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심제 기획②]스스로 족쇄 찬 LH 종심제, 무한경쟁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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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심제 기획②]스스로 족쇄 찬 LH 종심제, 무한경쟁 시대로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2.09.2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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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지난 4년간 국가철도공단과 함께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사업을 가장 많이 발주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작년 초 LH발 부동산 투기 사태 이후 분위기 쇄신에 돌입했다. 여기에 국토부가 최근 지방 5개청과 산하 공사들에서 발주하는 종심제 사업에 한정해 500여명으로 구성되는 평가위원 풀을 가용할 방침이어서 사실상 유능한 전관이 있는 컨소시엄에 유리했던 LH 종심제가 무한경쟁 체재로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정성 훼손→외부위원 대폭 확대

본지가 지난 4년간 종심제사업을 취합한 결과에 따르면 LH는 판교 제2테크노밸리 횡단연결교량 및 2구역 단지조성공사 건설사업관리(동해기술공사 수주)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총 44건(약 2,579억8,000만원)의 사업을 발주했다.

지금까지 LH 종심제는 전관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내부위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탓이다. 2020년 7월 국토부는 종심제 발주자 운영지침을 개정하면서 내부위원 비율을 50~70%→70~90%로 상향한 바 있다. LH도 이를 차용해 지난해 1월부터 종심제 심의위 구성을 내부 5명(71.4%), 외부 2명(28.6%) 등으로 조정했다. 하지만 불과 두달여 만에 부동산 투기 의혹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을 통해 LH 발주사업의 문제점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공정성이 크게 훼손됐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혁신방안을 꺼내들었다. 종심제의 경우 심의위원의 수를 15인으로 확대하고 사실상 모든 심의위를 외부위원으로 바꿨다.

이러한 변화는 실제 엔지니어링업계의 수주 판세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사업이 K지구사업이다. 당시 K지구 기본설계를 따낸 X사는 전차실적을 가져간 만큼 향후 발주될 실시설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나온 실시설계에서는 Z사가 수주에 성공하면서 예상을 뒤집었다. A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당시 전차실적에 따른 우위가 명확하게 점쳐졌던 만큼 X사가 실시설계도 가져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며 “그동안 LH 내부직원을 중심으로 구성됐던 평가위원이 부동산 투기 사태 이후 대거 외부위원으로 바뀌면서 낙찰사가 바뀐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실시설계를 수주한 Z사는 종합기술제안서 심사에서 X사에 약 2점 정도 앞서며 낙찰사로 결정됐다.

일각에서는 K지구 사례가 LH 종심제 사업에서 차지하는 전관의 영향력이 감소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비약이라는 주장도 있다. B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전관의 영향력은 컨소시엄 구성에 있어서 여전히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K지구의 경우 부동산 투기 여파로 심의위 구성이 외부위원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던 것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LH 종심제 수주 전망 안갯속

전관의 영향력과 별개로 LH는 올해부터 종심제와 관련된 비리·부정행위에 대해 강도높은 조치를 취하기로 하면서 향후 수주 예상이 안갯속이라는 전망을 더하고 있다. 지난 6월 LH가 공개한 민간사업자 선정 평가지침에 따르면 사전 접촉과 사전설명 등 행위에 대한 유형과 기간을 구체화했다.

세부적으로는 사전설명의 경우 우편, 방문 등을 통해 내용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행위(SNS 포함)가 적발될 경우 당해평가에서 2점의 감점과 입찰참가가 1년간 제한된다. 사전접촉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2점의 감점과 입찰제한 6개월을 부과한다. 뇌물, 금품수수 등과 같은 비리행위 적발에 대해서는 최대 2년의 입찰제한과 벌점 10점을 적용한다. 부정행위를 저지른 심사위원에 대해서도 최대 LH 심사위원 자격 영구박탈 또는 소속기관 평가위원 추천권한이 2년간 박탈된다.

C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보여주기식 행정이 됐건 아니건간에 전관을 영입했다고 해서 수주 확률이 급격하게 오르거나 하기는 어려운 현실이 됐다”라며 “LH 조직의 규모도 크고 전관이 많아 전부는 아니지만 수용가능한 수준에서 영입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국토부의 종심제 평가위원 풀 운영도 이러한 전망을 부추기고 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국토부의 종심제 운영 풀은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LH가 차용할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현재 업계를 둘러싼 로비입찰이 크게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며 “다만 현재 통합 풀의 구성이 압도적으로 공무원, 공사 직원으로 치우쳐져 있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바꾸려는 자↔악습 이어가자는 업계

자정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LH 출신 전관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문제를 뿌리뽑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는 지적도 많다. 특히 LH를 비롯한 발주처의 쇄신 분위기와 달리 엔지니어링업계에서는 여전히 전관 영입에 의한 수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실제 사업 수주를 위한 전관 영입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LH 전관 영입 현황은 각 업체별마다 최대 10여명 안팎으로 조사됐다.

D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한국형 종심제의 문제는 비단 LH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토부가 평가위원 풀을 압도적으로 늘려놓은 것은 이론적으로 로비를 통한 관리가 불가능하도록, 표면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 뿐이지 결국에는 암암리에 로비를 하고자 마음먹는다면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평가했다.

이어 “제도는 바뀌고자 하는데 업체가 되려 로비대상을 축소하기 위해 내부위원을 선호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본부장급 전관의 경우 여전히 수억원의 연봉과 사장 명함을 파주길 바라면서 업체의 오퍼를 기다리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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