국정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또 전 정권에서 추진했던 경제 재활성화 프로젝트인 Arranca Peru(시동걸자 페루)를 비롯해 인프라 개발을 통한 경제 부양 정책도 계속 진행 중이다.

▲ Arranca Peru(시동걸자 페루)

비스카라 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64억3,600만솔(약 18억9,000만달러) 규모의 공공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당시 코로나19 유행으로 추진됐던 강제 사회 격리로 인한 경기 침체기를 극복하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위해서였다. 해당 프로젝트로 추진되는 사업은 약 8,000만달러가 투입된 총연장 2,843㎞의 아레키파 도로 유지 보수, 약 1억2,000만달러가 사용된 총연장 4,295㎞의 쿠스코 도로 공사 등 190개 시정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현행 규정상 페루 정부의 벤더 리스트 등록 업체만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어서 예상 활용이 비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지난 2007년 대지진, 2016년 엘니뇨 홍수 등의 재난 회복 단계에서 부정부패가 심했던 전례들을 토대로 이번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정부의 정책에 힘입어 올해 페루 예산안은 역대 최대 규모인 약 508억달러로 편성됐다. 여기서 Arranca Peru와 함께 변화를 통한 재건(Reconstruccion con cambios), 공공투자 프로젝트로 묶인 경제 재활성화 부문에는 28억4,000만달러가 투입됐다. 교통 관련 예산도 전년대비 3.2% 증가했다. 덕분에 페루의 인프라 개발과 함께 엔지니어들의 일자리도 늘어나고 있다.

▲ 페루에서 대우받는 엔지니어

페루에서 엔지니어는 사회적 지위도 높을뿐더러 전문직으로 꼽힌다. 페루엔지니어협회(CIP, Colegio de Ingenieros del Peru)에서 주어지는 엔지니어 자격증은 페루 내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신분증 취급을 받을 정도다. CIP에 엔지니어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학사 학위가 필요하다. 페루에서는 대학교 5년 이수 후 논문이 통과돼야 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어 엔지니어가 되기까지 약 6~7년이 소요된다.

이렇게 엔지니어 자격증을 얻은 이들은 첫 월급으로 약 2,500솔(630달러) 정도를 받게 된다. 연차에 따라 5년차는 5,000솔, 10년차는 8,000~1만2,000솔 수준이다. 분야별 책임 기술자는 1만~1만2,000솔, 사업 책임 기술자는 1만7,000~2만4,000솔을 받는다. 페루는 프리랜서 엔지니어가 많아서 정확한 집계가 힘들뿐더러 프로젝트마다 임금이 천차만별이라 정확한 평균 수치를 계산하기는 어렵다. 해당 액수들은 페루에서 활동하는 엔지니어링사가 지급한 실제 월급 기준이다.

▲ 페루에서의 한국 엔지니어 대우

페루에서 국내 엔지니어링사는 높은 대우를 받고 있다. 엔지니어링 실력도 인정받은 데다가 타국 엔지니어링사들보다 발주처와 관계도 더 원만하기 때문이다. 발주처와 동등하거나, 혹은 발주처를 더 밑으로 보는 유럽 엔지니어링사와는 다르게 우리는 발주처를 존중해주는 태도를 보였다. 한국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페루에서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특히 페루에 진출한 국내 엔지니어링사 임원단이 현지 방문 시 발주처 과장급부터 만나는 것도 파격이었다고 한다.

페루에서 활동 중인 엔지니어링업계 관계자는 국내 엔지니어링사의 이미지를 잘 지켜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페루에서 우리 엔지니어링사들의 수주가 늘어나면서 다른 회사들도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페루에 진출했던 몇몇 회사들이 엔지니어링 실력이 떨어지는 회사에 100% 하도급을 주거나 수준 낮은 태도를 보이며 위상을 깎아 먹고 있어서 걱정이다”고 전했다. 

▲ 페루의 엔지니어링사와 발주처

페루 엔지니어링사는 정확한 수주 순위를 집계하진 않지만, 현지 대형 엔지니어링사로는 CESEL INGENIEROS를 먼저 꼽을 수 있다. CESEL은 45년 동안 여러 분야의 엔지니어링 산업에 진출한 페루의 대표적인 엔지니어링사다. 본사는 페루에 위치하고 있으며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에 지사와 현지 사무실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도로 전문 엔지니어링사인 HOB와 환경‧위생 부문 SER CONSULTING SAC를 비롯해 JNR, LAGESA 등이 50~300명 규모로 구성돼있다.

페루 엔지니어링사들은 도로 설계를 위주로 성장해왔다. 도로 분야의 엔지니어링 수준은 우리나라와 비슷할 정도다. 반면 다른 분야는 아직 미숙하다. 교량 부문에서 장경간 특수교 설계가 가능한 회사는 1~2개사 정도로 국내 수준에는 많이 못 미칠 정도다. 하천‧항만 분야에서는 실적 있는 회사들도 적고 엔지니어링 수준도 높지 않다. 철도‧터널 등은 수준 높은 기술자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현지 발주처 중에서는 공항, 철도 등 대형 사업을 직접 담당하는 교통통신부(MTC, Ministerio de Transportes y Comunicaciones)가 가장 상위 기관이다. 이어 주와 주를 연결하는 도로 사업은 국가도로청(PVN, Provías Nacional), 주 내부를 연결하는 도로 사업은 지방도로청(PVD, Provias Descentralizado)이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상수도, 폐수처리장, 주택 관련 발주는 주택건설위생부(MVCS, Ministerio de Vivienda, Construcción y Saneamiento)에서 담당한다. 이외에도 페루 투자청(ProInversión)이 PPP 사업을 담당해 추진하고 있다.

▲ 최근 페루 인프라 사업 트렌드

국가 인프라 계획에 따르면 페루 내 인프라 격차를 줄이기 위해 5년간 약 76억7,000만달러가 필요한 상황이다. 재정사업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다 보니 페루 정부는 G2G와 PPP 방식 사업을 통해 인프라 개발에 나서고 있다. 최근 도화와 한국공항공사 등이 착공에 들어간 친체로 신공항건설 사업도 G2G 방식으로 추진된 사업 중 하나다.

리마 지하철 3, 4호선 공사 PMO 사업과 페루 도로 건설공사 PMO, 까하마르까 통신망 구축 등 다양한 사업들이 G2G 방식으로 발주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G2G 방식을 통한 페루 진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과 페루 간 체결된 계약은 한국 전체 계약액의 34.3%를 차지하고 전체 건수의 26.1%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보인다. 특히 페루에서의 건당 수주액은 평균보다 약 2,000만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가치가 높다.

페루 투자청은 PPP 사업으로 변전소, 폐수 처리장을 포함해 다양한 인프라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1년 8월 이후 페루에서 PPP 방식으로 추진된 사업은 총 26건으로 115억8,000만달러의 민간자본을 유치할 수 있었다. 아울러 투자청은 지난해 1월에는 총 44개의 사업이 포함된 2020-2021 발주 예정 프로젝트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다만 카스티요 대통령이 대기업과 외국인 투자기업들에게 조세를 강화하는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에 향후 흐름에 맞춰서 행동해야 한다.

또 페루에서 PPP 사업을 진행하려면 프로젝트 일정 지연과 급박한 제출 기한을 감수해야 한다. 투자청은 전문성이 부족해 검토가 다 마무리된 사업이라도 재무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서 사업이 지연되기도 한다. 우선사업 선정기준에 있어서 투명하지 못하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발주 단계에서는 제출 기한이 길지 않아 사전 준비도 마쳐놔야 한다. 대신 정부가 외국 자본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정책도 추진되는 등 사업 안정성을 보장해준다는 장점도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